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변산 앞 바다 솔섬의 노을 전경)
바다... 그 영원한 향수여 / 강하수
바람이 분다. 이즈음의 바람은 거칠지 않지만 그래도 꽃가루는 날리고 송화가루는 송진내음을 진하게 풍긴다. 부드러운 대기, 알맞은 온도, 내 승용차가 바람을 가른다. 신선하고 상쾌한 바람 속으로 질주한다는 것, 가속을 하면 리드미칼하게 질주하며 생동감있게 리듬을 타는 속도감이 있기에 살아있음을 온 몸으로 느낀다. 드넓은 평야를 지나고 강을 건넌다. 한창 모내기를 준비를 하는 농부들의 정경이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이런 날에는 아무 곳에서나 굴러도 바람 속에 빛나는 것들의 목숨은 모두 곱다할 것이다.
가자, 저기 저 바다가 보이고 새만금이 보인다. 조금 더 가면 채석강도 보일 게다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또 어떤 거짓말을 하든 그 말을 믿기로 하며 가자. 어느 바람이든 바람이 불면 내 마음은 늘상 흔들린다. 살아있는 우리는 흔들리며 살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흔들림에 몸을 맡겨야 한다.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그 흔들림을 실하게 껴안을 수 있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하면 배는 출항도 없고 회항도 없다. 항구를 떠나지 못하는 배는 이미 폐선이다. 페선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출렁이는인간이고 싶다.
아득한 수평선 위로 노을이 진다. 언제 대해도 환장하고픈 빛깔이다. 모든 빛은 검은 빛과 섞여갈 때 슬프다고, 자신의 색깔을 잃어 가며 무너지는 것이라고, 노을의 색깔로 독백이라도 하고 싶다만 너무도 늦게 멀고 먼 길을 돌아왔다는 비애감만 가득 고인다. 흡사 안개 속을 헤쳐오듯 살아 온 어제와 오늘,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나는 언제나 그 자리인데 모든 것은 너무 빨리 흐르고 그리고 모든 것은 너무도 여전하다는 사실에 전율처럼 진져리를 치며 비장하게 미쳐가는 황혼 속에 내 고독을 풀어 놓는다.
그래, 늦었구나. 네 노래는 깊고 나는 밤처럼 이슥하다. 먼 곳으로 편지를 쓴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리움에 대한 보법(步法)이 그 어떤 극단적인 서정의 레일 위를 터벅터벅 걸으며 구원의 두레박 끈을 찾아 울적한 채 끊임없이 헤매이는 것을, 간곡하게 호소해도 그 어떤 문장으로도 설복시킬 수 없기에 그냥 바람이 전하는 말에 의존한다. 바람이 전하는 말에는 언제나 새빨간 거짓말이 둥둥 떠다니기에 이제 내가 무엇을 더 적을 수 있으리. 그쳐야할 이야기에 쉼표를, 긴 하루에 마침표를 찍는다. 쓸쓸함이여,
강하수작.
♬, 모나코
첫댓글 더웠던 하루 ~
시원한 파도 소리 들리는 바닷가에 가고 싶어요~
시원하고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모든 빛은 검은 빛과 섞여갈 때 슬프다
표현이 멋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