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등이 교통약자배려석을 추진하고 있어 대중교통 이용자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도입하겠다고 하는 제도의 요지는 기존 차량 양 끝단에 각각 6석씩 12석 마련되어 있는 노약자석에 더불어 장의자 1개 또는 2개를 '교통약자배려석'으로 추가 지정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교통약자배려석'이라는 이름과 제도 속에는 사소하지만 시민반발과 그에 따른 운영기관측의 고민(또는 눈가리고 아웅하기?) 이 담겨 있는 것 역시 놓쳐서는 안될 사실입니다.
교통약자배려석의 발단은, 서울시가 신임 오세훈시장 취임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천만상상오아시스 및 희망제작소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당시 '희망제작소' 쪽에서 제출된 의견이 어느 높으신 분의 눈에 들은 모양인데, 이 때문인지 양대 지하철공사는 '배려석'을 설치하겠다며 앞다투어 설레발(?)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사진은 2007년 5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처음 선보인 '배려석'의 모습입니다. 당시의 픽토그램에는 노인, 장애인, 임산부, 유아동반승객 4가지 종류의 '교통약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사실상 기존 노약자석과 동일한 것입니다.
그런데, 2007년 12월 서울메트로가 뒤이어 선보인 '배려석'은 뭔가 좀 달라져 있습니다. 픽토그램에서 '노인'이 사라진 겁니다. 이 7개월 사이에는 이용시민들의 적잖은 반발여론이 있었습니다. 멀쩡한 객차 좌석 무려 절반을 '노인석'으로 비워두겠다는 데 대해 많은 반대입장들. 심지어 서명운동까지 있었고. 궁여지책으로 메트로가 '노인'을 삭제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기존의 노약자석도 어린이ㆍ임산부ㆍ장애인ㆍ노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좌석이긴 합니다만, 사실상 ‘노인석’처럼 인식되고 있어서 환자, 임산부, 어린이 등 교통약자가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봉변을 당하는 민원이 자주 제기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증설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운영회사의 입장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취지와는 상관 없이, 그냥 스티커 제조 회사의 매출만 올려 주는 선에서 끝나는 전시행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입니다.
(1) 일단, 기존의 '노약자석=노인석'의 이미지 문제에다. 서울메트로 등이 여론을 의식하여 '노인'을 삭제하는 액션을 취함으로서 '배려석'의 정의가 애매모호해졌습니다. 장애인, 임산부, 유아동반승객 등이 이 자리에 앉는 것이 정당한 것은 확실한데... '노인'들이 여기에 와서까지 극성스런 자리양보를 요구할 경우 어떻게 될 것이냐? 는 문제가 애매합니다. 노인 입장에서는 그것이 배려석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유리한 쪽으로. 즉 '내 자리가 늘어난 것' 및 '당연히 비워두어야 할 자리'로 이해하려 할 것이며. 일반시민 입장에서는 '단지 배려석일 뿐' 이라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더 많은 충돌도 예상됩니다.
(2) 배려석을 '비워둘' 것이냐. 도 문제가 됩니다. 일반시민의 반발을 의식하여 각 공사는 '평상시에는 앉아 가다가 교통약자가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양보해달라는 의미' 라며 애써 완곡하게 표현하려 하지만. 결국 뭔가 아닌 좌석에 앉아있는 승객의 입장에서는 그렇잖아도 불편한 대중교통이 아주 가시방석으로 느껴지겠죠. 게다가 '양보와 배려의 미덕'을 전제로 한다면, 사실상 교통약자석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식에의 호소가 본질적 문제입니다. 내 자리가 배려석이 아니라면 교통약자에 대한 양보와 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되는 건가요? ^^
(3) 위반(?)을 어떻게 할 것이냐도 문제입니다. 물론 한국사회의 특성상 어느 정도 주변의 '눈총'은 주어지겠지만... 철면피는 있기 마련이지요. 별다른 강제성을 부여할 수 없는 한 실질적으로 얼마나 많은 좌석이 비게 될지. 또 그것이 교통약자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첫댓글 사실 노약자/장애인 보호석이니 배려석이니 일본의 우선석이니... 전부 "관용적"부분에서 노약자나 교통약자들이 우선적으로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양보"해주는 것이지, 그들을 위해 무조건 자리를 비워야 하는 "강제적"인 시행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이 상황은 단순한 윤리적 규범이 마치 강제적 법규 처럼 비춰지는 단순한 사회적 현상이기도 합니다. 물론 다른 좌석이라도 일반인들이 교통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것이 어느정도 보편화 되어 있기 때문에 운영기관이 굳이 그런 지정을 해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그런 좌석이라도 갖추지 않으면 그런 윤리적 규범조차 제대로 정착되지 않기 때문에 현행대로가 가장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들어 오사카의 한큐전철의 경우 별도의 우선석을 두지 않고 전 좌석을 "자율적 우선석"이라고 하여 이용객들에게 자발적인 양보를 요구하였으나 이것이 잘 지켜지지 않아 몇년만에 다시 우선석을 시행한 사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