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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는 삼척 `수소시범도시 사업'에 이어 춘천에 `방사광가속기 연구시설' 등 첨단 산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특히 최문순(46회) 지사는 올 초 도의회 시정연설에서 인공태양과 플라즈마 발전소, 3D프린팅 사업 등 최첨단 사업을 강원도 `중심지 전략'으로 꼽았다. 이를 위해 강원도는 최근 강원대, 강원테크노파크와 함께 `2020 제1회 강원 미래 과학 포럼'을 개최했다.
`강원의 미래, 에너지에서 답을 찾다'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는 춘천 출신 유석재(52회)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장이 주목받았다. 그는 춘천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사·석사를 거쳐 독일 카를스루에 공과대학 대학원 플라즈마 박사 학위를 받은 핵융합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유 소장으로부터 인공태양을 중심으로 한 미래 산업의 주요 방향과 강원도의 미래전략 방향을 들어봤다.
수소의 핵 결합해 얻는 에너지
핵분열과 달라…제어 가능해
한국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
15년 내 전기 생산 단계로 진입
`청정'이라는 가치 보유 강원도
청정 에너지 주도 목표 세워야
과학은 장기적 투자·노력 산물
실질적으로 10년 이상 계획 필요
■`인공태양'이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이유는=“지금은 석탄 석유 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화석연료를 전면 금지할 것이다. 그렇다면 연료, 에너지를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 지금까지 많은 나라가 원자력에 주목했지만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번 문제가 발생하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원자력은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다.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풍력이나 태양광은 면적의 문제가 있다. 결국 국토의 크기에 좌우된다. 더욱이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일조시간이나 발전량이 실제 연평균 일일 3.7시간가량인데 이 정도로는 24시간 에너지 공급이 어렵다. 대안이 핵융합, 인공태양을 통한 에너지다. 수소의 핵을 결합해 얻는 에너지, 이를 통해 미래에너지를 얻으려 한다.”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어디까지 왔나=“3단계 기술이 확보되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연료를 모아두는 단계, 처음 가동시키면 계속 자동적으로 연소하는 단계, 에너지로 전환하는 단계다. 1단계는 확보했고, 2단계는 2025년 관련 시설의 건설이 완료될 예정이다. 2035년부터 실험적 검증을 한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7개 핵융합기술 보유국이 모여 진행한다. 전 세계가 1단계는 공유하고 있고, 2단계는 핵융합 강국인 7개 나라가 공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케이스타(KSTAR)는 전 세계에 2대 밖에 없는 핵융합장치다. 중국에 1대가 있는데 한국의 케이스타가 제네시스 급이라면 중국은 그랜저 수준으로 보면 된다.”
■그 중심에 소장님이 있다=“영광스럽게도 그렇다(웃음).”
■아직 마지막 3단계는 꿈의 기술인가=“이제는 꿈이 아니라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 15년 안에 전기를 생산하는 단계로 접어들 것이다. 돌이켜보면 1990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점이었다. 브라운관에서 날씬한 LCD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브라운관 시대를 지배한 것은 일본과 소니였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디지털로 넘어가야 한다고 결정을 내리면서 과감하게 한발 앞서 나갈 수 있었다. 다음 기로는 2035년이다. 과거에는 영토 안에 로또처럼 화석연료가 있어야 에너지 강국이었지만 핵융합 시대에는 기술을 가진 나라가 에너지 강국이다. 우리가 먼저 기술만 확보하면 초강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은 것이다. 앞으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처럼 핵융합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로 나뉠 것이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없나=“핵융합은 핵분열과 다르다. 같은 핵이라고 부르지만 같은 집안이 아니다. 우라늄은 큰 핵이고 수소는 작은 핵이다. 작은 핵은 위험하지 않다. 같은 고양잇과라도 사자와 고양이의 위험성이 다른 것처럼 수소와 우라늄은 다르다. 핵 융합로는 튜브처럼 생긴 곳에 자기장을 만든다. 가동을 멈추는 순간 진공이 된다. 폭발이 아니라 쪼그라든다. 새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밖의 공기가 들어가는 개념이다. 폭발이 익스플로전(Explosion)이지만 수소 핵융합은 임플로전(Implosion·내파)한다. 화학 연료로 쓰는 수소는 완성형 핵융합 연료가 아니기 때문에 터지면 큰 사고가 나지만 핵융합은 다른 개념이다. 핵융합은 인간이 제어할 수 있다.”
■이공계가 홀대받고 있다.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우리 역사에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과학기술의 부재가 불행을 초래했다. 임진왜란 당시 신무기보다 붓이 강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전란이 끝나고 실사구시를 통해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그 사람들도 문과생들이었다(웃음). 다행히 우리가 예전처럼 과학기술이 부족하지 않다. 최근 한일 갈등을 보면 한국이 이미 디지털 주도권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일본 우익이 모르고 있었다. 비교적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던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과학기술은 이 나라의 생존과 우리의 생존, 우리 자녀들의 생존을 담보하는 분야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과학 분야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있을까=“과학은 지속적·장기적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4년마다 선거를 하면서 지속성에 문제가 생긴다. 4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는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최근 중국이 따라붙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문제에서 비롯된다. 지역의 특색을 살리기보다 인기 있는 과학기술에 몰리고 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을 총체적으로 어렵게 하는 문제다.”
■과학에 있어 강원도의 특색은 무엇인가=“강원도는 운이 좋은 지자체다. 청정이라는 가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정은 가난할 때는 필요 없지만 배고픔을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는 중요한 가치다. 청정을 지키자고 한 것이 파리의 기후변화협약이다. 전 세계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내연기관을 없애려고 한다. 영국은 2030년 모든 내연기관을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강원도가 모든 과학기술의 초점을 청정에 맞추면 가산점을 얻고 간다. 예를 들어 수소를 쓰면 물이 나온다. 물은 미세먼지도 환경오염도 없다. 수소에너지는 청정의 엑기스다.”
■수소가 궁극의 에너지인가=“수소는 1차 에너지가 아니다. 전기처럼 가공된 에너지다. 결국에는 핵융합 에너지로 해결해야 한다.”
■핵융합 에너지가 결국 `돈'이 된다는 뜻인가=“그렇다. 사실상 마지막 남은 에너지다. 사람들은 라이트형제가 새가 나는 모습을 보고 날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우스웠을 것이다. 결국 자연을 모방해 성공했다. 태양을 포함한 모든 별이 운용하는 방식이 핵융합이다. 수소에너지의 완성판은 수소핵융합 에너지와 연소를 2인3각처럼 하는 것이다. 시작도 청정, 끝도 청정인 자연과 닮은 에너지인 것이다. 강원도가 과거 화석에너지로 한국 발전에 기여했다면 앞으로 청정에너지를 주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울 수 있다. 부수적인 기술들이 필요하고 기업들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