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인지 다행인지,
와이시리즈를 연재하겠다던 제 박약한 의지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죽지 않고 살아있더랬습니다. (혹시 시베리아북서풍?????)
그런 관계로다가,
논문을 읽던 와중, 생각난 김에 한 편 더 뽑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주제는, 내가 좁쌀영감이 아니였다는 사회과학적 반증에 대한 얘기.
WHY 시리즈 그 두번째. 두둥..
파트 투)) 당췌 나는 왜???????
친구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없는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친구가 클럽에 가서 먹어주면 위장이 아려오고,
나 고시생인데 룸메녀석이 사시패스해서 소갈비 쏜다고 하면 총으로 쏴버리고 싶고..
'아 이거 나란 인간 뭐지?? 난 이렇게도 형편없는 인간이었던가?????'
노노, 여러분,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그래요. 이건 나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얘기에요. 적어도 사회심리이론의 세계에서 우리는
지극히도 "정상인"입니다.
아브라함 테써라는 양반이 1988년도에 『자기평가유지모델』이란 논문을 씁니다.
참조) Tesser, A. (1988). Toward a self-evaluation maintenance model of social behavior
골자는.
----------------------------
인간이란..
(1) 나를 정의내릴만큼 중요한 영역에서 (Relevance ↑↑↑)
(2) 나랑 가까운 사람이 (Closeness ↑↑↑)
(3) 나보다 뛰어날 때 (Performance ↑↑↑)
기분이 더러워진다.
----------------------------
이걸 일련의 실험들로 증명해 내었는데요, 이런건 좋은 이론이죠. 왜냐면,
어디가서 내가 마음이 홀~~쭉한 사람으로 비춰질만한 상황에서 나를 구제해줄 수 있는 유틸리티 이론이니깐요. ㅋㅋ
아니 유명한 심리학자가 실험으로 졸라 여러번 검증했다는데 지들이 어쩔꺼야.... 뭐 어쨋든..
이 이론에서 핵심은 바로 "Relevance(자기관련성)"입니다.
내가 콩진호인데,
같은 스타판 내의 (Relevance ↑↑↑),
테란의 황제 임요환이랑 친해 (Closeness ↑↑↑)
근데 임요환한테 중요한 경기 때마다 밀려 (Performance ↑↑↑)
그럼 자기평가점수가 하락하면서 기분이 나빠지게 된다 이겁니다.
이 세상 95퍼센트의 사람들에겐, '자기를 긍정적으로 평가내리고자 하는 경향성'이 있으므로,
콩진호 역시 임요환을 보며 하락하는 자기평가점수를 어떡해서든 끌어올릴 필요가 있겠죠.
그럴 때 취할 수 있는 "행동의 방략"이란 대개가 다음의 경우를 벗어나지 못 합니다.
-----------------------------------------
(1) 임요환이랑 안 논다. (Closeness 하락 유도)
(2) 스타판을 떠난다. (Relevance 변화 유도)
(3-1-1) 임요환이 스타 못 하게 방해한다. (상대의 Performance 하락 유도) 여자소개시켜주기????
(3-1-2) 임요환이 스타 잘 하는 이유를 운이나 얍삽함 등으로 깎아내린다. (상대의 Performance 과소평가) 아.. 그 놈의 벙커링..
(3-2) 내가 더 열심히 연습해서 임요환을 꺾는다. (자신의 Performance 상승 유도)
------------------------------------------
우리 콩22사마의 경우,
임요환이 먼저 스타판을 떠났기 때문에, (친구의 Relevance 영역 이탈)
임요환과의 긴장관계가 자동적으로 종식될 수 있었죠.
근데 아마도, 임진록 때 임요환한테 졌을 때마다 엄청 열 받았을 겁니다.
친구인 요환이한테 져서 더더더!!! 열받는 거죠.
생판 타인보다는, 나에게 유의미한 존재와의 비교가 "더" 가슴시리게 다가오는 거에요.
나랑 비슷한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맨날 보는 놈인데..
저 놈이 하는 건 나도 할 수 있다고 여겨왔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막상 저 놈이 나보다 더 대단하다?!?!?!! 이게 완전 "크리티칼 데미지"인 겁니다.
근데, "Relevance가 낮을 땐", 저 셋 간의 역동이 달라집니다.
내가 롹커 박완규인데, 내 친구가 택신 김택용이야.
난 락커잖아, 택용이는 프로게이머고, (Relevance ↓↓↓)
택용이랑 나랑 친해. (Closeness ↑↑↑)
근데 택용이가 스타리그에서 우승했네??? (Performance ↑↑↑)
고럼,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건 사회비교 메카니즘(누가누가 더 잘났나)에 따른 자기평가하락 구도(콩진호 vs. 임요환)와는 다른 과정으로써,
이런 걸 심리학에서는 "reflection(투영)"이라고 해요. 즉,
친구의 영광을 내 영광으로 투영시키는 거죠. 잘난 친구 둬서 내 코가 높아진다 이거에요.
어차피, 비교 대상이 아닌 친구니까 (Relevance ↓↓↓)
그의 성공이 나에겐 전혀 "위협"이 되지 않고, 오히려 친구의 성공을 내 가치감의 신장에 이용하는 겁니다.
'야 내 친구가 누구누구누군데, 이번에 어디 나가서 우승했다 ^^^^'
그 친구와 쌍으로 묶여 좋게 평가받으려는 무의식적 의도, 일종의 "후광 효과"를 노리는 거죠.
사람이란 게 이렇습니다.
내 자존감에 위협이 되면, 그게 친구라도 기분 나쁘고. (아니 친구라서 더)
내 자존감에 하등 위협이 되지 않음, 친구의 성공을 내 자존감 상승에 활용해요.
즉.
기본적으로 사람도 동물인지라, 내 생존과 번식에의 성공이 가장 크리티칼하단 겁니다.
인간이니까, 인간의 성스러움이 있고, 인간이니까, 내 라이벌이자 친구의 성공을 진심으로 마음으로부터 축하해주고..
개뿔, 이런 거 아니라 이겁니다.
실상은 이래요.
우리도 동물이니까, 우리한테 불리하면 위협으로 느껴진다 이거에요.
내 친구가 성공했다???? 기분 요상한 게 당연한 거라 이겁니다.
Feld(1991)라는 양반의 연구에선,
친구들과의 역량 싸움에서 매번 질 법한 사람들은 (Performance가 만성적으로 떨어지는)
아예 친구들 자체를 많이 안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그때그때마다 친구들과의 비교에서 뒤떨어져 기분이 상하는 건,
인간이 지닌 "자기긍정성유지모델"에 전면적으로 위배된다는 거죠.
반면.
능력자들은 사회적으로 얽혀있는 관계들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답니다. (involved in more social circles)
누구와 맞붙어도 꿇리지 않으니, 자기평가가 하락할 일이 없다 이거에요. 즉,
괜히 방어적으로 인간관계를 억제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이런 것 역시, 원론적으론 한 개체의 동물로서, 자기자신을 지키기 위한 "생존방략"입니다.
그러니까, 친구관계란 것이 요상하다면 요상한 겁니다.
분명 제일 친한 놈인데, 그 놈의 잘남을 순수하게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없으니까요.
이건 "인간의 경향성"에 관한 이슈이므로, 크게 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겸허하게 안고 가야 하는 문제죠.
허나, 이 S.E.M.이란 이론으로부터 그나마 우리가 편해질 수 있는 실제적 방법들에 대한 통찰을 얻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1) 나랑은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을 많이 사귀는 거죠.
그들의 성공은 자기평가하락이 아닌 reflection(친구의 성공을 내 것처럼 투영)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혹은,
(2) 비록 같은 영역에 있더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자랑질을 안 하는 겁니다.
일종의 "Blind" 기술이죠.
서로가 같은 영역 안에 있으면서, 스킬이나 정보 같은 생산적인 것들은 공유하면서,
자신의 위치나 능력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거에요.
서로가 서로의 능력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친구가 나보다 잘났는지 못났는지를 알 길이 없고, 종래로는
비교과정이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즉,
둘 중 하나가 무조건 피 보는 상황이 벌어지진 않는다는 거죠.
자랑질하는 친구를 곁에 두면 인생이 피곤해지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ㅎ
물론 가장 좋은 건,
(3) 친구의 성공으로부터 자극받아, 내가 더 노력하는 거에요. (내 Performance >= 친구의 Performance)
친구를 내 퍼포먼스로 눌러주거나, 최소한 동급은 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거죠.
여기에 대해서는, 별 말 않겠습니다. '국영수 중심으로 열심히 공부하세요'나 같은 발언이니까요. ㅋㅋ
자고로, 괜히 최선책이 아니죠. 누구나 다 할 수 없으니 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걸 겝니다.
여러분 우리도 동물입니다. 우리 편해집시다. ~
첫댓글 같은분야친구가 성공하면 짜증나요 ㅋㅋㅋ 원래공부잘하는친구가 성공하면 그런가보다 하는데 나랑 엇비슷한친구면 배가터질거같네여
이상하게 같은 분야가 아닌 친구인데도 잘되는걸 보면 기분이 언짢은 경우가 있습니다.
중학교때까진 그냥 평범하게 공부하던 친구인데 무슨 바람이 난건지 고등학교 2학년때 가수가 되겠다고 기획사를 들어가서
결국 21살때 데뷔를 했습니다. 같은 학교에 있던 애들 대부분이 그 친구 안티입니다.
뭐 크게 잘못한것도 아니고 그냥 가수가 됬을뿐인데 왜 반감을 사는걸까......생각하게 되는데
원래 처음엔 가수가 되는것에 관심도 없던애가 고등학교올라가서 갑자기 그러니까
그녀석을 어릴때부터 봐왔던 친구들 눈에는 주제넘은 행동으로 보였나 봅니다.
`원래 니 길이 아니었잖아.' `진심으로 가수가 하고싶은건가' `단지 TV에 나오는게 멋있어보이니까 따라할려는 것뿐' 이라고 느끼게 되는거죠.
하지만 그 친구가 정말 얼마나 노래를 사랑하는지는 가까운 사람들 말고는 알수가 없는건데. 당사자 입장에서는 참 답답할것 같습니다.
모든 스타들이 어릴때부터 꾸준히 그 일을 사랑했던건 아닌데말이죠. 분명히 우리랑 가까운, 평범해보이는 사람들도 어느순간 갑자기 스타로 돌변할수 있는데
보통사람들은 그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저도 그게 쉽지 않고요.
와..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그런마음이 삐딱함, 질투심만은 아닌것같아 안도감(?)도 드네요
아 그렇군요! 잘 읽고 갑니다 ㅎㅎ
흥미롭네요 잘 읽었습니다. 저는 누가 성공을 하던 말던 전혀 신경 안 쓰고 있네요
가까운 사람이 그렇다고 해도 진심으로 축하한다 한마디만 해주고 마는 스타일이거든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매번 재미있게 또 신중하게 읽고 있습니다. 저도 무명자님 처럼 좋은 글 올릴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막상 실천하기 쉽지 않네요 ㅠㅠㅋ 또 배우고 갑니다.~~
이미 알든말든 대상무결 열등감이 깊어지는것도 문제인데 말이죠 에휴.. 맘 편히 먹어야지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이런 마음을 갖게 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대신 (3)번의 방법으로 쉽진 않겠지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하겠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내용 너무 좋네요 ㅎ
저는 다행히 제 친구들은 문과이고 저는 공대네요.
음! 마음의 안정이 찾아오네요. 내가 쪼잔한게 아닌것같다?ㅋㅋㅋ
잘 봤습니다. 정독 했네요.ㅋㅋ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저는 정상이로군요ㅎㅎ
늘잘보고있습니다. 이번 글은 정말 너무나 와닿는 얘기네요. 이런 얘기를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 많이 했는데 무명자님께서 완벽하게 정의해주셔서 도움이 많이될듯 합니다.
무명자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웬지 저랑 비슷할거 같은생각이 들어요 취미도 비슷한거 같구요 ㅋㅋ
32살입니다 ㅎㅎ
아 저는 80 33살입니다 ㅋㅋ
형님이시네요 안녕하세요 형님 ㅎㅎ
꺅 형님 ㅋㅋ 글좀 더 써주세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