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물은 물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 말이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3번 주어진다고들 하는데 안철수는 이 세 번의 기회를 모두 놓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첫 번째는 안철수에 대한 지지도가 50%를 넘어설 때 서울시장에 출마하여 행정경험을 쌓아야 했었는데 뛰지도 못하는 주제에 날려고 대통령에 대한 야심으로 박원순에게 서울 시장자리를 양보하면서 아름다운 양보라고 한 작태였고, 두 번째는 문재인과의 대권경쟁에서 끝까지 경쟁을 벌리지 못하고 양보를 한 것이며, 세 번째는 2017년 5월 9일 소위 ‘장미선거’로 일컬어지는 대선에서 출마를 포기하고 야권 단일화를 위해 봉사와 희생을 한 다음 차기를 노려야 했었는데 끝까지 버틴 결과 3등을 한 것은 차기까지 망친 것이다.
안 대표의 시장 출마 선언은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하 경칭 생략)과 민주당을 위한 야권의 분열을 획책하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가 없다. 명색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이 아직 서울시장 후보 경선도 하지 않았는데 안철수는 자신이 ‘야권 단일 후보’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을 했다가 ‘진보를 가장한 종북좌파’ 정당인 정의당으로부터 “안철수 대표가 무작정 ‘야권 단일 후보’를 참칭(僭稱·분수에 넘치는 칭호를 스스로 부름)하고 나섰다. 정의당도 야당이다. 야권 단일 후보 표현은 무례하고 옳지 않다. 아무리 착각은 자유라지만 대체 누가 자신을 야권 단일 후보로 만들어줬다는 건지 안쓰럽다”고 비판을 했다.
그러자 국민의당 원내대표 권은희는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 2중대 아닌가. 정의당이 민주당과 함께 손잡고, 민주주의 없는 공수처법 개정을 당론으로 찬성 표결하기로 정하고, 소수의 발언권을 강제로 종료시키는 데 참여했다면 스스로를 야권이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2중대’라고 평가되는 현실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반박을 하면서 “안철수 대표가 ‘야권 단일 후보’라고 했을 때 정의당을 (야권에) 포함해서 생각하신 분이 누가 있느냐. 아무도 없을 테니 이와 관련한 논평을 내실 이유가 전혀 없지만 괜한 수고를 하셨다”비꼬기까지 하였다. 참고로 국민의당은 국회의원은 3명, 정의당 국회의원은 6명이니 두 정당 모두 미니 정당이다.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의 서울시장 출마의 변을 들어보면 정말 미덥지 못한 구석이 하나둘이 아니다. “고심 끝에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출마를 요청해 오셨지만, 한국 정치의 변화와 중도실용 정치 실현을 위해 대선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간절한 말씀들, 그리고 박원순 시장에게 후보를 양보했던 제가 결자해지해서 서울시정을 혁신하고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해 달라는 거듭된 요구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문재인 정권 3년 반, 나라도 절체절명, 민생도 절체절명, 야권도 절체절명인 상황에서, 반드시 승리하여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고 실정을 바로잡아 나라와 야권 전체에 혁신과 희망의 기운을 불어넣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한국 정치의 변화와 중도실용 정치 실현을 위해 대선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했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 구차한 변명인 것이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하 경칭 생략)이 민주당 대표일 때 자신은 그들과 합당하였지만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과 끝까지 경쟁을 했어야 했는데 문재인에게 대선 후보를 양보하였는데 (물론 문재인이 박근혜 후보와 경쟁에서 낙선의 쓴잔을 마셨지만) ‘대선에 집중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어떤 일의 처리에는 순서와 차례가 있는데 안 대표는 그러한 단계를 거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 아닌가.
“박원순 시장에게 후보를 양보했던 제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서울 시장 출마” 운운 했는데 이 역시 사또 떠나고 나팔 부는 추태인 것이 박원순은 여비서 성추행으로 자살인지 타살인지 정확하게 판명하기 위해 부검이라도 했어야 하는데 이런 절차마저 거두절미하고 속전속결(?)로 화장하여 증거마저 완전히 소각을 해버렸는데 안 대표는 무슨 결자해지를 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자신은 당선은커녕 2등도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에게 빼앗기고 겨우 3등으로 만족(?)하지 않았는가!
계속해서 안 대표는 “문재인 정권 3년 반, 나라도 절체절명, 민생도 절체절명, 야권도 절체절명인 상황”이라면서 반드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여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고 실정을 바로잡겠다고 했는데 ‘나라와 민생이 절체절명’이라는 말에는 동의를 하지만 ‘야권도 절체절명’이란 말에는 동의를 할 수가 없다. 야권이 절체절명이 된 데에는 안 대표의 책임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9일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야권인 홍준표(자유한국당)·안철수(국민의당)·유승민(바른정당)이 얻은 득표율이 53.2%였고 당선자 문재인은 겨우 41,1%였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그 때 3명이 뭉쳐 대선 후보 단일화를 했더라면 이길 수도 있었다.
이런 뼈아픈 패배를 반면교사로 지난 21대 4·15총선에서 야권통합 문제가 나왔을 때 안 대표는 끝까지 동참을 거부한 주제에 야권이 절체절명을 지적하는 것은 잘못 짚어도 한참을 잘못 짚은 것이다. 야권의 분열 결과가 문재인의 민주당에게 300석의 국회 의석 중에 180석을 헌납하여 참패를 한 것이다.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문재인과 민주당 정권이 그러니 아무 거리낌 없이 막무가내로 제 맘대로 국정을 운영하니 ‘나라도 절체절명, 민생도 절체절명’의 참담한 현실이 된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여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고 실정을 바로잡아 “나라와 야권 전체에 혁신과 희망의 기운을 불어넣겠다.”고 했는데 생각과 상상은 자유지만 안 대표가 또 앞서나가 끓지도 않고 넘치는 모양새를 보였는데 서울시장 당선에 앞서서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단일화가 급선무인데 여전히 주제파악을 제대로 못하는 짓거리를 했다. “제가 야권 단일후보가 된다면 꼭 당선이 되어서”라는 말이 앞장서야 했는데 ‘나라와 야권 전체에 혁신과 희망’을 언급한 것은 한심스러울 뿐이다.
안 대표는 ‘국민미래포럼’ 강연에서 “지금 제1야당을 포함한 야권에 대한 비호감이 너무 크다. 정치에도 관심이 없는데 비호감이니까 야권이 무슨 말을 해도 듣질 않는다”는 주장을 했는데 참으로 어불성설이요 자가당착이다. 이런 말을 하려면 자신이 지도자로서 야권의 통합에 앞장서는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데 자신은 아무 책임이 없는 듯이 태연하게 야권의 비호감을 언급하는 것은 책임회피다. 차기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다고 하는데 과거처럼 안철수가 아닌 ‘간철수’의 모습을 재방송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