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초반 미국의 중부지방에서 유럽에서 온 이민자들이 파생시킨 컨트리 음악은 해를 거듭하면서 다른 장르, 이를 테면 록, 블루스, 소울 등의 리듬을 수용하면서 점차 진화되어 갔다고 한다. 미국 내에서만 불려지던 음악이다 보니 1980년대 들면서 뉴 웨이브, 흑인 음악, 팝음악 등에 이리저리 치이면서 옛날만큼의 명성을 이어가진 못했다는데...
그러다 1990년대에 가스 브룩스(Garth Brooks)란 가수가 나와 컨트리 뮤직의 부활을 이끌었는데, 지금까지 그의 이름으로 발매된 음반 판매량이 무려 1억 3,700만장이라 한다. 미국에서 발매된 음반 판매량으로 볼 때 이 기록은 비틀즈(Beatles)에게만 뒤지고, 우리들이 알고 있는 전설적인 가수들인 엘비스 프레슬리나 마이클 잭슨은 그에게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고 하니 믿거나 말거나...더욱 웃기는 건 그렇게 유명한 브룩스를 우리나라에서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라니 이거야 말로 기절초풍할 일 아니겠는가? 컨트리 뮤직이 아무리 미국에서만 통용되는 내수용(內需用)이라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데...
브룩스에 이어 캐나다 출신의 샤니아 트웨인(Shania Twain)이 여성으로서 컨트리 뮤직의 유럽 전파 등 세계화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그리고 오늘날에는 대단한 미모와 역동적인 무대 활동으로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가 컨트리 뮤직 뿐 아니라 여타 장르의 음악도 훌륭하게 소화하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하는데...그런데 최근 컨트리 뮤직이 미국에서 전례 없이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하더만...
이론의 여지도 있겠지만, 컨트리 뮤직의 눈부신 부활에는 와스프(WASP)의 유령이 다시 출몰한 데서 기인한 바가 크다는 말도 있더구만. 그리고 그 와스프의 재등장을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자!' 란 의미의 메가(MAGA)라는 구호를 내세워 정치 선동가 트럼프(Donald Trump)가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컨트리 뮤직이 와스프(앵글로 색슨계 백인 개신교도), 즉 미국 백인 주류층을 똘똘 뭉치게 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이래 메가 구호와 함께 컨트리 음악을 이용하고, 백인들은 자신들이 200년을 누려왔던 찬란했던 영화를 다시 찾고 싶은 마음에 적극 동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요인에 더하여 '캔슬 컬처(Cancel Culture)'에 대한 백인들의 거부감이 오히려 백인들을 똘똘 뭉치게 하고 그 결과 컨트리 뮤직이 다시 전에 없었던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더만. 사연인즉, 근래 컨트리 뮤직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월렌(Morgan Wallen)이 2022년 어느 날 친구들한테 무심코 흑인을 비하하는 니거(nigger)란 말을 뱉았는데, 그걸 어떤 넘이 녹음을 하고 그걸 공개해 버렸다는구만. 해서리 모건이 즉시 잘못을 인정하여 사과하고 상당한 액수의 금전을 기부도 했지만, 흑인사회에서는 냉담하게 대했다네. 근디 그게 도화선이 되어 갖고 백인들이 더욱 똘똘 뭉치고 덩달아 컨트리 뮤직은 물론 음악가들도 팍팍 밀어주게 되었다는구만 그랴.
백인들이 컨트리 뮤직을 얼마나 세게 밀어줬냐 하는 증거를 2024년 3월 2주 빌보드(Billboard) 순위에서 미루어 짐작해 보자. 현재 14위에 랭크되어 있는 'Fast Car(Luke Combs)'는 차트에 50주 연속, 'Last Night(Morgan Wallen)'는 58주, 그리고 'Thinkin'bout Me(Mogan Wallen)'는 53주 연속 차트에 올려져 있으니 그야말로 꺼지지 않는 장작불로 팍팍 밀어주는 게 아님 뭐겠는가 말이다?
뭐 골 뽀개지는 정치 얘기는 무식한 나와는 별 상관 없으니 이쯤 하고, 옛날 유행했던 컨트리 뮤직 몇 곡을 골라 미국 출신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들과 함께 버무린 영상을 감상해 본다.
1. El Paso(Marty Robbins, 1959)
2. Save The Last Dance for Me(Emmylou Harris, 1960)
3. Rose Garden(Lynn Anderson, 1967)
4. Stand by Your Man(Tammy Wynette, 1968)
5. Coats of Many Colors(Dolly Parton, 1977)
6. Jolene(Dolly Parton, 1973)
7. Blue Eyes Crying in The Rain(Olivia Newton John, 1975)
8. Queen of Hearts(Juice Newton, 1981)
9. Love Story(Taylor Swift,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