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부상으로 중도 포기한 영남알프스
□ 산행일시 : 2006. 4.15(토) 17:40 ∼ 4.16(일) 11:50 □ 갔다온산 : 영남알프스(배내고개∼간월산∼재약산∼운문산∼남명리) ▷ 지 역 ⇒ 경남 밀양시, 경북 청도군 □ 산 행 자 : 나홀로 □ 날 씨 : 구름 조금 낌 □ 산행코스 ○ 부산 노포동 버스종합터미널 출발(→언양 16:00, 2,800원) ○ 언양공용버스터미널(16:40 도착) ○ 언양 출발(17:00, 택시 15,000원) ○ 배내고개 도착(17:30) ○ 배내고개 17:40 출발(산행시작) ○ 배내봉966m(18:05 도착) ○ 간월산1,083m(19:05 도착) ○ 간월재(19:25 도착) ○ 신불산1,209m(20:00 도착) ○ 신불재(20:15 도착, 저녁식사) ○ 영축산1,059m(21:00 도착) ○ 백운암갈림길(21:50 도착) ○ 청수골 중앙능선갈림길(22:00 도착, 휴식) ○ 청수골산장(23:15 도착) ○ 죽전마을(23:45 도착, 휴식) ○ 사자평고개(01:00 도착) ○ 재약산 수미봉1,108m(02:30 도착) ○ 사자재(03:00 도착) ○ 재약산 사자봉1,189m(03:30 도착) ○ 남명리(06:00 도착) ○ 운문산1,188m(09:40 도착) ○ 아랫재(10:45 도착) ○ 남명리 11:50 도착(산행완료) ○ 밀양역 출발(14:30) ○ 부산 도착(15:00) ○ 집 도착(15:30) □ 산행거리 : 40km전후 □ 산행시간 : 18시간 10분(휴식,식사,알바시간 포함) □ 위성사진 및 산행지도 위성사진
산행지도
□ 산행후기 바쁘다는 핑게로 근 3주동안 산행다운 산행도 못하고 오랜만에 ok문을 두드려본다. ok의 산행기란에는 역시 왕성한 산행기가 잔뜩 올라와 있다. 어찌 몸이 근질근질하다 못해 몸살이 날 지경인데 ok의 산행기를 보니 눈이 번쩍 뜨이는게 사람사는 것 같다. 당분간 개인적인 사정으로 장거리 산행은 꿈도 꾸지 못하고 안내산악회따라 당일 대간길을 탄다거나 단산밖에 갈수 없는 와중에 요즘따라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일이 겹쳐있으니 조금은 답답하기도 하다. 이번주는 길흉사 등 집안의 대소사를 만사 제쳐두고 간만에 영남 알프스를 탐방하고자 한다. 지난 가을 영남알프스의 7개봉을 탐방할시 상운산과 문복산, 고헌산을 연결하지 못해 숙제로 남아있었는데 이번에는 1,000m이상의 산 마루금 모두를 한번에 연결해 보고자 한다. 소요시간은 25시간에서 2시간 더보태서 27시간까지 계산을 하고 오후 5시 30분에 배내고개를 출발하면 다음날 늦어도 저녁9시까지는 신기마을로 하산하여 부산행 막차(저녁 10시)인 12번버스를 타고 부산가면 만사 ok,계획은 기막히게 딱 맞아 떨어지는데 계획처럼 잘 안되는게 또 사람의 일인가 보다. 어쨌든 모처럼 시간을 내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해서 예기치않은 무릎부상으로 중도포기하고 말았으니 애석한 마음 금할수없다 영남알프스는 주요 봉우리만 열거해 보아도 먼저, 간월,신불,영축,수미와 사자봉,가지운문산까지가 소위 말하는 7개봉코스로 S자형태의 태극무늬가 나오는 태극 종주코스이며, 다른 코스로는 낙동정맥 줄기에 들어가는 백운산부터 고헌,가지,운문,억산,구만산까지 연결되고,또 다른 코스로는 백운산을 지나 고헌,가지,간월,신불,영축,시살등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있는 등 동서남북으로 아주 광활하여 산이름이 명명된 봉우리만 해도 숱하게 많지만, 맹주라 할수있는 가지산(1,240m)을 중심으로 간월산(1,083m), 신불산(1,209m), 영축산(1,059m), 재약산 수미봉(1,108m)과 사자봉(1,189m), 운문산(1,188m), 상운산(1,114m) 문복산(1,013m), 고헌산(1,032m) 등 주변에는 1,000고지 이상의 봉우리가 10개가 있으나 유독 상운산과 문복,고헌산의 능선연결이 안되어 억지로(?) 끼어맞추다보니 일단은 연결이 되는 것 같다. 영남알프스는 구간별로 제법 오르내렸지만 1,000m 이상 봉우리를 모두다 연결해보기는 처음이다. 워낙 장쾌하다보니 규모면에서도 큰오르내림이 제법 많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가야될것 같다. 주요구간은 다음과 같으며 소요시간은 얼추 25시간에서 30시간정도가 될성싶고 거리는 60km전후로 추정되며 장거리산행을 좋아하는 산꾼은 한번정도는 종주해볼만한 멋진 곳이기도 하다.
배내고개(들머리)-배내봉-간월산-간월재-신불산-신불재-영축산-함박등-청수 중앙능선-청수골산장-죽전마을-사자평-재약산 수미봉-사자재-사자봉-큰상투봉-내촌마을-남명리-하양마을-운문산-아랫재-백운산갈림길-가지산-쌀바위-상운산-쌍두봉-삼계리-문복산-외항재-고헌산-신기마을(날머리)
전날인 금요일 이런저런 사정으로 늦게 잠자리에 들어 토요일 오전중 충분히 잠을 자야하는데 이것마져도 제대로 지키지못하고 오후 3시가 다되어 어정쩡한 기분으로 행낭과 스틱을 벗삼아 집을 나선다. 시내버스를 타고 다시 지하철 동래역에서 노포동 부산버스종합터미널까지 가서 언양행(2,800원) 버스에 몸을 싣고 언양공용버스터미널 후문의 시내버스정류장에서 배내고개(배내골)가는 버스를 타야되는데 어찌된건지 미즉미즉하다가 오후 4시30분 막차도 놓치고 거금(15,000원)을 투자하여 택시를 잡아타고 가야했다. 처음부터 뭔가 안좋은 감이 온다.
언양공용버스터미널 052) 262-1007 대우여객(배내골 가는 버스) 052) 264-2525 운행 하루 3회(06:20, 10:00, 16:30) 콜택시 052) 263-6000, 254-4545
배내고개(17:30 산행시작)~영축산(21:00) 오후 5시 30분에 도착한 배내고개는 봄 나들이가 한창인 4월중순인데도 불구하고 강한 바람으로 초겨울날씨를 연상케한다. 오전에는 잔뜩 찌푸린 날씨로 기분마져 날씨 비슷하였는데 오후들어 점차 개여 저녁에는 희영청 달이 밝을걸 기분좋게 예상해 본다. 오늘 산행이 장거리이고 코스중 매식장소가 시간별로 마땅치 않아 먹거리를 제법 준비했더니 시작전에 벌써 배낭 무게가 묵직하게 어깨로 전해온다. 배내봉엘 오르니 해는 사자봉 너머로 잠수하며 붉게 물든다.산꾼 한분이 1인용 텐트를 쳐놓고 라면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산에서 야영하는 재미도 쏠쏠할것이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 주변을 한바퀴 돌 예정이란다. 바로 앞에 능동산과 가지산이 보이고 우측으로 문복산과 고헌산이, 그리고 가야할 방향에는 간월산과 뒤로 신불산이, 또 우측으로 수미봉과 사자봉이 영남알프스의 대파노라마를 형성하고 있었다.
<배내고개입구의 안내도> <배내고개의 간월,신불산 등산로 안내판> <배내고개에서의 능동산> <배내봉입구 갈림길의 이정목> <배내봉에서 조망되는 언양주변 마을> <배내봉과 배내봉 정상석> <배내봉에서 조망되는 간월산과 신불산> <배내봉에서 조망되는 수미봉(중)과 사자봉(우)> <배내봉에서 조망되는 능동산(앞)과 가지산(우)> <배내봉에서 조망되는 문복산(좌)과 고헌산(우)> <서산으로 해는 잠수하며 무언의...> 서로간의 무사 산행을 빌며 간월산으로 출발한다.간월산 가기전 고만고만한 능선과 봉우리를 넘은 후 좌측의 간월공룡을 보며 간월산으로 오른다. 이제 해는 산아래로 사라져버렸고 언양 시내에는 불이 하나둘 켜지면서 본격적인 저녁이 시작된다. 봄이라고는 하나 산중에는 아직 겨울이라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여민다. 매번 영남알프스만 오면 마음 한구석에 뭔가 허전한 것이 있다. 산허리 곳곳에 임도를 파헤쳐 완전 두동강낸 것이 그것이다. 얻는것과 편리함이 있겠지만 앞으로 더 많은걸 잃을것이다... 언제봐도 반가운 간월산의 정상석 두개가 오늘도 나그네를 반갑게 맞이하는것 같으나 강풍으로 이야기도 못나누고 서둘러 간월재로 내려선다. 간월재에 내려오니 급속도로 어둠이 몰려오고 내일 아침까지는 어둠과 대화도 나누면서 친숙해 져야 산행을 즐길수 있을것이다.
<간월산 가면서 바라보는 간월능선> <간월산과 간월산 정상석> <간월산에서 조망되는 신불산> <저 멀리 시살등과 바로앞의 보기흉한 임도> <간월산에서 조망되는 수미봉(좌)과 사자봉(우)> <간월공룡과 언양시내> <간월재> <신불산 오르면서 영남알프스를 한눈에...> 신불산을 쉬엄쉬엄 올라 파래소 폭포 갈림길인 능선에 도착하니 강풍에 몸마져 가누기 힘든다. 마음 한구석에 괜히 왔나보다는 생각이 잠시 스쳐간다. 부처가 있는 부처의 산이라는 뜻의 신불산주변에는 공교롭게도 사찰이 없다. 주변에서 저녁을 먹어야 겠는데 바람 때문에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신불재로 내려선다. 억새사이 구석진곳을 찾아 전을 펴나 5분을 못참고 일어선다. 신불평원은 지금도 억새가 바람에 나부끼나 가을의 억새는 사자평과 더불어 일대 장관을 이룬다. 광활한 신불평원을 지나 영축산 오르기전에 이쪽으로 오고있는 불빛 서너개가 보이는데 아주 반갑다. 야간산행시 이보다 더 반가울데가 어디있나. 대여섯분이 야간산행을 하는가 보다. 서로 반갑다는 인사와 무사산행을 빌며 영축산으로 오른다.
<신불산과 신불산 정상석> <신불재> 영축산(21:00)~청수골산장(23:15) 영축산에서도 쉴만한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고 배고픔속에 함박등으로 향한다. 좌측 아래쪽 통도사 마을에는 초저녁이라 불빛 찬란하고 위로는 밝은달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저달이 어두운 야밤의 홀로 나그네를 지켜줄것이다. 고김성국 추모비와 돌탑군을 지나 봉우리 몇 개를 넘고 함박등에서 내려와 백운암 갈림길로 접어든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자서 그렇나, 초저녁인데 벌써 졸음이 막 밀려온다. 이러면 안되는데...
<영축산과 영축산 정상석> <고김성국 추모비와 위로 희영청 달> <돌탑군> <백운암 갈림길 이정목> 이구간은 매번 알바를 했던곳인데 오늘은 알바없이 가비얍게 백운암갈림길을 통과하여 숲속으로 들어가니 잠시후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하면 시살등이요,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배내골로 내려가는 청수중앙능선길이 나온다. 나무위의 청수 중앙능선 표지판 아래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다. 추위는 여전하나 먹어야 갈수 있기에 억지로 밥을 뱃속으로 밀어넣는다. 추위를 견디고자 잠깐 스트레칭하고 배내골로 내려간다. 산죽길을 지나고 내려가면서 다시 봉우리엘 오른후 본격적인 하산길로 접어든다. 낙엽쌓인 청수골 하산길은 경사도 급하지만 미끄럽기도 상당하다.오늘은 낙엽도 비교적 작고 내림길의 미끄러움이 다른날보다 조금 수월하다.나홀로의 야간산행이다보니 천천히 조심하기도 한 구간인데 한순간 방심했나. 오늘의 불운이 여기서 벌어지고 말았다. 뜨악! 갑작스런 졸음에 우측발을 헛디뎌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재수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데 낙엽길중 하필이면 툭 튀어나온 돌에 우측무릎과 팔꿈치를 된통 부딪쳐버렸다. 넘어지면서 스틱으로 무게중심을 버텼지만... 이런, 니기미. 무릎의 바깥쪽이 금새 부어오른다. 얼른 맨소래담을 잔뜩 바르고 무릎주변을 주무르면서 움직여보니 괜찮은것 같다. 내림길이 더 조심스러워졌다. 봉우리 하나를 내려와 완만한 오름길로 잠시 오른후 다시 떨어진다. 약간은 지겨운 길이다. 좌측으로 계곡물 소리가 우렁차고 봉우리부터 아른거리던 배내골의 산장 불빛이 거의 눈높이에 오니 개들이 막 짖어댄다. 어딜가나 마을에만 오면 개들이 마치 이방인들을 개보듯이 짖어댄다. 개울을 지나 청수골 산장안으로 들어가 생수 보충하고 산장밖으로 나온다. 무릎이 얼얼하다. 큰 복병을 만나고 말았다. 갈길이 이역만리인데 큰일이다.
<청수골 중앙능선 갈림길> <경사도 급한 청수골 내림길>
<청수골의 등산로 표시판> 청수골산장(23:15)~사자봉(03:30) 천지와 파래소 산장을 지나 원동쪽으로 내려가면서 우측의 다리를 건넌후 다시 원동쪽으로 조금 내려가다 또 다시 다리를 건너 우측 배내고개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다리우측의 모산장에는 휘황찬란한 불빛속에 노래방에서 나오는 노래소리와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이시간에 수건으로 머리를 싸매고 쌍지팡이 집고 사람이 다리를 지나가니 힐끗힐껏 쳐다보면서 한마디씩 한다. 웬 미친놈이 이시간에...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허기사 서로 생각하는게 비슷할끼다. 산꾼입장엔 이 늦은시간에 흥청망청하는게 좋게 보일리 만무하고 야유회 나온 저사람들 입장에서도 이 늦은시간에 등산복 차림의 나그네가 이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각설하고 작년에도 공사중인 도로가 지금도 그냥그대로인 도로를 따라 배내고개쪽으로 오른다. 잠시후 죽전마을인 사자평 오르는 안내판 입구(화장실옆)에 와 행동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여기가 배내골의 죽전마을에서 재약산 수미봉 오르는 들머리인 셈이다. 우측 무릎이 심상치 않다. 일단 천천히 가는데까지 가보자. 죽전마을에서 사자평의 능선까지는 지그재그로 제법 올라야한다. 나무사이 비치는 달빛에 의지하며 랜턴을 꺼고 오른다. 한참 올라 등로입구에 있는 안테나를 지나 조금 더올라 능선에 도착하니 어둠속에서도 더 넓은 사자평과 우람한 수미봉이 하늘선을 그으며 요지부동 버티고 있다. 사방 막힘이 없다보니 굉장한 바람이 연약한 피부를 때린다. 여기서 길은 세갈래로 나누어진다. 좌측으로 가면 향로봉이 나오고 우측과 직진길이 수미봉 오름길인데 직진하여 사자평으로 내려선다. 며칠전에 내린비로 고개숙인 억새사이로 많은물이 고여있다. 일단 여기오면 억새사이로 뚜렷한 길이 없기 때문에 개울까지 찾아가는 수 밖에 없다. 몇 개의 개울을 건너 임도따라 좌측 고사리 분교터로 가면서 임도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오른다. 임도가 끝나고 1.0km 정도의 본격적인 수미봉 오름길로 접어든다.
<청수골산장> <흥청망청 직이주는 산장의 불빛> <죽전마을의 재약산 수미봉 들머리와 화장실> <사자평 오름길의 등로에 있는 안테나> <사자평 고개> <억새가 나부끼는 사자평> 수미봉 0.7km의 이정목올 지나 수미봉 오름길까지의 얼마안되는 거리가 오늘따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무릎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된다.작년 가을 여길 오를때는 운좋게 일출도 구경하며 기분도 아주 좋았는데, 지금 솔직한 심정으로는 하산하고픈 마음뿐이다. 그러나, 이시간에 어디를 가겠나. 낮에는 주변 조망이 꽤 괜찮은 수미봉인데 지나온 영축산 주변과 가야할 사자봉, 저멀리 가지산 등의 하늘선만 희미하게 보일뿐이다. 수미봉의 굉장한 바람. 아,춥다. 봄이 아니라 한겨울이다. 빨리 벗어나고픈 생각인데 마음만 급할 뿐 발걸음은 거의 거북이 수준이다. 사자봉도 수미봉 못지않게 장쾌하다. 저멀리서보면 사자같이 생겼다는데 글쎄, 확인 안해봤으니... 수미봉을 내려오면서 주암계곡(우) 갈림길을 지나 사자재에 도착하니 표충사쪽 능선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소백의 칼바람 못지않게 강하다. 사자재의 털보산장이 얼마전부터 너무 넓어졌다. 우찌보면 산행객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그래도 그렇지,양사이드로 탁자를 벌려놓아 보기가 좋은 것도, 바람직한것도 결코 아니다. 그것도 모자라 사자봉 오름길에 쉼터비슷한 대피소가 또 나온다.
<재약산 수미봉 0.7km의 이정목> <재약산 수미봉과 정상석> <사자재 내림길의 주암계곡 갈림길> <사자재> <사자봉의 돌탑군> 사자봉(03:30)~남명리(06:00) 사자봉 정상의 바람은 더 강한것 같다. 몸이 우측으로 밀린다. 가벼운 옷차림이다보니 더 추위가 느껴진다. 차라리 한겨울이면 완전무장했으니까 이렇게 춥지는 않을것이다. 바람이라도 안불면 좀 괜찮겠는데... 여기서 좌측으로는 한계암을 거쳐 표충사로 떨어지고 조금 가다 갈림길에서 주능선으로 직진하면 얼음골과 능동산이 나오고 오늘 산행 방향은 좌측으로 떨어지는데 이 길은 남명리 내촌마을과 하양마을 지나 운문산 정상까지 초행길이다. 일단 길따라 가보기로 한다. 억새와 산죽 군락이 양사방으로 뻗쳐있는 길은 비교적 뚜렷하나 몇몇 암릉구간엘 오니 길 찾기가 어려워 이리저리 몇번의 알바를 겪는다. 암릉구간 몇 군데중 한곳이 큰상투봉인것 같은데 어둠속에 큰상투봉이 어딘줄도 모르고 갈림길까지 와서 우측으로 떨어진다. 여기서 직진하면 도래재를 지나 임도에서 좌측으로 진행하면 표충사길이 열린다. 인정사정 볼것없이 떨어지는 남명리 하산길이 청수 중앙능선보다 더 고통스럽다. 분명 국제신문 등 시그널이 있는데도 발걸음이 뜸한 곳인지 낙엽이 수북하게 그대로 쌓여있고 길은 길인데도 길같지않은 완전 묵은길이다. 가시넝쿨과 넘어진 나무들과 고사목들이 어지럽게 늘려있는 하산길에 무릎의 고통은 갈수록 심해지고 가도가도 끝없는 길이 이어진다. 사실 낮이거나 무릎부상만 아니면 속보로 빠른 시간내에 내려올수있는 길이건만 지금은 그럴 경향이 아니다. 지겨운 숲길이 어둠과함께 끝나자 서서히 여명이 열리고 임도가 나온다.
<사진찍기 힘들정도로 강풍이 부는 사자봉과 정상석> <남명리 하산길의 갈림길(좌-도래재, 우-남명리)> <남명리 내림길> <반가운 국제신문 시그널> <내촌마을위의 임도(좌로가면 표충사가 나오고)> 임도에서 좌측으로 오르면 도래재를 거쳐 표충사까지 이어진다. 임도를 내려와 내촌마을에서 뒤돌아 보니 지나온 큰상투봉과 능선길이 자뭇 웅장하면서도 길게 이어져 있고 앞에는 지금까지보다 더 힘든 오름길이 쳐다보는 사람을 압도하 듯 버티고 있다. 우측으로는 아랫재와 백운산도 조망되고... 누가 보더라도 장엄하기 이를데 없는 운문산이다. 저길 정중앙으로 치고 올라야한다.
<웅장하고 위압감을 주는 운문산과 아랫재> <내촌마을> <가지산 오름길의 능선(좌)과 백운산(우)> <지나온 봉우리> 남명리(06:00)~운문산(09:40) 내촌마을을 지나 도로변에서 주변식당 여러곳을 기웃거려본다. 뜨끈한 아침 한그릇 먹었으면 딱 좋겠는데 일요일 새벽녘에 식당문이 열려있을 리가 없다. 남명초등학교에서 밀양방면인 좌측으로 조금 가니 주유소가 나오고 주유소옆 하양지 비석 안쪽으로 다리(하양교)를 건너 하양마을로 오른다. 내촌마을에서 임도따라 지겹게 내려왔는데 또 도로를 따라 지겹게 올라간다. 오수처리장을 지나 새마을회관을 직진하여 당산나무위 자은사에서 식수 보충하고 하양산방비석 좌측으로 가면 시그널이 붙어있는 큰 나무가 나오고 바로 들머리로 연결된다.
<남명초등학교> <남명초등학교옆의 주유소> <주유소옆의 하양마을 입구> <하양마을> <새마을회관> <당산나무> <자은사> <운문산방 표지석에서 좌측으로> <나무에 시그널이 붙어있는 들머리> 들머리 오르는 길목에 반듯한 석판이 있어 그 자리에 앉아 아침을 먹는다. 산에 오면 항시 식사시간때는 즐겁게 식사를 했는데 오늘은 영 입맛이 땡기지 않는다. 그래도 먹어야 살지,그래 묵자. 밑에서 보기완 달리 완만한 등로가 열리고 곧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 계곡방향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어 우측으로 오르니 잠시후 또 갈림길이 나온다. 이번에는 좌측으로 오른다. 오르내리는 산객들이 거의없었는지 완만한 등로가 묵은길로 바뀌고 너덜겅도 나오면서 길같지도 않은 길이 또 이어진다. 그래도 가끔씩 나타나는 시그널에 위안을 삼고 오르니 물소리가 들린다. 폭포가 있다더니 폭포물소린가 확인해보니 우측으로 발길이 닿지않은 바위사이에서 물이 내려오고 있는데 딴은 폭포같기도 하다. 폭포를 지나 조금 오르니 위로는 사람을 압도할 듯 거대한 바위 절벽이 도사리고 있고 좌측으로 태풍에 넘어진 나무와 큰 바윗들이 앞을 가로막으며 갑자기 길이 없어져버렸다. 진퇴양난. 조금씩 옆을 살펴보며 혹시나 시그널이 있는지 찾아본다.험한 바위들과 꺽어진 나무들로 뒤범벅이 된 저 위 좌측으로 언뜻 보이는 노란 시그널. 반가웠다. 힘들게 시그널이 있는데로 올라가 좁은 소로를 따라 위로 계속 진행한다. 능선에 다왔다 생각하고 올라와보니 또 다른 오름길이 이어진다. 가만 자세히 보니 우측에서 올라오는 소로가 있고 우측 밑으로 암자비슷한 가건물 한채가 보이는데 사람이 사는지 옷가지 등이 널려있다. 여기 어딘가에 스님의 기도처가 있다던데 저긴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시 힘들여 거의 기다시피 오르니 갈림길이 있는 주능선 안부가 나타난다. 하양마을코스가 난코스는 절대 아닌데 오늘 완전 쇼를 하는구나...
<첫번째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두번째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좁은 소로옆의 너덜겅> <등로 우측의 물이 흘러내리는 폭포(?)> <절벽바위와 길이 끊긴 자리(노란색의 시그널이 위 좌측으로 언뜻 보임)> <지나온 길이 아닌 길> <너덜길> <안부 주능선 갈림길(운문산은 우측으로)> 우측 무릎은 퉁퉁 부어올라 정상적인 발걸음이 안되다보니 발바닥도 아프고 물집?? 생기고 좌측 다리에 힘주다 보니 몸 전체로 영향이 미치는데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것 같다. 능선 안부에서 우측으로 오르니 10여분의 거리에 운문산의 커다란 정상석이 먼저 반긴다. 히유,들머리에서 여기까지 대체 몇시간이 걸린건지 시계를 보니 놀랍게도 3시간이나 흘러갔다. 2시간도 채못되는 거리를 무려 3시간이나...
<큰상투봉능선과 지나온 남명리(내촌,하양마을)> <하양마을과 운문산으로 올라온 지역> 운문산(10:10)~남명리(11:50 산행완료) 하늘에는 구름이 언뜻언뜻 보이는 가운데 햇빛이 따사롭고 정답다. 아무도없는 가운데 마침 커다란 배낭을 지고 올라오는 산님이 반가워한다. 나도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 그분도 처음인 모양이다. 어제 배내고개에서 출발하여 가지산대피소에서 하룻밤 자고 예까지 왔단다. 큰 배낭을 짊어지고 대단한 분이다. 이분과 하직인사하고 이왕 고헌산까지는 못갈 것, 바람 잠잠한 따뜻한 수풀을 찾아 잠이나 자고가자는 생각에 배낭을 배개삼아 하늘을 이불삼아 드러눕는다. 아,좋다. 직이준다. 산에 와서 이런 낭만도 있어야 하는데... 잠이 저절로 온다. 20여분 지났나, 바람부니 추워서 눈을 뜬다. 기분이 조금 괜찮다. 아랫재로 내려간다.
<운문산과 운문산 정상석> <가지산과 그 능선들> <백운산(중)과 사자봉 능선, 그리고 신불평원이> <범봉(우)과 억산(중우)> 정신력으로 갈수있을지 모르지만 오늘의 산행완주가 나에게 큰의미가 있는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산이 어디가는 것도 아니고 부산에서는 근교산이기 때문에 다음에 언제라도 또 오면 되고 산을 찾는데 의미가 있으니까 오늘은 포기하기로 결정을 한다. 무릎부상이야 일시적이지 고질적인 병이 아니니까 시일만 지나면 곧 나을 것이다. 이때까지 산을 오르내리며 완주 못한게 처음은 아니지 않은가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아랫재에서 남명리는 우측길이고 천년고찰 비구니 사찰인 운문사는 좌측으로 내려가면 되며 가지산은 직진하여 올라가면 된다. 평소 일요일이면 많은 등산객이 붐비는곳이기도한 운문산인데 날씨탓인가, 아랫재를 지나 남명리까지 내려올 동안 올라오는 산님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지극히 적었다.
<아랫재> <남명리> 버스정류소에서 몸 상태를 점검해 보니 발바닥부터 무릎까지 엉망진창이었다. 참 오늘처럼 비경제적인 산행도 드물것이다. 산행목적이 야간산행만 한것도 아니고 더구나 조망도 없는 야밤에 추위에 벌벌 떨기만 하고 산행하기 좋은 대낮에 산행을 포기하고 귀가하는게 정말 의미없는 일이다. 아무리 힘 좋고 사람의 정신력을 높이사도 발목이나 무릎이 고장나면 천하없어도 어려운게 등산이라는 것을 오늘 절실히 느꼈다. 정말 식겁잔치한 하루였다. 그렇지만 대낮에 집에 오니 마누라가 그렇게 좋아 할수가 없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는 그런 일요일 오후였다.
항상 건강하시고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