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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림 박사(인천대 무역학부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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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일본·중국 등 많은 국가의 지도자가 교체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후보자들은 집권을 위해 국민의 입맛에 맞는 공약을 내걸고 각기 귀중한 한 표를 호소한다. 그러나 흔히 정책대결보다는 서로에 인신공격으로 피를 부르는 게임을 자연스럽게 표출해 많은 국가에서 민주주의는 ‘유혈 스포츠정치’로 전락하게 된다. 미국 대선의 경우 민주당의 오바마와 공화당의 롬니 간의 정강정책은 정부지출, 조세, 사회보장제도, 무역정책, 정부규제, 정부 요직 임명권 등에 걸쳐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당선자에 따라서 미국의 경제성장, 예산적자, 국민저축의 문제는 물론 글로벌 무역과 자본이동 등 세계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연말 대선을 앞둔 우리 후보자들의 정책은 어떠한가? 세 후보 모두 아직 이렇다 할 국가경영철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단지 이들이 하나같이 선언하고 있는 복지와 경제민주화란 경제정책이슈를 볼 때 굳이 특정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할 차별화를 찾아 볼 수 없다. 아마도 가장 최선의 정책조합은 제프리 삭스교수가 국가번영모델에서 제시했듯이 독일의 노동시장과 노사제도, 스웨덴의 연금제도, 프랑스의 저 탄소 에너지정책, 캐나다의 건강보험제도, 스위스의 효율적 에너지정책, 미국의 과학탐구정신인 R&D투자토양, 브라질의 반 빈곤 프로그램 등 성공적인 경제모델을 우리 실정에 맞게 적용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선결조건은 재정 건전성의 여유와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따라서 복지문제는 재정 건전성과의 함수관계에 있다는 것을 현재 어려움에 처한 유로존의 남유럽국가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민주주의에서도 흔히 정치가 경제를 우선하기 때문에 정치가들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경제원칙을 거스르는 이른바 인기영합주의를 선택하게 되고 주권자들은 이를 별 비판의식 없이 수용한다. 이러한 국가경영형태를 투자에 비유한다면, 단기간의 기회비용(희생)을 감수하고 장기수익을 목표를 지향하는, 시간의 가치를 교환하는, 투자 대신에 단기이익에 빠지도록 국민을 현혹시키는 엉터리 투자가에 해당하는 것이다. 역사의 교훈에 따라 국가와 민족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담대한 지도자가 오늘날 극히 드믈 뿐 아니라 훌륭한 지도자를 뽑을 책임감과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진 투표권자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또 다른 함정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당연히 올바르고 선(善)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는 정직하게 말하면 이익집단 간의 이권싸움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미국 헌법을 기초한 제임스 메디슨은 ‘사회는 지도자의 압제에 항거해야 할 뿐 아니라 불의한 집단에 대해 다른 집단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경제민주화와 지속적 성장 가능성과의 함수관계를 살펴보자. 2012년에 발표된 ‘세계경제자유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유화 수준은 10점 만점에 7.2점으로 49위에 머무르고 있다. 가장 높은 순위는 홍콩·싱가포르·뉴질랜드·스위스·호주 순이고 미국은 18위, 일본과 독일은 20~30위 사이에 있고, 중국은 107위, 인도는 111위를 점하고 있다. 경제자유화의 측정은 정부의 규모, 법률시스템과 소유권, 재정의 건전성, 자유무역과 규제 등의 정도에 따른다. 실증적 분석에 따르면 경제자유화점수 1점이 오르면 장기경제성장률에 1.0%에서 1.5%의 상승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선거계절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후보자들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원천인 경제자유화 대신에 단기적인 경기회복과 일자리창출과 분배에만 정책약속을 한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개념정립이 되지 않은 단계이다. 각 캠프에서는 재벌개혁과 해체 등 다소 거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자칫하면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들이 재벌의 지배구조개선의 목소리를 높이다 투기자본으로 탈바꿈한 어두운 모습을 다시 보게 되지 않나 하는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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