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살아내며, 4월의 일기, 맏이 생일에
‘오늘 서현이 애비 생일 축하한다.’
아내가 우리 가족들 카카오톡 단체방에 그 한 줄의 메시지를 게시한 것으로, 우리 가족들의 메시지 대화가 시작됐다.
2023년 4월 11일 화요일인 바로 오늘 오전 8시 21분을 막 찍고 넘어가는 시각의 일이다.
나는 그 메시지가 게시되는 실시간에 확인했다.
카카오톡 창이든, 페이스북 창이든, 유튜브 창이든, 온라인에서의 모든 소통 창구는 늘 열어놓고 그때그때 챙겨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오늘이 맏이의 마흔네 돌 생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과연 우리 가족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궁금해서, 아예 그 방을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딱 1분 뒤에 맨 먼저 오늘 생일을 맞은 본인인 맏이의 답이 있었다.
딱 한 줄로, 이랬다.
‘큰 놈 낳아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 어미의 생일 챙김에 좀 더 정겨운 글로 답을 할 수 있으련만, 맏이는 그렇게 농담조 댓글로 끝내고 있었다.
그 댓글에 아내가 먼저 발끈하는 답을 붙였다.
이랬다.
‘난 큰 놈 낳지 않고 3.6키로 작은놈 낳았었다.’
곧 이어 막내가 ‘생일 축하해 형아!’라고 댓글을 붙였고, 막내며느리 은영이가 ‘아주버님 생신 축하드려요~~ 이번에는 생일잔치도 못 하네요.ㅡ대신 요거~^^’라고 라고 댓글을 붙였다.
그 ‘요거’라는 것은 쌀밥으로 작은 케이크를 만들어 촛불 하나를 꽂아서 켜놓고, 그 주위에 가족들이 둘러앉아 생일 축하노래를 부른 뒤에, 세 살배기인 서율이가 그 촛불을 끄는 동영상이었다.
그렇게 가족들의 동향을 쭉 지켜본 뒤에, 내가 댓글을 붙였다.
당초에는 맏이의 농담조 댓글에 작은 시비를 걸어볼까 했으나, 이미 아내가 앞서 나서서 발끈했기에, 그것으로 충분하다 싶어서, 나는 오로지 긍정적인 댓글을 붙이기로 했다.
다음은 붙인 그 댓글이다.
‘아하, 그런 날이구나. 어제는 엄마가 말을 해서 오늘이 애비 생일임을 알고 있었는데, 하룻밤을 자고난 오늘은 내 또 깜빡하고 말았다. 나는 애비로 인해서 깨우친 것이 참 많다. 영화 '아이 앰 샘'도 그렇고, 오페라 '투란도트'도 그렇고,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그렇다. 특히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와서 내게 전해준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으로 인한 ’소름끼치는 감동‘의 이야기는 더 그렇다. 내게 깨우침으로 다가왔던 그 사연들은 참으로 고맙기만 하다. 그 고마운 마음에, 내 선물을 보낸다. 둘이다. 하나는 서현이가 좋아할 것 같은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이고, 또 하나는 노래 한 곡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그렇게 댓글을 붙이고 난 뒤에 곧바로 선물을 보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베스킨라빈스의 33,000원짜리 ‘나눠먹는 와츄원’을 카카오톡 개인 메시지로 선물했고, 유튜브에서 선곡한 이태리 작곡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테너 파바로티가 부르는 영상을 우리 가족들의 카카오톡 단체방에 게시해서 선물했다.
그리고 한 통의 메시지를 더 게시했다.
그것은 맏이의 생일을 맨 먼저 챙긴 아내를 위한 것이었다.
곧 이랬다.
‘수고하신 당신을 위해서도 선물 하겠소. 그것도 둘...하나는 점촌서 점심 먹는 거, 둘은 저녁에 우리 둘 만의 치맥으로..’
첫댓글 명문댁 부장님!
생일잔치가 뻥차네!
Happy Birth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