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주택도 공장에서 생산한다?
국내 모듈러 주택 시장 ‘활짝’…싸고, 성능 좋아 눈길
자영업자인 김모씨는 최근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에 국내의 일본계 단독주택 전문기업인 이에스하임에 의뢰, ‘모듈러 공법’으로 200㎡ 규모 주택을 지었다. 직접 살 집을 지으려던 차에 이 방식으로 주택을 지으면 건축기간이 짧고 내열·내진 성능 등 기능적인 면도 우수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모듈러 공법은 공장에서 기본 골조와 전기 배선, 온돌, 현관문, 욕실 등 전체 공정 중 80%가량을 제작해 현장에서 내외장 공사를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2개월 안에 모든 공정이 끝이 난다.
우선 설계 작업부터 진행했다. 설계는 20일 정도 걸렸다. 설계를 마친 후 현장에서는 기초공사가 시작됐고 일본 공장에서는 제작에 들어갔다. 생산은 5일 만에 끝났다.
일본에서 부산으로 건축물 부분(모듈)을 옮겨와 12대의 트레일러로 현장까지 이동하는데 모두 15일 걸렸다. 그리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데는 단 하루 소요됐다.
나머지 마감 공사는 일주일 정도 걸려 정말로 두달 안에 준공했다. 김씨는 “모듈러공법으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일본에서 지은 주택이니 만큼 탄탄하게 지어진 것 같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60일이면 최고 성능 주택 저렴하게 건설
요즘 모듈러 방식의 주택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1~2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단독주택, 소형주택 등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단기간에 공급할 수 있는 모듈러 주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건축비를 절감할 수 있는데다 단기간에 지을 수 있고 내열·내진·내구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이다.
피데스개발 R&D센터 김희정 소장은 “20년 전부터 모듈러 주택이 유행처럼 번져 전문업체가 많은 일본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한국에서도 조금씩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코A&C가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이달초 자체 브랜드 ‘뮤토(MUTO)’가 국토해양부로부터 ‘모듈형주택’으로 승인 받았다.
내달까지 주거성능 시험을 마치고 올 상반기 시범주택을 건립할 계획이다. 빠르면 3~4월께 서울 서대문구와 함께 50여가구 규모의 대학생 연합 기숙사를 모듈형 주택으로 짓는 게 첫 번째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과 거제도에 각각 단독주택과 펜션을 이 방식으로 지어달라고 요청을 받아 설계를 진행하는 중이다.
포스코A&C 관계자는 “본격적인 주택시장 진입을 위해 올해부터 도심 유휴지를 활용한 다양한 형식의 모듈형 주택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옥주택을 모듈형 방식으로 공급해온 피데스개발도 올해부터 단독주택이나 콘도 등 일반 주택도 모듈형으로 지을 계획이다. ‘까사노마드’라는 브랜드로 경북 문경 영상문화관광복합단지 내에 지어질 콘도가 첫 번째 사업이 될 전망이다.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있다. 국토해양부는 올 상반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소형 임대주택을 모듈러 주택으로 시범적으로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토부는 인구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단기간 내에 사회가 요구하는 주거 성능의 소형 주택을 제공하기 위해선 모듈러 주택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3.3㎡당 300만원대면 지을 수 있어
모듈러공법은 일반 공법에 비해 건축비가 저렴한 편이지만 앞서 언급한 일본 업체가 제공하는 모듈러주택은 좀 비싼 편이다. 엔고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일본에서 제품을 수입하는 것이니 금액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3.3㎡당 800만~1000만원 수준이다.
장석수 이에스하임 건축사업부사장은 “태국쪽에 공장을 세워 생산원가를 낮출 계획”이라며 “대규모로 공급할 경우 공사비는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업체가 준비하는 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포스코A&C가 최근 충남 천안에 준공한 연평균 4000개 안팎의 모듈을 만들 수 있는 공장에서 생산하는 주택 브랜드 뮤토의 3.3㎡당 건축비는 300만원대 후반이다. 일본 제품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포스코A&C 관계자는 “자재가 규격화·표준화하면서 자재 사용량을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고 건설 폐기물 처리비용을 아낄 수 있으며 공사기간 단축, 현장인건비 감소 등으로 공사비가 크게 줄어든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인 만큼 대규모로 공급할수록 공사비는 더 절감된다”고 말했다.
1~2인용 가구 수요 늘면서 인기 상승할 듯
모듈러 주택은 성능과 친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세키스이하임이 국내에 지은 모듈러 주택의 예상 수명은 140년이나 된다.
공장에서 벽과 구조를 만들기 때문에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훨씬 견고하게 제조할 수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포스코A&C가 생산한 모듈은 한국지진공학회와 포항산업과학연구소로 부터 내진·내풍·내화 성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정부의 공동주택 설계고시의 요구조건을 훨씬 상회할 정도로 단열 성능이 뛰어나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모듈러 주택은 단독주택의 최대 약점인 열손실을 80% 가량 줄일 수 있다는 것.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모듈러 주택은 주택 해체후 철재 유닛 모듈을 최대 90% 재사용할 수 있는 등 ‘이축성’이 뛰어나다. 현장시공이 간단해 소음 등 주변 주거지역의 민원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모듈러 주택 미래는 밝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앞서 고령화 사회를 맞은 일본의 경우도 모듈러 주택은 4층 이하 소형 주택을 짓는데 최적의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아파트 공급이 여의치 않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듈러 주택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할 수밖에 없다. 소규모 단지나, 단독주택임에도 대규모 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1~2인용 주택 공급이 늘어나면서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모듈려 주택의 인기를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