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용사
원제 : The Ultimate Warrior
1975년 미국영화
감독, 각본 : 로버트 클라우즈
출연 : 율 브리너, 막스 본 시도우, 조안나 마일즈
윌리암 스미스, 리처드 켈튼, 스티븐 맥해티
'최후의 용사'는 명배우 율 브리너의 후기작품입니다. 1975년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당시 율 브리너는 55세였습니다. 그가 맡은 역할은 엄청난 싸움실력을 지닌 칼잡이 전사, 요즘이야 '테이큰' 이후로 할배액션이 주류를 이루지만 70년대 당시 50대 배우가 전사역할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율 브리너는 70년대에 와서 '웨스트 월드' 라는 영화에서 예의 매서운 분위기는 여전했지만 배가 나오고 노회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2년뒤에 출연한 '최후의 용사'에서는 오히려 회춘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상체를 벗은 몸에서 풍기는 탄탄하고 다부진 체격, 대머리라서 나이가 가늠되지 않는 모습과 강인한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혹성탈출' '매드맥스' '소일렌트 그린' '오메가맨' 등의 영화처럼 암울한 미래를 다룬 염세주의적 SF 영화입니다. SF영화라고 해서 규모가 크거나 제작비가 많이 든 것이 아닌 그냥 소품입니다. 여러가지 과학적 요소가 나오는 것이 아닌 그냥 미래시대를 다룬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2012년, 당시로서는 무려 37년 뒤의 미래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11년전의 과거입니다. 즉 당시 만들어진 여러 염세주의적 영화들과 달리 인류는 아직 멸망하지 않고 더 발전된 문명의 혜택과 질서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행이지요.
2012년 뉴욕, 전염병이 크게 돌고 이미 국가시스템 등의 질서는 무너진지 오래입니다. 작물도 자라지 않고 식량과 물도 부족한 암울한 시대입니니다. 생존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음식 등을 지키기 위해 무리를 지어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고 은둔해서 살아갑니다. 뉴욕의 어느 지역에서 남작(막스 본 시도우)이라 불리우는 지도자가 이끄는 그룹과 캐럿(윌리암 스미스) 이라는 악당이 이끄는 무리들이 거리를 중심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캐럿 일당에 비해서 남작의 그룹은 비교적 물과 식량이 여유로운 상황입니다. 남작의 사위라 할 수 있는 칼 이라는 남자가 곡물 재배법을 연구하여 콩, 토마토 등을 기르는데 성공한 덕분입니다. 비둘기나 인육까지 먹는 험악한 세상이 된 상황에서 남작의 구역은 그래도 배급등이 질서있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초중반을 보면 마치 최근 한국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연상됩니다. 딱 그만한 인원과 그만한 크기의 영역에서 자신들의 세계와 질서를 유지하는 사람들, 심지어 외부인을 데려와 그들을 지키는 전사로 활용하는 것도 약간의 유사함이 있습니다. 남작은 바깥의 도서관 건물쪽에서 이틀째 꼼짝도 안하고 서 있는 다부진 체격의 한 남자를 주시합니다. 전사가 부족한 자신의 무리에서 그를 영입하면 딱 좋겠다는 생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가 그를 설득하지만 그 정체모를 남자는 미동도 안합니다. 포기하고 돌아오는데 캐럿 일당의 기습으로 남작 일행은 위기에 처하는데 갑자기 그 정체모를 남자가 나타나서 캐럿 일당을 모두 처단하여 남작의 목숨을 구합니다. 그의 이름은 카슨(율 브리너), 카슨은 엄청난 전사로 남작의 집단에 합류하고 남작은 천군만마를 얻은 셈입니다. 캐럿의 조직에 힘으로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남자 카슨.
카슨은 살인자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평화로운 섬에 있었다고 이야기하고 남작은 어차피 이곳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임신한 딸 멜린다(조안나 마일즈)와 칼에게 씨앗을 갖고 그곳을 탈출하도록 권유하고 카슨이 그들을 수호해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복잡한 사건들이 터집니다. 내부의 반란, 그리고 떠나길 꺼리는 카슨, 호시탐탐 남작 무리의 재산을 노리는 캐럿일당의 기습 등... 결국 남작은 서둘러 멜린다와 카슨을 떠나 보내는데....
초중반은 마을에서 거리를 마주보고 대치하는 두 집단의 대립, 후반부는 쫓기는 두 남녀와 쫓는 일당의 모험을 다루었습니다. 쫓기는 남녀 이야기를 좀 일찍 했다면 좀 더 흥미로운 전개가 되었을 듯 합니다. 어차피 카슨 이라는 전사의 활약을 다루어야 하고 여주인공의 활용 빈도를 높이는 전개가 흥미로우니까요. 더구나 아무리 뛰어난 전사라도 만삭의 여인을 데리고 탈출하는 과정은 힘겹고 긴박할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영화는 앞부분을 너무 오래 지속합니다. 그래서 영화의 2/3가 지나도록 막스 본 시도우가 오히려 주인공인듯한 느낌이지요. 율 브리너가 전사다운 활약을 하는 장면은 초반부에 남작의 목숨을 구해주는 것과 중간에 한 번 밖으로 나가 캐럿 일당을 응징하는 장면 정도입니다. 그리고 여주인공으로 비중을 높여야 할 멜린다의 역할은 두 사람에 비해서 꽤 축소되어 있습니다. 즉 여배우의 비중은 낮추고 두 남자를 투톱으로 내세운 전개를 하지요. 그것보다는 쫓고 쫓기는 탈주극에 좀 더 비중을 높였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율 브리너는 굉장히 강철같은 육체를 지닌 전사인데 얻어맞지는 않고 주로 공격만 하는 역할입니다. 원조 스티븐 시걸 같은 느낌입니다. 일방적으로 이기다 보니 믿음이 가는 캐릭터지요. 과거 전성기 시대의 매섭고 강인한 느낌의 율 브리너의 카리스마가 여전히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나름 노익장을 과시한 영화지요. 50대 배우 액션이 드물던 시대니.
율 브리너, 막스 본 시도우 라는 배우를 내세운 영화치고는 꽤 소품입니다. 당시 율 브리너는 한 풀 꺾이던 시기라서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 개봉되지 않았습니다. 80년대 후반 비디오로만 출시되었고 그때 출시제목이 '최후의 용사' 입니다. 즉 유명배우가 전성기를 지나 찍은 범작이랄 수 있는데 그래도 저는 거물 영화인들의 후기작을 찾아보는 것에 흥미를 많이 느낍니다. 아무리 한 풀 꺾였어도 거물 영화인다운 포스는 살아있는 법, 거장 감독의 후기작에서도 나름의 알찬 내용들이 있고 거물 배우의 후기작에서도 영화는 그저 그래도 배우의 포스는 남아 있습니다. 이 영화도 미래시대를 다룬 작품 치고는 굉장히 소품이고 박진감도 다소 떨어지지만 율 브리너의 강인한 포스는 남아있는 작품입니다. 70년대 그가 출연한 '아디오스 사바타' '웨스트 월드' '에스피오나지' '퓨처월드'와 함께 50-60년대 작품보다는 수준이 낮아도 율 브리너의 강한 포스를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용쟁호투' '사망유희'의 감독 로버트 클라우즈가 연출했고 그는 각본도 직접 썼습니다. 멜린다 역의 여배우는 조안나 마일즈라는 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TV전용 배우가 등장했고 그 외 조연진들은 그다지 유명배우들이 없습니다. 율 브리너와 막스 본 시도우의 이름을 내세워 만든 영화로 볼 수 있고 80-90년대 폭력물에 비하면 액션이나 잔인함의 수위가 많이 낮은 편 입니다. 모든 것에서 소품의 느낌이 나는 영화지요. 감독이 2년전에 연출한 '용쟁호투'와 비교해도 한참 적은 강도의 액션입니다. 율 브리너의 포스 외에는 크게 기대할 부분이 적은 영화입니다. 이후에 등장한 '매드맥스 로드 워리어'의 마니어 버전 같은 느낌입니다.
ps1 : 70-80년대 이런 유형의 영화중 최고를 '매드맥스 로드 워리어'로 많이 꼽죠.
ps2 : 율 브리너는 단검을 주요 무기로 사용합니다. 칼잡이 전사죠.
ps3 : 율 브리너처럼 혈통이 복잡힌 인물도 드물겁니다. 러시아 사할린 태생이지만 알려졌지만 부친이 스위스계이고 외가는 동양계이기도 하니. 여러 인종이 복합적으로 뒤섞여서 태어난 인물로, 백인, 아시아인, 북유럽 인종 등 다양한 인종을 다 연기하지요. 유명 배우중에서 안소니 퀸과 함께 가장 다양한 인종을 연기하는 배우일겁니다.
[출처] 최후의 용사 (The Ultimate Warrior, 75년) 율 브리너 후기 작품|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