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립
박수화
노점 알뿌리들 사와 그물망 채 화분에 심을 때
한 가족으로, 발코니 카페 마리아 테레지아
구석 눈길조차 없던 그 자리 터 잡을 때
쑥쑥 초록 잎들이 자라 쓰러지자 꽃술 매달고
축포로 가슴이 팡팡 터져오를 때마다
직립의 꽃대들
스타벅스 청춘들 사이 탁자 위 층층 케이크
한 조각 요트처럼 곁들이고
뜨거운 자몽 허니 블랙 차를 마실 때
서른 해 동안 삭지 않는 그물 뚫고
웅크린 시간이 기지개 켤 때마다
동해의 볼록볼록 알배기 양미리 떼로
알뿌리들의 반란, 그것들이 화분 위까지
발끈발끈 솟아올라 터전 잡을 때
망망한 마음속 분갈이 엄두가 오싹
사그라질 때쯤 가윗날이 지친 그물망 배를
싹둑 갈라놓는다
스스로 묶여있던 시간이 꼿꼿이 풀려나
비로소 푸른 하늘 날아오를 때, 이 자유로움
꽃무릇 꽃잎꽃잎 붉은 상사화
네 이름 바로 세운다
----애지 여름호에서
박수화
경남 김해 출생. 숙명여자대학교 졸업. 2004년 평화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새에게 길을 묻다』『물방울의 여행』『체리나무가 있는 풍경』『흐린 날 샤갈의 하늘을 날다』ebook. 한국꽃문학상, 화랑대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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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4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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