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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부장검사, 경찰청 국감 출석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가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
ⓒ 권우성 | 관련사진보기 |
"검찰이 지은 업보가 너무 많아서, 검찰이 없어져도 할 말 없을 정도로 안에서 돌아가는 게 난장판이다."
경찰청 국정감사 주인공은 민갑룡 경찰청장이 아닌 임은정 검사였다.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검찰 수뇌부를 향한 쓴소리를 거침없이 내뱉었다.
증인과 참고인들이 출석한 이날 오후 경찰청은 임은정 검사를 앞세워
'정치검찰'을 비판하는 여당 의원들과,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정치경찰'을 비판하는
야당 의원들로 갈렸다. 하지만 임 검사의 발언 수위가 높아질수록 여야 의원들의 질의도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
"조국 수사 압수수색 영장 이중잣대, 조직 보호에 수사지휘권 이용"
임 부장검사는 지난 4월 19일 공소장을 위조한 부산지검 윤아무개 검사를 징계하지 않았다며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해, 검찰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임 검사는 자신이 경찰에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검찰청에 고발장을 냈는데 1년 4개월 동안
뭉개는 게 명백한 직무유기여서 부득이 현직 검사임에도 경찰청 문을 두드렸다"면서
"법무부와 대검, 부산지검이 수사기관 협조에 불응하고, (조국 가족 수사 관련) 사문서 위조나
자기소개서는 압수수색하면서 중대 범죄인 공문서 위조는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기각하는
이중 잣대를 보였다, 검찰이 얼마나 수사지휘권을 조직을 보호하는 데 이용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임 검사는 "검사는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생각하고 법을 실현하고 관철하는 데
전력해야 하는데, 상급자 명령을 실천하고 관철하는 데 질주했기 때문에 검찰공화국이 됐고
국민들이 검찰권 오남용으로 피해를 보게 됐다"면서
"국민이 검찰공화국 폭주를 막아 달라"고 당부했다.
"검사지만 공수처 절박해... 국민이 수사권 회수해 간다면 당연히 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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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은정 검사, 경찰청 국감 출석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가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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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뇌부가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검찰개혁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임 검사는 "나는 검사지만 공수처는 절박하다"면서
"내가 고발한 사건이 오늘도 공소시효가 지나가고 있어 공수처가 하루빨리 생겼으면 하는 절박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임 검사는 "수사 지휘권 문제는 나도 현직 검사다 보니 아프다"면서도,
"검찰이 지은 업보가 너무 많아서, 검찰이 없어져도 할 말 없을 정도로 안에서
돌아가는 게 난장판이다, 국민이 너희가 죄가 많아 (수사권을) 회수해 간다면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임 검사는 검찰이 사문서 위조 혐의 등에 대해 수십 명의 특수부 수사관을 동원해
37일간 70곳을 압수수색한 반면 임 검사가 고발한 공문서 위조 검사는
기소조차 하지 않은 데 대해,
"그런 식의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정의는 사법 정의를 왜곡시킨다"면서
"검찰총장이 사건 접수된 걸 파서 죽여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면 수사하고,
사건을 덮으려고 결심하면 수사 안 해서 증거가 없다고 불기소하는 사건이
얼마나 많겠나"라고 밝혔다.
조국 장관 부인 정경심씨 사문서 위조 혐의 기소에 대해서도
"(사문서 위조는) 대부분 벌금(형)이고 그런 사건을 특수부에 배당하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진 않다"라고 지적했다.
"피의사실 흘려 수사하던 사람들이 검찰 수뇌부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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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부장검사, 경찰청 국감 출석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가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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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이용한 검찰의 피의사실공표 논란에 대해 임 검사는 "검찰 특수부 수사에서 원하는 방향이나
희망사항을 사실처럼 흘리고 여론 몰이하는 게 1, 2년 된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피의사실을 흘려
수사하던 사람들이 검찰 수뇌부에 있지만 (보수, 진보) 각 진영에서 모두 (피의사실 공표로)
피해를 봤고 경험했기 때문에 (고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주말 서초동 중앙지검 주변을 가득 메웠던 검찰개혁 촛불에 대한 내부 분위기도 전했다.
임 검사는 "수천 명 오겠지 했는데 많이 모여서 중앙지검에 있는 동료들도 놀랐다"면서도
"(검찰 수뇌부는) 지금 사활이 걸려 있고 '치킨게임'을 하고 있어 이 정도 가지고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 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도대체 국민이 말하는 검찰개혁이
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많은데, 구체적인 개혁안은 검찰과 국회, 정부 몫이고
국민이 너희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경고하는 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리 검찰은 검찰 이외의 거악을 척결해 왔기에,
불행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거악이 된 조직이다.
선별 수사와 자의적 처리로 선악을 왜곡하고
정의를 비트는 검찰의 잘못을 단죄하지 않는다면,
사법정의는 결코 바로 세워질 수 없을 것이다."
16일 '제19회 투명사회상 시상식'에서
'투명사회상' 수상자로 선정된 임은정 검사가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적은 소감이다.
조국 사태 이후 5개월, 과연 국민들은 이제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윤석열의 법과 원칙과 '
거악이 된 검찰을 고발' 중인
임은정의 소신 중 누구를 더 신뢰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