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빵』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 이것이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너희
조상들이 먹고도 죽은 것과는 달리,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요한 6,53-58).”
1) 요한복음에, ‘생명의 빵’에 관한 말씀이 아주 길고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은 이 말씀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이 중요한 말씀이 왜 공관복음에는
없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사실 공관복음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성체성사를 세우실 때 하신 말씀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태 26,26-28; 마르 14,22-24; 루카 22,19-20)”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라는 말씀은,
글자 그대로 ‘당신의 몸’을 받아먹으라는 말씀입니다.
“이 빵이 내 몸은 아니지만 마치 내 몸을 먹는 것처럼
상징적으로 이 빵을 받아먹어라.” 라는 뜻이 아니라......
‘피’에 관한 말씀도 마찬가지입니다.>
2)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1서에
‘살과 피’에 관한 예수님 말씀을 기록했습니다.
“나는 주님에게서 받은 것을 여러분에게도 전해 주었습니다.
곧 주 예수님께서는 잡히시던 날 밤에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또 만찬을 드신 뒤에 같은 모양으로 잔을 들어
말씀하셨습니다.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사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당하게
주님의 빵을 먹거나 그분의 잔을 마시는 자는 주님의
몸과 피에 죄를 짓게 됩니다. 그러니 각 사람은 자신을
돌이켜보고 나서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셔야 합니다.
주님의 몸을 분별없이 먹고 마시는 자는 자신에 대한 심판을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1코린 11,23-29).”
여기서 “주님의 몸을 분별없이 먹고 마시는 자”는,
‘성체모독죄를 짓는 자’입니다.
“자신에 대한 심판을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 라는 말은,
성체모독죄를 짓는 자는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경고’입니다.
3) 바오로 사도가 성체모독죄를 경고한 것은, 그 당시에
코린토 신자들이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짓을 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한데 모여서 먹는 것은 주님의 만찬이 아닙니다.
그것을 먹을 때, 저마다 먼저 자기 것으로 저녁 식사를 하기
때문에 어떤 이는 배가 고프고 어떤 이는 술에 취합니다.
여러분은 먹고 마실 집이 없다는 말입니까?
아니면, 하느님의 교회를 업신여기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을
부끄럽게 하려는 것입니까? 내가 여러분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겠습니까? 여러분을 칭찬해야 하겠습니까?
이 점에서는 칭찬할 수가 없습니다(1코린 11,20-22).”
“그러므로 나의 형제 여러분, 여러분이 만찬을 먹으려고
모일 때에는 서로 기다려 주십시오(1코린 11,33).”
당시에 그곳에서는, 부자들이 자기들끼리만 먹고 마시면서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키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자들과 가난한 이들이 분열되어 있었습니다.
부자들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기들의 식사를 ‘주님의
만찬’, 또는 ‘아가페 식사’ 라고 불렀는데, 가난한 이웃에 대한
사랑도 없고, 자비도 없으면서 그것을 ‘사랑의 만찬’이라고
말한 것은 위선이었고 죄였습니다.
<결국 ‘아가페 식사’는 얼마 못가서 폐지되었고,
지금의 성체성사와 같은 예식만 남게 되었습니다.>
성체성사의 정신은 ‘사랑’과 ‘일치’입니다.
예수님을, 또는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신다는 말은,
주 예수님의 사랑과 생명력을 받아먹는다는 뜻이고,
예수님과 일치를 이룬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과 일치를 이루는 일은,
이웃과 일치를 이루는 일과 하나가 됨으로써 완성됩니다.
만일에 예수님과 일치를 이루었다고 말하면서도 이웃과는
일치를 이루지 않는다면, 그것은 예수님과 일치를 이룬 것이
아니고, 그 말은 거짓말입니다(1요한 4,20).
4) “믿는다. 먹는다. 살과 피를 먹고 마신다.” 라는
말은 모두 뜻이 같은 말인데, 점점 더 강하게
실생활에 연결해서 표현한 말입니다.
만일에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시지 않고, “나를 믿어라.
나를 먹어라. 내 살과 피를 먹고 마셔라.” 라는 말씀만
하셨다면, 우리는 그 말씀을 상징적인 가르침으로만 생각했을
것이고, 그 가르침은 실제 생활과는 아무 상관없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교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성체성사는 상징적인 일이면서 동시에 실제적인 일이고,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고 ‘삶’입니다.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서 실제로 예수님과 사랑으로
일치를 이루고, 예수님의 생명력을 실제로 받아먹고,
실제로 그 힘으로 살면서 영원한 생명을 향해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