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오씨의 <소설 태백산맥 그 현장을 찾아서>를 읽고
이 책은 이동하교수의 책 '한 자유주의자가 본 세상 읽기'를 읽은후 산 중고서적이다.
철없던 대학시절에 태백산맥을 탐독하던 아련히 추억이 떠오르는 느낌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영화로 만든다며 좌우대립으로 치닫던시절 '단성사'에서 단체관람하기도 했었다.
'대쥬신을 찾아서1,2'를 쓰신 김운회교수님께서 우리나라 소설가들은 나이를 먹으면 꼭 중화민족주의사상이 뿌리깊게 담긴 '삼국지연
의' 같은 허구로 가득한 작품에 연연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학창시절 군사정권에 반대하던 대학생과외선생님이 '장길산'을 권해 나중에 읽었는데 이건 의적이라기보단 좀도둑이란 느낌만 받으
며 완독했다.
이동하교수가 황석영씨에 대한 말이 있기전 오래된정원,바리데기등 여러권을 읽다가 아뿔싸 돈은 벌고 싶지,창의력은 바닥났지,글재
주는 있지,명성은 유지하고 싶지 그런 작가들이 마지막에 잡는 동아줄인 삼국지를 쓰는걸 보며 이건 아니다 했는데 조정래씨도 '불놀
이'에선 신선한 면도 있었지만 태백산맥,아리랑,한강등 다 사보았다 글재주만은 탁월하다는건 인정해야 되겠지만 태백산맥에도 삼국
지연의 같은 함정이 있는 줄은 몰랐다.
몇년전 이젠 아동들을 위해 글을 써야한다고 했던가 위인전등 이문열씨가 영웅,삼국지 같이 이미 뼈대가 만들어진 작품에 살만 붙이
겠다는 속셈과 뭐가다를까
군대있을때 운동권하다 들어온 내무반동기가 권해줘서 읽었는데 이런 책이었다니
우리나라는 옛부터 산하를 백두대간 한남정맥과 같이 1대간13정맥과 같은 고유의 지명으로 불러왔다.
1903년 일본인 고토 분지로가 조선의 지하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만든 '조선 산악록'이란 책에서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단어가 태백산
맥이다.
물론 감기나 관람,경관 같은 일본식 용어도 우리 주변엔 많고 책제목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그럼 왜 조정래씨의 '태백산맥'에만 문제제기를 하냐고 할 것이다.
일반책들은 일본식용어를 사용해도 민족의 얼을 오늘에 되살려 같은 말은 하지 않는다.
태백산맥의 경우 책 구석구석에 민족의 얼을 오늘에 되살려라는 내용이 곳곳에 있지만 정작 제목은 일본식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역사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과 시각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의 증언을 애써 외면하거나 자신의 틀에 맞
게 짜맞추었다는 이야기를 나는 김종오씨의 '소설 태백산맥 그 현장을 찾아서'와 이종오교수의'한 자유주의자가 본 세상 읽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한마디로 태백산맥은 자신의 인식의 틀에 시대를 꿰맞추었기 때문이다 두가지만 예로 들어보자 한민당을 보자 책속에서는 친일모리
배들의 집단이란 인식을 심어주는데 촛점을 맞추었지만 그시절 권모술수를 써가며 부정한 방법으로 국회의원이 되려는 정치풍토는
없었다.
있었다해도 이 당시에는 독립운동을 한 사람이라면 거의 무조건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김구선생 송진우선생이 계신 한민당에
도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데도 태백산맥은 한민당은 '친일'에서 '친미'로 '주인'만 바꿔섬기는 매국노집단으로 묘사되어 있고 반면 좌익세력은 한결같이 애
국애족의 투사들이요 민중의 진정한 해방을 위해 싸운 전사들로 나타난다.
좌익이냐 우익이냐 하는 것은 사상적 노선의 차이를 나타내주는 것일뿐 그것이 인격과 행위의 정당성 여부까지 결정짓는 요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책 내용에..
'후임으로 온 백남식중위 역시 다른 우익 인물들에 뒤질세라 음험하기 짝이 없고 비도덕적이고 몰인격적인 속물중의 속물로 묘사하고
있다.'
좌익에 의해 한 마을사람 대부분이 몰살을 당한 자맥이 사건이나 율어면에서 일어난 송선회학살사건 오경심과 좌익 지창수선동으로
일어난 14연대반란이야기등 작가는 태백산맥을 쓰기 위해 벌교나 율어등지를 25회나 조사하였다더니 왜 '자맥이사건'과 같은 좌익에
의해 자행된 만행들은 쏙 뺀 것일까.
당시 제주도 근해에는 국적 불명의 잠수함이 출몰하고 있다는 풍문이 나돌고 있어서 신중한 성격의 연대장 박승훈은 만일의 사태를
고려하여 출발시간을 2시간 연장시켰다. 그러나 출발 2시간 연기가 14연대 반란이란 엄청난 참극을 유발시킨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른
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제주에 출동할 군장을 챙기는가하면 들뜬 분위기 속에서 잡담으로 자유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내무반 분위기와는 관계없이 연대 지창수상사가 이끄는 사병 40여명은 완전무장을 갖춘 채 어둠 속에서 각자 임무를 부여받고
탕약고,위병소 등지로 배치되었다.
이 때 지창수 상사가 사열대 단상에 올라가 "장병 여러분! 경찰이 이곳을 습격하려 한다는 정보가 있다.
동족을 학살하는 제주도 출동을 절대 반대한다.
지금 북조선 인민군이 남조선 해방을 위하여 38선을 돌파 진격중이다.
우리는 북상하는 인민해방군으로 행동하자."
이처럼 격앙된 목소리로 선동하자, 일부 사병이 이에 "옳소 옳소"하며 가세하였다. 지창수가 미리 대역 속에 배치하여 두었던 부하들
이었다.
공산주의 사상에 물든 지창수상사 한 사람의 선동 몇마디가 후일 동족의 가슴에 총을 쏘며, 죽고 죽이는 비극의 씨앗이 될 줄은 아무
도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다.
이때 대열 속에 끼어 있던 고참 하사관 3명이 사열대 앞으로 나와 "지창수 너 빨갱이구나"하면서 "우리는 국군으로 행동하자"고 타이
르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일당이 만류하는 3명의 하사관에게 총을 난사한다.
"누구든지 반항하면 저렇게 죽는다는 것을 명심해라"하면서 지금부터 무기와 탄약을 마음껏 휴대한 다음, 경찰을 타도하고 인민을 위
한 혁명군이 되자고 다시 선동하였다.
이리하여 2,300여명의 연대병력을 반란군으로 가담시키는 데 성공한 지창수가 사전 계획한 각본에 따라 반군지휘체계로 편성을 끝내
자, 그들은 연대에 있는 장교들을 색출하기 사작하여 대부분 사살하고, 이용가치가 있는 장교들은 취사장 창고 안에 우선 구금시켰다.
결과적으로 동족 학살이라는 제주도 출동거부의 명분은 14연대 반란을 야기시켰고 오히려 더 많은 동족이 죽고 죽이는 참극이 연출되
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좌익의 미화로 일관한 <태백산맥>반미감정에 울분하고 있을 미체험 청소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섬칫하다.
작가자신이 말했듯이"소설가는 역사앞에서 '제멋대로'일 수 없다" 역사를 전제로 한 소설은 시대진실과 시대정신을 올바르게 반영해
야 한다고 했던가 휴전 당시 상황을 보자
김일성은 인민군과 중공군포로와 부상병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배려속에 휴전협정조항에 넣어 북으로 귀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
나 UN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퇴로가 막혀 지리산이나 태백산에서 유격전을 하던 인민군정규군과 남한출신의용군은 1953년 휴전협
정을 맺으면서 남한산악에서 항전을 계속하고 있던 10만 빨치산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작가는 역사를 다룸에 있어 제멋대로 일 수 없다.
전두환이 83년 아웅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억세게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교통정체가 전혀없는 랑군에 그날따라 정체가 있어 10분 늦었고 마침 그때 버마대사가 국기를 단 차를 타고 먼저 도착한다.
독재자도 운이 따라야 독재를 할 수 있듯 태백산맥도 그 당시 암울한 군사독재의 상황에서 의지처를 잃은 지식인들의 마음을 달래줄
위안을 담고 있었기에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온 것이다.
우리나라 지식인 사회가 아직 충분한 정도의 다양성과 풍부성을 갖추지 못하여 문학에 제 능력이상의 짐을 맡길 수밖에 없었던 기간
동안 문학인들 가운데 일부는 자기능력의 한계를 알지 못하고 지나치게 자기능력을 과대하게 생각한 상태에서 정치,경제,사회분야의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쓸데없이 목청을 높여 잘못된 이론을 부르짖고 그 결과 문제의 올바른 해결에 장애를 준 일이 많았다.
조정래씨는 '작가는 역사를 다룸에 있어서 제멋대로일 수 없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적어도 한 가지의 측면은 올바르게 파악한 것 같다. 그간에는 좌익 또는 공산주의자라면 볼 것 없이 잔혹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로 생각했던게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맹목적인 반공주의의 영향에 크게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분명 잘못
된 것이다. 좌익이라 해서 무조건 '나쁜 사람'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공산주의 운동가들은 모두 자기희생적이고 인간적이며
진정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민 강형진씨의 기억이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 조정래씨는 기
존의 맹목적인 반공주의와 똑같은 잘못을 저지른 셈이다. 단지 그 입장만 뒤바뀌어 있을 뿐, 편협하고 일방적이라는 점에서 <태백산
맥>은 기존 반공 소설과 다를 것은 하나도 없다.
작가 자신이 말했듯이"소설가는 역사앞에서 '제멋대로' 일 수 없다 역사를 전제로 한 소설은 시대진실과 시대정신을 올바르게 반영시
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