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를 가장 잘 암기하는 방법
한자를 공부하는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복잡한 한자를 쉽게 암기할 수 있는가?"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가장 쉽게 한자를 공부하는 방법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1. 한자의 부수는 무조건 암기하세요.
우리가 영어를 공부하려면 먼저 알파벳 ABC를 배웁니다. 또 한글을 배울 때에는 자음(ㄱㄴㄷㄹ...)과 모음(ㅏㅑㅓㅕ...)을 배웁니다. 만약 자음과 모음을 배우지 않고 한글을 그냥 외우려면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해 보십시오. 반대로, 자음과 모음을 알면 한글 배우기가 얼마나 쉬운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한자 공부가 어려운 이유는 한자의 부수는 배우지 않고, 바로 한자를 배우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한자의 기본 글자는 부수(部首)입니다. 한자를 보면 제각기 다른 글자처럼 보이지만, 한자의 97%는 이러한 부수가 합쳐져 한 글자를 이룹니다.
한글 자모음은 24자이지만, 한자의 부수는 214자나 됩니다. 그러나, 이 214자는 대부분이 상형문자이기 때문에 물건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외우면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수가 몇 개 합쳐지면 지사문자나 회의문자, 혹은 형성문자가 됩니다. 하지만 214자를 모두 암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중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글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한자 공부에 필요한 부수를 자세하게 정리해 두었습니다.
2. 부수를 암기할 때, 부수의 원래 뜻을 알아야 합니다.
[그림] 사람의 손을 본떠 만든 4개의 상형문자(★ 그림에서 고슴도치 머리 계자를 돼지머리 계로 수정해주세요★)
모든 부수는 뜻과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흙 토(土)자는 '흙'이라는 뜻과 함께 '토'라는 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수의 뜻이 처음 만들었을 때와 달라진 글자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손톱 조(爪), 또 우(又), 왼손 좌(屮), 돼지머리 계(彐)자를 처음 만들었을 때는 모두 '손'이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실제로 이 4글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방향만 다를 뿐 똑같이 생겼습니다. 즉, 5개의 손가락을 3개의 손가락으로 간단하게 나타낸 손의 모습입니다. 이들 부수가 다른 글자 속에 들어가면 모두 손이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받을 수(受)자는 한 손(爪)으로 어떤 물건(冖)을 주고 다른 손(又)으로 받는 모습입니다. 잡을 병(秉)자는 '벼(禾)를 손(彐)으로 잡다'는 뜻입니다.
[그림] 사람의 발을 본떠 만든 4개의 상형문자(★ 그림에서 걸을 쇠자를 천천히걸을 쇠자로 수정해주세요★)
재미있는 사실은 손과 마찬가지로 발을 나타내는 글자도 발가락을 3개로 나타내었습니다. 이 글자들도 모두 다른 뜻을 가졌지만 다른 글자 속에서는 '발'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언덕에 올라간다'는 의미의 '오를 척(陟)'자에는 위로 향한 발의 모습인'그칠 지(止)'자가 들어 있습니다. 또한 '언덕에서 내려온다'는 의미의 '내려올 강(降)'자를 보면 아래로 향한 발의 모습인 '천천히걸을 쇠(夊)'자가 들어 있습니다. 두 글자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언덕 부(阝)'자는 언덕을 오르내리는데 필요한 계단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손과 발을 나타내는 이러한 글자는 다른 글자 안에서 자주 나오므로 여기에서 반드시 외어 둡시다.
3. 한자를 분해해서 외우세요.
한자는 98% 이상이 2개 이상의 기본 글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회의문자나 형성문자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글자를 암기할 때에는 반드시 분해해서 암기하십시오. 글자를 분해하면 대부분이 부수로 분해되기 때문에, 부수만 알면 한자가 더 이상 어렵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한자 공부를 할 때 해(解)자나 령(靈)자를 어떻게 암기했는지 생각해보십시오. 한자 전체를 그대로 머릿속에 집어넣는 방법을 사용했다면, 분명 "한자 암기란 너무나 어렵다"고 불평했을 겁니다.
하지만 해(解)자를 분해해 보면 뿔 각(角), 칼 도(刀), 소 우(牛)자로 나누어집니다. 이 세 글자는 모두 부수 글자인데, 부수를 모두 익혔다면 이 글자를 암기하기 위해 더 이상 머리가 아플 일이 없습니다. 더욱이, 이 세 글자가 합쳐져서 '칼(刀)로 소(牛)의 뿔(角)을 잘라내다'에서 '분해하다, 풀다'라는 뜻이 생긴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산신령(山神靈), 영혼(靈魂) 등에 사용되는 영묘할 령(靈)자는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글자를 분해해 보면 비 우(雨)자와 입구(口)자 3개, 무당 무(巫)자가 합쳐진 글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입(口)으로 주문을 외우며 비(雨)가 오기를 기원하는 모습으로,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무당 무(巫)자가 추가되었습니다. 비오기를 기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무당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풀어 놓고 뜻을 생각하면 쉽게 외울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배워야 할 모든 한자를 이와 같이 모두 풀어 놓았고, 풀어 놓은 각각의 한자에 대한 음과 훈도 달아두었습니다.
[사진] 비 우(雨)자와 입구(口)자 3개가 합쳐진 영묘할 령(靈)자의 옛 글자
4. 사용되는 낱말도 함께 암기하세요.
우리나라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자를 배워도, 그 한자가 어떤 낱말에 들어가는지 알 수 없다면, 한자 공부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즉, 모을 집(集)자를 알더라도 이 글자가 어디에 사용되는지 알 수 없다면, 필요 없는 지식이 되고 맙니다. 따라서 한자를 암기할 때, 이 한자가 들어가는 낱말(한글)을 함께 암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모을 집(集)자는 '현명한(賢) 사람을 모아둔(集) 궁전(殿)'이란 뜻의 집현전(集賢殿), '기체(氣)를 모으는(集) 병(甁)'이란 뜻의 집기병(集氣甁) 등과 함께 암기해야 합니다. 이렇게 암기하면 글자의 뜻도 잘 이해되고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습니다. (참고로 세종대왕 때 훌륭한 학자들의 모여 훈민정음을 만든들 곳이 집현전이고, 과학 시간에 산소나 이산화탄소와 같은 기체를 모으는 병이 집기병입니다.)
이 책에서 예를 드는 낱말은 대부분 중학교 교과서나,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낱말입니다. 한자를 알면, 집현전(集賢殿)이나 집기병(集氣甁)과 같은 낱말들이 뜻도 모른 채 무조건 암기할 때보다 쉽게 암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한자가 그래도 싫은 사람이라면 굳이 한자를 알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집현전은 '현명한 사람을 집합시켜 놓은 궁전'으로, 집기병은 '기체를 집합시켜 놓은 병'이라고 암기만 해도 됩니다. 이렇게만 암기해도 한자 공부가 저절로 됩니다.
5. 훈과 음을 한 낱말처럼 암기하세요.
한자를 암기할 때는, 한자의 음과 훈을 합쳐 한 낱말처럼 암기하십시오. 예를 들어 '천(天)'자를 암기할 때, '하늘 천(天)'자로 암기하세요. 즉 '하늘'과 '천'이 별개의 낱말이 아니라, 하나의 낱말인 것처럼 '하늘천'으로 암기하라는 말입니다. 한자는 음도 중요하지만, 뜻을 나타내는 훈을 모르면 쓸모가 없는 글자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책의 모든 한자에는 훈과 음을 항상 함께 표기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읽기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자꾸 보면 익숙해질 뿐더러 한자 공부에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6. 뇌에 자극을 강하게 주세요.
어릴 때의 기억 중에서 잊히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 기억들의 공통점은 자극이 굉장히 강했다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암기를 할 때 자극을 강하게 주면 줄수록 오랫동안 기억됩니다.
암기를 한다는 것은 뇌에 기록을 남기는 것입니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뇌세포끼리의 연결 부위인 시냅스(synapse)가 강화되어서 여러 개의 뇌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기억을 하기 위해서는 시냅스를 강화시켜야 하는데, 시냅스는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시각-보기, 청각-듣기, 미각-맛보기, 후각-냄새 맡기, 촉각-만지기)에서 오는 자극으로 강화됩니다. 즉, 우리가 암기를 하기 위해서는 보거나, 듣거나, 맛보거나, 냄새를 맡거나, 만져봐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우리가 암기를 하기 위해 책을 보면 눈으로만 자극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소리내어 읽으면 귀로 자극이 들어오고, 손으로 쓰면 촉각으로 자극이 들어와서 자극이 강해집니다. 따라서 눈으로 보는 동시에 입으로 읽고 손으로 쓰면 더 빨리 암기할 수 있습니다.
7. 반복하여 암기하세요.
학자들에 의하면 시냅스를 강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은 자극을 반복하여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직 제대로 말을 배우지 못한 아이가 TV에서 나오는 CM송을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반복 효과 때문입니다. 또, 노래 중에서도 반복하는 구절이 많은 노래를 사람들이 잘 따라하는 것도 반복 효과입니다. 따라서 한자를 잘 암기하기 위해서는(한자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복해서 보고, 읽고,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한자는 책 전체에 걸쳐 대부분 두 번 반복해서 나오게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쉴 휴(休)자에 대한 설명은 사람 인(人)자에서 나오고 나무 목(木)자에 다시 나옵니다. 또 서리 상(霜)자는 비 우(雨)자에서 나오고 하권의 서로 상(相)자에서 다시 나옵니다. 따라서 이 책을 한 번 읽으면, 두 번을 읽은 효과가 납니다. 또 이 책이 2권으로 되어 있지만 반복된 내용을 빼면 한 권 분량 밖에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책의 분량이 많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반복의 가장 큰 단점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부를 잘하려면 오랫동안 공부를 해야 합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고, 손으로 쓰고, 집중해서 여러 번 반복한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암기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누구나 아는 당연한 이야기이며, 따라서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