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운동을 하고자 옥상으로 올라왔더니
바람은 조금있지만 햇살이 따뜻한 게
옥상 전제에 봄기운이 퍼져있다.
지난 늦가을까지 이곳은 나의 텃밭이었다.
20 여년 전, 우리 가족은 23년 살던 곳을 떠나
이 동네로 옮겨왔다.
6층 건물에 18세대가 사는 연립주택의
4층에 새로이 터를 잡고 7층 옥상에
나만의 텃밭을 만들었다.
옛동네는 농.어촌으로 집 왼편으로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었고
앞으로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눈을 즐겁게 하는
논과 밭이 있었으며 그 너머엔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있었다.
아이들이 세살, 여섯살 무렵에 직장동료의
소개로 그마을에 들어섰을땐 뭐 이런 동네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는 도시 출신이라 시골이라곤 네살 무렵
외할머니댁에 가본 것이 전부였다.
고추나무가 뭔지, 암튼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그곳 여인들의 말로하자면 도시촌년이었다.
집앞 공터에 옆집 할머니가 알려주시는대로
제법 큰 텃밭을 일구어 흙에서 나오는
각종 채소를 만나 보았다.
이사를 결심하고 제일 먼저 고민한 것이
텃밭이었다.
그곳의 흙을 포대에 담아 옥상으로 옮기겠다는
내말에 남편과 아들은 극구 반대를 했지만
결국 내 고집을 이기지 못했다.
내가 아끼던 화초들까지 모두 옮겨심었다.
20 여년 동안 옥상텃밭은 나에겐 쉼터고
놀이터였다.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었고
감성을 키워준 터전이었다.
세번의 양쪽 무릎수술과 두번의 발목수술,
한번의 손목 수술로 인해 옥상을 오르내리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텃밭 가꾸는 일에도
버거움을 느끼던차에 지난 여름 장마로
3층 두 가구에 물이 역류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전문가의 말인 즉슨,
옥상텃밭의 흙이 물을주거나 비가 내릴때마다
조금씩 흘러나와 배수구에 쌓여 막힘 현상을
일으키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 배수역활을
제대로 못해서 물이 역류를 했다고 한다.
배수구를 뚫고 내년 걱정을 하는 주민들에게
옥상텃밭을 치우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일할 인부를 구하고 6일 동안
옥상텃밭을 치웠다.
근 한달 간 많은 고심을 했지만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으니 아이들 모두 잘 생각했단다.
아끼던 화초들는 인부아저씨가 다른 곳으로
분양시켜주셨다.
여름내 푸르름이 가득하고 주말 오후엔
딸.아들 가족들을 불러 옥상에서 고기굽고
텃밭에서 방금 딴 채소로 평상에 둘러앉아
식사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던 곳이
이제는 썰렁하니 사십오년 된 참나리꽃
화분만이 몇 개 달랑 남겨졌다.
이제 나의 옥상텃밭은 내 건강을 책임질
걷기 운동장으로 변했다.
화분이 앉아있던 자국마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
첫댓글 와~집 무너지겠다는 민원은 없었는지요?
아직은 시골민심이 후하였던것같습니다
무릎관절은 계단 오르 내림이 안좋은데
말입니다
결론은 참 잘하셧습니다
삶의 이야기 깔끔하게 잘 쓰셧습니다.
다행하게도 그런 민원은 없었어요.
20년을 살았어도 주민들과의 트러블이 없는 곳입니다.
감사합니다~
@듀란 좋은 동네 좋은 이웃들입니다.
옥상텃밭이 무척 컸었나 봅니다
그동안의 추억이 많으셨을 터인데 …
농사 농자도 모르시다가
텃밭 농사로 수확하셨을때의
그 기쁨은 말로 할 수 없으셨지요 !!
고기도 구워 먹을 수도 없는
아쉬움도 있지만 건강에 무리 하시지
않도록 잘 처리 하셨습니더
지인분들과 이웃들께 푸성귀 나눔도 하고
옥상을 올라와 보신분들도 모두 부러워
했었는데 내 즐거움이 남들에게
피해가 될줄은 몰랐어요,
어쨌거나 아쉽지만 후련한 마음도 있고
다만 이제 여름날 커피 한잔들고 옥상으로
갈 일이 없어졌다는것이 아쉬워요.
진솔한 댓글 고맙습니다
옥상텃밭 말씀하시니
제 신혼시절이 생각나네요ㅎ
정겨운 글 잘봤습니다~^^
잠시나마 신혼시절이 생각났다시니
텃밭을 가꾸셨나봐요 ..
좋은 기억이었나봅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구요~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위로의 글 감사합니다.
고운꿈길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