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상식하는 이세상 음식중에 하이얀 쌀밥과 김치만 있다면 얼마나 건조하고 황량하며 재미가 없을까....
때론 국수랑 삼겹이랑 마블링 빛나는 쇠안심에 캐비어,이태리 피자,,,등등.
우리는 다양하게 여러 음식을 음미하며 즐긴다.
산행도 도상의 판박이 능선만 따른다면 그건 또 무신 재미일까?
때론 계곡으로 흘러들어 선비의 탁족을 즐기고 때론 어느 이름없는 골짜기의 송학이 우짖는 선경에서 삼천갑자의 동방삭이랑 오랜 회포도 풀고,,
이런겄이 진정한 산행의 묘미가 아닐까 여기는건 나만의 자만일까???
동성로 흑장미님.
지난 맹동산 구간에서는 동키호테의 길을 걸었던지라 오늘은 또 어떤길이 기다릴지
자못 궁금하던차에 삼의리에서 곰취 농장으로 올라서니 강한 바람에 라만차의 풍차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다.
모두들 쉼없는 얘기꽃을 피우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는데 임도 건너 표지기가 보은땅
대추나무 열리듯 주렁주렁 달려 있건만 이제 모두들 산길에는 고수들인지라 임도를 휘돌아 돌면 산길과 만난다는 진리를 체득한지라 도깨비 여울목 건너듯 모두들 일호의 의심없이
임도로 진행한다.
비실이 최고의 훈남,김종권 사장님.
수풀에 걸린 빗물을 채며 가는길 보다야 한결 걷느맛이 난다며 희희덕거리며 우쭐우쭐
임도를 따르다가 능선이 약해진 안부에서 산마루로 진행해 기세좋게 내달린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정등로라면 천지뻬까리로 널렸을 표지기가 모두 강원도 포수로 오리무중이고 내려설수록
길은 더욱 희미해진다.
선머리에 섰던 삿갓 성님과 객은 나침판과 지도를 펴놓고 해박한 산행 지식을 총동원하여
내린 결론이 되돌아 서기에는 너무 늦었으니 그냥 내려 서기로 중지를 모은다.
뒷총 홍기표님.
모두들 남부여대하여 칡덩굴을 부여잡고 급경사를 내려서는데 뒤에서 에코지코 고통스런 비명과 함께 미끄러지고 엎어지며 그런 야단이 없었다.
번갯불에 콩 궈먹고 홍수난 들에서 호박 건지더라고 그 와중에서 송이를 대량 채취한 분들도 계셔서 몇 되지도 않는 식구들 중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완연하다.
피래미가 퐁퐁거리는 맑은 계류를 건너자 포장된 깨끗한 임도가 나선다.
의리에 남자. 명장님.
마침 임도를 타고 내려서는 촌부에게 길을 물으니 위로 죽 올라서면 박짐재라고 상세히
알려준다.
열흘 잔치에 열하룻날 병풍친 꼴이기는 하나 모두들 용기백배하여 다시 아낙네는 이고
남정네는 걸빵질로 짐들을 갈무리하여 임도를 따라 풍우같이 몰아간다.
붉은 단풍이 간간히 가을이 도래했음을 피빛같은 잎으로 전령을 삼았건만 잃은 시간을
벌충하느라 제대로 감상할 시간도 없더라.
뒷총님 어부인. 유자님.
근 시간이나 올랐을까..?
골짜기를 크게 한바탕 굽이친 길은 속곡리로 구불텅 거리며 사라지고 자취를 감췄던 낙동의 정등로가 수많은 표지기의 호위 아래 그 찬란한 모습을 드러낸다.
남자들은 마누라 몰래 바람 피운놈 마냥 희희낙락이고 여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 내린다.
모두들 보따리에 쟁여 놓았던 가문의 비주를 꺼내 아낌없이 부어 건배를 하며 서로 자축하는데 황장령까지 언제 갈런지 한숨이 절로 인다.
10단 등극이 코앞인 정태희님.
완만한 능선 두어개를 감돌아 제법 삐알이 뻐근한 마루턱을 오르자 좌우로 표지기가 어지러이 나부끼는 포도산 삼거리에 당도한다.
얼마나 포도가 많이 나면 이름마저 포도산일까,,
시간이 된다면 포도산에서 원없이 포도를 먹고 싶지만 황장재까지는 일각이 여삼추인지라
사추리에 가래톳이 서도록 길을 조인다.
대광 사장님.
포도산 삼거리에서 정맥길은 왼편으로 길을 흘려 보낸다.
길은 완만한 내리막으로 한참을 가라앉는데 도토리가 무수히 떨어진 바람 서늘한 묘지가
있어 중화를 들기로 하고 자리를 편다.
그중 유자님이 준비한 향로버섯 전골과 송어회가 향기로웠고 명장님의 천연산삼 구이와
원숭이골도 일품이였다.
배터지게 자시고 흰구름을 배경 삼아 한숨 달게 자는데 산령을 지나는 바람이 구절초 향으로 코끝을 간질러 잠을 깨운다.
고산자의 후예 삿갓님.
헬기장이 있는 630봉에서 길은 급각히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포산 마을 깊숙히 올라온
밭두렁을 타고 임도를 깝죽거리며 흘러간다.
마지막 송전탑에서 후들거리는 오르막을 지나면 화매재까지 수이 내려선다.
영양과 청송의 경계인 화매재는 차량과 인적이 한가하고 백운과 추풍만이 넘나들뿐이다.
특공대님과 지릿재님.
화매재에서 정맥 초입의 능선엔 사과가 탐스럽게 익어 가고 있어 입맛을 자극하나 사과밭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옛글의 유훈을 생각해 유혹을 떨쳐 내리고 이를 사려물고
단전에 기를 모으니 걸게 든 점심이 이제야 소화가 되는듯 뿌웅하고 방귀가 체신없이
솟구쳐 이래저래 망신이다.
스콜피온님,김이사님,수림님.
높지는 않으나 굴곡이 심한 봉우리에 진을 빼며 혼돌림을 당하는데 저 앞에 보이는 532봉(시루봉)이 더욱 기를 꺾어 놓아 도대체가 발길에 날이 서지를 않는다.
거의 기다시피 시루봉에 오르니 가슴을 뻐개는 시원한 바람이 장맞이 해주며 기를 북돋운다.
마지막으로 송아지 등심을 안주삼아 건배하고는 황장재로 내려선다.
홍대장님과 배사장님, 글구 이순원님.
개구멍을 뚫고 내려선 황장재에는 휴게소와 간이 공원이 있어 쉬어 가기에는 그만이다.
멍청한 객이 디카를 버스에 놓아두고 가는 실수를 저질러 뒤늦게 하산하는 식구들 그림을
그린답시고 분주를 떠나 이미 행차뒤에 나팔격으로 김이 빠져 신명이 없더라.
구미에서 새로 합류하신 준족님(성함을 몰라 죄송함다.)
하산주는 영덕의 어느 식당에서 쇠고기 전골에 오늘 채취한 송이를 넣어 배터지도록
먹고도 다섯 가마니나 남아 모두들 한가마니씩 싸서는 집으로 가져 간다.
아내와 아이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해 마음에 신이 나는데 약간의 부상으로 참석하지 못한 유박사님께는 더욱 송구스러진다.
언능 쾌차하사 다음 구간에는 꼭 같이 하기를 기원해본다.
북두셩이 서편을 가르칠때야 집에 도착하니 아내의 말간 얼굴이 더욱 이뻐 보인다.
"여보, 퍼뜩 오소.오늘 송이를 마이 무가꼬 그런지 자꾸 대가 선다카이. 함 씨기 들이대
볼낀게 각오 단디하소마."
"......"
천하 개잡놈, 난테.
두 잡놈 잡년의 희학질과 방구들 절구질에 문짝에 대나무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달빛이 푸러렀다 붉었다 요동을 치더니 종래는 오동나무 이파리로 얼굴을 가리며 돌아 앉았대나 어쩟대나 ,,,, 어, 참으로 황홀한 밤일시..
2010년 10월 5일 난테 진맹익 청정..
첫댓글 오잉? 난테님 얼굴이 쑤~~~욱 빠졌네요? 가히 개잡넘이 아니라 쭈쭉빵빵 훤칠 샤방샤방한 ,이렇게 준수하고 8척장신에 잘빠진 몸매의 소유자입니다 ㅎㅎㅎㅎㅎㅎ마상에 송이동 이라,,, 송이,,,표고,,싸리 ,,노루궁딩이,, 능이,,,입맛만 다시어봅니다,
참 지난 구간에서는 노루 궁뎅이도 한수 했다던데 전 불참해 실물 구경은 못했읍니다. 감사드림니다.
오늘은 산은 없고 웬 미남 미녀들만이 기득합네까? 기중에서도 선수는 라스트에서 나타난다꼬 난테아우가 젤로 폼납니다. 척 보면 삼척이라꼬 MTB복장이라 잔차 타면서 찍은 사진인 모양인데 이정도면 모델 표지 사진으로도 손색이 없수다. 그런데 진짜로 궁금한 것이 있는데 마지막 송이 자시고나서 집에가서 제수씨랑 합방하는 장면은 실제 상황인지? 아니면 꾸며낸 픽션인지 그것이 궁금하니 쪽지로 꼭 답신 바랍네다. 흐흐흐..
거시기,,그렁게로,, 머시냐,,, 흐으음,,, 그날 달이 뜨긴 떳던가요?
그러게요 단디했는지 궁금합니다. 산행복장과 잔차복장의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날줄이야 물론 몸매의 차이가 가장 크겠지만 말입니다. 언제나 웃음이 뭍어나는 해학넘치는 글들 웃음기 가득 물고 물러갑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요즘 단디 할라꼬 노력하고 있읍니다. 즐산하고 계시죠??
한 마디로 님도 보고 뽕도 땃다는...
길을 잘못 들어 생긴 에피소드죠, ㅡ그래도 좋던데요,,
산행기가 넘 재미있습니다. 올해도 귀하다는 그 귀한 송이를 어떻게 가마떼기로 채취하셨는지, 송이밭에 가따 오셨네요,..흐미, 부러버라,
지리산 장당골에 송이가 좀 난다고 해서 수년전에 칭구넘이랑 가치 가따가 하나도 몬캐고 덕산에서 15마넌주고 사서 집에와서 소고기랑
꾸버 묵으니,.참으로 그넘의 향이,...올해도 고향뒷산에 송이가 좀 난다는곳이 있어 한바쿠 했는데,..아무것도 없드라구요,..
그 ,.귀한 송이를 드셨으니,..올해말까지는 까닥장단입니다, 엠티비 복장도 넘 멋지시고,.
정확히 주왕산 가기 전인데 전 그게 송이인줄도 모르고 발로 차고 다녔는데,, 이젠 조금 알듯 합니다. 늘즐산 안산 빕니다.
누구에게 들었던가, 괴기도 못 먹는놈(물론 놈자는 내말이아니고) 이라던데 초장에는 웬 고기타령을 하시는지.
송이 먹으니 정말로 희학질이 잘 되던가요 그렇다면 과부땡변을 내어서라도 송이 사 묵어야 쓰겠다.
등산복이 아니라는 위의분들이 말씀이 자자한데 여러가지 하십니다.
선생님의 건강 즐산 늘 기원하며 안신 행복 이루소서,,
난테님이 젤 멋쟁이로구먼요...글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배꼽빠지는 줄 알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