반향정위(反響定位)란 동물이 물체에 반사되어 되돌아온 음파를 분석하여 방향을 정하거나, 장애물
을 피하거나, 먹이를 찾거나,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데 이용하는 방향과 감각의 인식형태를 말한
다. 음파는 자신이 발사한 경우도 있고 다른 음파인 경우도 있다. 박쥐는 끊임없이 초음파를 발사하
여 반향정위로 먹이를 찾아 잡아먹고 제 집을 찾아온다. 대부분의 바닷새는 서식지의 절벽에 부딪히
는 파도소리를 듣고 그 반향정위로 방향과 거리를 측정한다.
이탈리아의 자연과학자 라차로 스팔란차니(1722~1799)는 박쥐 연구의 개척자였다. 그는 가면올빼미
와 박쥐를 같은 방에 잡아두고 연구하던 중 실수로 촛불을 꺼뜨렸는데, 가면올빼미는 길을 찾지 못해
장애물에 부딪힌 반면 박쥐는 정확하게 열린 창문으로 날아갔다. 그는 근처 동굴에서 여러 마리의 박
쥐를 잡아다 다시 연구에 들어갔다. 몇 달 동안 관찰해본 결과 박쥐는 방 안이 밝든 어둡든 한 번도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고 제 갈 길을 찾아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쥐 두 마리의 눈을 두터운 안대
로 가리고 날려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현상에 자극을 받아 전혀 다른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가위로 몇 녀석의 두 눈을 도려낸 뒤 같은
실험을 한 것이다. 두 눈을 도려낸 박쥐들을 각각 다른 장소에서 날려보았더니, 눈알이 멀쩡할 때와
똑같은 속도로 정확하게 목표물을 찾아갔다.>
이때까지는 반향정위라는 현상이 밝혀지지 않아 스팔란차니는 박쥐에게 제6감이 있는 것으로 간주
했다. 1793년 9월, 스팔란차니는 이탈리아의 자연사학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를 들은 스위스 자연사학자 찰스 쥐린은 귀국한 뒤 스팔란차니의 실험에 수정을 가해보기로 했
다. 두 눈을 뽑고 밀랍으로 양쪽 귀를 완전히 봉한 뒤 박쥐를 날려 보냈다. 박쥐는 이내 온갖 장애물
에 부닥치더니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박쥐에게 방향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은 청각이었던 것이
다. 이후 두 과학자는 경쟁적으로 박쥐의 소리 연구에 매달렸다. 실험 결과는 언제나 동일했지만, 상
굿도 초음파를 모르던 시절이라 결론은 나지 않았다.
박쥐가 초음파를 이용하여 물체를 정확하게 측정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낸 것은 1930년대 초 하
버드대학교 학생 돈 그리핀에 의해서였다. 그는 물리학자 조지 퍼스가 개발한 초음파 감지기를 사용
하여 박쥐가 사람의 가청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120㎑의 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계속적인
연구 끝에 그리핀은 1940년대 초 박쥐가 자신이 발사한 초음파의 반향을 이용하여 장애물을 피한다
는 사실을 입증하고 이 과정을 ‘반향정위’라고 명명했다.
대부분의 조류는 수천 마리가 뒤섞여 집단생활을 하는 서식지에서도 자기 새끼나 어미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알아듣고 서로를 찾아낸다. 이러한 능력은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 있어서, 장바닥이나 대중
교통 대합실을 비롯하여 왁자지껄한 장소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알아듣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 부른 사람을 찾는다. 갈대밭에서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우는 조류는 다양한 갈댓잎이 바스
락거리는 소리로 둥지의 상태를 알아내기도 한다. 우림에 서식하는 조류는 자신의 둥지가 있는 나무
의 잎사귀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분간해낸다.
밤울음새
최근에는 도시환경에 서식하는 조류를 연구하다가 새들이 둥지의 배경 잡음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는 사실이 밝혀졌다. 베를린에 사는 밤울음새는 산골에 사는 동족보다 더 큰 소리로 노래하며, 소음
이 가장 심한 출퇴근시간에는 더욱 큰 소리로 노래한다. 이에 반해 도시에 사는 박새는 소리의 크기
가 아니라 진동수를 높여서 노래한다.
캐롤라이나굴뚝새
새들이 소리를 다르게 듣는다는 확실한 증거는 북미대륙의 캐롤라이나굴뚝새 연구에서 확인되었다.
이들은 1년 내내 소리로 세력권을 지키는데, 서식지의 나무에 잎이 없는 겨울보다는 잎이 무성한 여
름에 더 크게 소리를 낸다. 이러한 연구에는 1940년 벨전화연구소에서 개발한 소노그래프로 새 소리
의 높낮이를 확인함으로써 큰 성과를 거두었다.
쏙독새
흉내지빠귀
조류학자 허드슨 앤슬리는 1950년대에 소노그래프로 쏙독새 노랫소리를 연구했다. 그때까지 쏙독새
는 세 가지 음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소노그래프에는 다섯 가지 음이 표시되었다. 그때서
야 조류학자들은 자세히 들어보면 쏙독새가 다섯 가지 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흉
내지빠귀는 다른 새의 소리를 기막히게 흉내를 잘 내는데, 소노그래프로 확인해보면 흉내지빠귀가
내는 쏙독새 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다섯 가지로 들린다.
카나리아는 다른 카나리아의 노랫소리를 미세한 부분까지 구분한다. 번식기가 되면 수컷이 암컷 앞
에서 노래를 하는데, 조류학자들이 ‘섹시한 악절’이라고 부르는 부분이 들릴 때 암컷은 꽁무니를 들
이대고 교미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소노그래프는 이 부분에서 약 17분의 1초 간격으로 고주파음
과 저주파음이 빠르게 반복되는 형상을 잡아낸다. 조류학자 에릭 발레는 ‘섹시한 악절’의 간격을 컴
퓨터로 조절하여 암컷에게 들려주었는데, 암컷은 콧방귀도 뀌지 않고 다른 데로 날아가버렸다. 공자
앞에서 문자 쓰다 헛수고만 한 것이다.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