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끊어진 연
박노해
한겨울 바람이 맵찬 어느 날이었어요
창살 너머 어둑한 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줄 끊어진 가오리 연 하나가 뒤척이며
고행중이더군요
스스로를 산채로 파묻고 인연 줄도 다 놓아 버려
깊어 가는 감옥이 조금은 적막하지만
한사코 붙잡지 않습니다
탓하지도, 의지하지도, 소망하지도 않습니다.
난 지금 줄 끊어진 연처럼
홀로 빈 하늘 떠도는 듯해도
하하, 나는 나대로 고독한 긴장 속에
생명줄 내건 치열한 날들입니다.
보이는 줄만 줄일까요
세 손으로 거두어야만 삶일까요
이헐게 날면 되는 것을
줄 없는 줄을 타고
허공 찬바람 속에 몸 던져주며
나는 홀로 날았습니다
처절하게 몸부림치며 내 목숨 같은 외줄을 끊고
살아 있는 모든 것과 다시 이어지는 고투의 세월을
참흑한 투쟁과 묵상의 나날이었습니다
아- 눈 맑게 열리고 마침내 내 인연의 때가 오는 날
줄 없는 줄을 통해
아직도 첫 마음 밝혀든 그대에게
나 뜨거운 떨림으로 차전할 것입니다.
그래요 희망의 줄은 이미
저마다의 몸 속에 내장되어 있고
좋은 세상은 이미 현실 속에 와 자라고 있고
외줄의 때가 있고 거미줄의 때가 있고
밤새 거미 한 마리가
제 몸 속에서 투명한 줄을 뽑아
쇠창살에 잘 짜인 집을 짓더니
아침 햇살에 이른 영롱한 팽팽한
거미 줄망이 그대로 한 우주,
내 삶의 안과 밖이 이어지는 관계
그물 망으로 확 비추어 오더군요.
첫댓글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 가정에 행운을 빕니다
고운 글 나눔 감사합니다
하루도 편안하시고
행복하세요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길순님 안녕하십니까.
올려주신 박노해님의 좋은글에 다녀갑니다.
즐거운 일이 많은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기 바랍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노해 시인님의
몸에서 발산되는 처절한 삶의글에
머물다가 갑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노해 시인님의 글을 올려주셨네요
줄 끊어진 줄... 잘 보고갑니다
오늘도 즐거우시고 행복하세요.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릴적 연 날리며 뛰어놀았던
새록새록,,,피워 올려보고 갑니다,,,
행복하신 주말이 되시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