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는 일본국제교류기금과 함께 탄생 90주년을 맞은 오시마 나기사(1932. 3. 31 ~ 2013. 1. 15) 감독의 회고전을 진행합니다. 8월 31일(수)부터 9월 9일(금)까지 진행하는 이번 회고전에서는 <일본의 밤과 안개>(1960), <감각의 제국>(1976), <교사형>(1968) 등을 연출하며 시대와 첨예하게 대립했던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대표작 12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영화제 기간에는 요모타 이누히코 교수가 온라인으로 강의와 대담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1932년 교토에서 태어난 오시마 나기사는 교토대학 법학부에 입학했고 연극과 좌파학생운동에 몸담았습니다. 그리고 1954년 졸업 후에는 쇼치쿠 오후나 촬영소에 조감독으로 입사해 <사랑과 희망의 거리>(1959)로 감독 데뷔했습니다. 데뷔 때부터 파격적인 스타일로 청년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렸던 오시마 나기사는 곧 쇼치쿠와 충돌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일본 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한 1960년작 <일본의 밤과 안개>는 제작사에 의해 사흘 만에 개봉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오시마 나기사는 1961년, 쇼치쿠를 퇴사해 독립제작사 ‘창조사創造社’를 만들어 일찌감치 자신만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비타협적 태도는 이후 <감각의 제국>이 일으킨 스캔들까지 이어졌습니다. 오시마 나기사는 기성 세대의 모순을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그 과정에서 기존 도덕 규범을 노골적으로 거슬렀으며, 군국주의나 가부장제 같은 주류 이데올로기를 조롱했고, 나아가 <교사형>, <돌아온 술주정뱅이>(1968) 같은 작품을 통해 재일 조선인 문제를 다루며 다들 외면해온 숨은 현실을 조명했습니다.
오시마 나기사의 연출 스타일 역시 전통적 영화와는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하나로 요약할 수 없는 그의 비규정적 스타일은 언제나 전작과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려 한 오시마 나기사만의 연출 철학 때문입니다. 오즈 야스지로의 ‘두부 같은 영화’가 아니라 매번 다른 향과 맛을 낼 수 있는, 그러면서도 목구멍을 타오르게 할 수 있는 ‘사케 같은 영화’를 만들려 했다고 말한 오시마 나기사는 미장센, 카메라 워크, 편집, 장르 문법 등 모든 영역에서 기존의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를 추구했습니다. 연극적 기법을 도입한 <교사형>, 정지 화면과 내레이션의 비관습적 사용이 도드라지는 <신주쿠 도둑 일기>(1969), 복잡한 플래시백 구조를 이용해 현실과 의식의 영역을 교란하는 <의식>(1971) 등에서 이런 면모는 특히 잘 드러납니다.
전후 일본 영화의 새로운 물결을 주도한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우상파괴적이고 독창적이며 대담하고 논쟁적인 12편의 대표작을 이번 “탄생 90주년 오시마 나기사 회고전”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상영작 목록
1 | 청춘 잔혹 이야기 | 오시마 나기사 | 1960 | 일본 | 96min | Color |
2 | 일본의 밤과 안개 | 오시마 나기사 | 1960 | 일본 | 107min | Color |
3 | 태양의 묘지 | 오시마 나기사 | 1960 | 일본 | 89min | Color |
4 | 일본춘가고 | 오시마 나기사 | 1967 | 일본 | 103min | Color |
5 | 교사형 | 오시마 나기사 | 1968 | 일본 | 117min | B&W |
6 | 돌아온 술주정뱅이 | 오시마 나기사 | 1968 | 일본 | 80min | Color |
7 | 신주쿠 도둑 일기 | 오시마 나기사 | 1969 | 일본 | 94min | B&W+Color |
8 | 소년 | 오시마 나기사 | 1969 | 일본 | 97min | B&W+Color |
9 | 의식 | 오시마 나기사 | 1971 | 일본 | 123min | Color |
10 | 감각의 제국 | 오시마 나기사 | 1976 | 일본, 프랑스 | 102min | Color |
11 | 열정의 제국 | 오시마 나기사 | 1978 | 일본, 프랑스 | 105min | Color |
12 | 전장의 크리스마스 | 오시마 나기사 | 1983 | 일본, 영국 | 123min | Color |
13 | 말아 | 곽민승 | 2021 | 한국 | 76min | Color |
14 | 성적표의 김민영 | 이재은, 임지선 | 2021 | 한국 | 94min | Col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