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수도 카투만두에는 여행자들이 많이 묵는 타멜이라는 거리가 있다.
타멜은 한국의 명동이나. 또는 이태원 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네팔을 찾은 여행객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기 전에 자고, 먹고, 쇼핑하고 즐기는 장소로
한국음식점은 물론 일본, 티벳의 음식점이 있어, -물론 스테이크나 피자, 스파게티등의 음식도 있다.- 세계 각국의 사람을 다 볼 수 있는 곳이다.
타멜에서 걸어서 30분쯤 가면 덜발스퀘어라는 옛 왕궁터가 있다.
배낭을 메고 떠난 여행자는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닌다. 왜냐하면 없는 건 돈이고 남는 건 시간이므로. ㅎㅎㅎ
입장료는 200루피.
-네팔에 있을때 가장 많이 먹었던 티벳 음식 툭바(국수)가 25루피인 것을 감안하자면 꽤 비싼 입장료다.-
우리나라의 경복궁이나 덕수궁을 생각하면 비교할 것도 없이 작고 초라하다.
하지만 비싸게 내고 들어온 입장료를 생각해서라도 찬찬히 둘러봐야 한다.
우선은 왕궁의 중심에 있는 높은 망루에 올라 오가는 사람들과 몇 개로 나누어진 왕궁의 건물을 봤다.
기억이 벌써 가물하지만,
네팔은 여러 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나라라고 한다. 그 중 위구르족은 솜씨가 뛰어나서 네팔의 건축물 대부분은 그들의 손에 의해 지어 졌다고 한다.
창문으로 보이는 부분은 재질이 나무로 다양한 문향이 섬세하게 조각이 되어 있다.
벽에 장식된 조각품.
위구르족의 섬세함이 엿보인다.
고무신 코를 연상시키는 우리나라의 지붕선과 비교하자면 이곳의 지붕은 꽤 딱딱해 보이는 직각이다.
특이한 것은 마치 탑을 쌓듯 층을 만들었다.
왕궁의 건물이 우리나라 불탑을 보는 듯 하다.
왕궁을 둘러싸고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이곳은 '어썬'이라는 곳으로 외국인들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상점이 줄비한 곳이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짚신처럼 만든 신발을 파는 사람을 보았는데, 신발 가격이 250루피쯤 불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네팔에서 쪼리를 45루피에 구입했으니 짚신 가격이 엄청나다.
물론 물건을 사려면 흥정을 해서 가격을 깍아야겠지만, 외국인을 상대로 한 곳이다 보니 아무래도 물건값이 비싼것 같았다.
네팔에서 쪼리를 살때이다.
쪼리 가격을 거의 100루피 이상 부른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비싸서 연속해서 여러개의 신발값을 계속 물어봤다.
예를들자면,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디스 하우머치, 디스하우머니, 디스하우머니...."
처음에는 머리를 굴려 가격을 부르던 주인이 어느덧 제 가격의 물건값을 부를때가 있다.
그때를 이용해서 "오케이, 굿 프라이스를 외치며 적당한 가격의 신발을 산다.ㅎㅎㅎ
네팔리들이 외국인이라면 무조건 값을 따따블로 부르기때문에 속지 않기 위해 제가 썼던 방법입니다.ㅋㅋㅋ
계획대로라면 4월말쯤 네팔에 가려고 했었는데,
네팔이 내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라는 말에 상황을 지켜보느라 5월말에 떠나게 되었다.
마침 덜발스퀘어에 구경을 간 날, 광장에는 대규모 집회가 준비중이었다.
단상이 준비되고, 마이크가 설치되고, 선동하는 듯한 이동차가 사람들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많은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많이 보던 참 익숙한 모습이었다. ㅎㅎㅎ
파슈파티나트라는 힌두 사원을 다녀오는 길이다.
이 날은 마호이스트들의 대규모 집회가 있는 날이란다.
도로를 벗어나 샛길을 달리던 버스가 어느덧 서 버렸다. 모두 내리란다.
이미 도로는 많은 인파들이 접수해 버린 상황이다.
일설에 의하면,
시골에서는 마호이스트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집회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을 가만 두지 않겠다는 식으로 사람들을 협박했단다. 그래서 사람들이 집회에 나오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던 중 마호이스트를 만났는데,
-정부와의 협약으로 공식적으로 트레커들에게 1000루피의 돈을 받는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트레킹 하기 위해서는 2천루피짜리 티켓을 끊어야 하는데, 또 마호이스트에게 1천루피를 줘야하니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위해서는 3천루피를 내는 셈이된다. 협약은 저희들끼리 맺고 돈은 관광객이 내야 하니, 저희들은 손해볼일 하나도 없는 협약이다.-
말끔한 차림이다.
네팔 가이드의 말을 듣자면 네팔의 국왕 가넨드라가 외국에서 보내온 돈을 국민을 위해 쓰지 않고 혼자서 가로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래서 네팔이 잘 살지 못하는 것이라고. 드러내놓고 마호이스트를 지지하지는 못하지만 심정적으로는 그들의 생각에 동조하는 듯 보였다.
어쨓거나,
마치 우리나라 6.29때처럼 거리에는 남녀노소 구분없이 사람들이 넘쳐났고 차 지붕에 올라탄 젊은이들이 질러대는 고함과 함성 소리는 마치 그들이 축제를 즐기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도 했다.
"타멜거리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 라고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길을 찾아갔다.
걸어도 걸어도 타멜은 나오지 않고 배는 고프고.
-네팔에서 만난 어떤이 왈, 남의 나라에 오면 누구든 껄떡 거리게 되더라.-
먹고 돌아서면 금방 배 고프고 돌아서면 배고프고, 여행하는 내내 음식에 껄떡거렸다.
마침 모모(만두)를 파는 가계가 있다. 도로보다 낮은 가계에서 탁자도 없이 손에 들고 만두를 먹었다. 모모만을 파는 집이라 그런지 가격도 싸고 맛있었다.
네팔의 모모에는 거의 물소고기가 들어간다. 그러나 물소고기는 냄새도 많이 날뿐더라 질겨서 먹기 쉽지가 않다.
네팔과 티벳을 여행하는 동안 몇번 모모를 시켰다가 냄새때문에 먹지 못했다.
어떤때는 만두피인 밀가루가 제대로 익지 않아서 먹지 못했는데, 이네들은 왜 국수나 밀가루를 살짝 덜 익혀서 먹는지 원...
국수나 만두 못먹으니 밥 먹어야 하는데, 밥도 덜 익은듯 설컹거려서 입에 맛는 음식이 없어서 고생좀 했다. 덕분에 움직일 기미 전혀 안보이던 뱃살이 덜어지는 즐거움을 얻기도 했지만.
인도에서 먹었던 화덕에 구운 밀가루빵(란)을 먹으려고 들어간 가계에서 한국 사람을 만났다.
네팔에 온지 6개월쯤 된다는 그 사람은 아이엠에프 은행에서 일하는 사람이란다.
외국에서 만나는 한국 사람은 참 반갑다.
게다가 맛있는 란과 비싼 환타까지 사주는 젠틀한 신사를 만나다니... 횡재한 기분이었는데,
타멜가는 길을 가르켜달라했더니 기사 시켜 타멜까지 데려다주겠단다.
흠미, 여행 초반부터 이런 복을 만나다니, 그 한국분이 자랑스러웠다!!!
아침에 젖이 없어 아이가 굶는다며 우유를 사달라는 여인이 주는 돈은 받지 않고 막무가내로 가게로 들어가더니 네스카페 상표의 분유를 들고 계산을 해달란다.
가격을 보니 거의 500루피다.
스몰사이즈 없냐고 점원에게 물었더니 작은 통을 가져오는데 가격이 280루피다.
한국식당의 비빔밥 130루피도 아까워 못먹는 처지였지만 애기가 굶는다는 말에 그만 마음이 약해지고 말았다.
그런데 애기가 분유를 제대로 먹었을지 모르겠다. 네팔에서는 젖병을 시장에서 파는데 아무런 포장도 되어 있지 않아서 젖병이며 고무젖꼭지에는 먼지가 뿌옇게 쌓여 있었다.
제몸하나 제대로 씻을 곳도 없는 사람들이다 보니 젖병소독이나 제대로 했을지가 걱정된다.
아침에 베푼 적선이 저녁에 내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듯한 생각이 든다.
선도 복도 돌고 도는것 같다.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