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사람에게는 몸도 있고 마음도 있다. 몸에는 여러 기관이 있어서 하는 일이 제각기 다르다. 어떤 기관에서는 숨만 쉬고, 어떤 기관에서는 음식을 소화시킨다. 그러니까 허파에서는 음식을 소화시키지 않고 위에서는 숨을 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도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일을 하는 기능으로 나뉘어져 있다. 어떤 부분은 알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을 한다.
이런 기능을 지력 혹은 지적 능력이라고 한다. 반면에 화를 내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흥분하는 일을 하는 기능도 있다. 이것을 정서라고 한다. 그리고 무슨 일을 하기로 결심을 한다든지, 한번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해내려고 한다든지 하는 기능도 있는데 이것을 간단히 의지라고 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마음의 기능을 간단히 말할 때 지정의(知情意)라고 한다. 여기서 지적 능력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해하는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창조하는 능력이다.
① 이해하는 능력
스위스의 심리학자 피아제는 인간의 능력에 이해하는 능력과 창조하는 능력이 있으며 어린이들은 이해하는 능력이란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 혹은 이 세상이 돌아가는 일들의 성질을 아는 능력으로, 아무래도 경험이 있어야 하고 나이가 들어야 왕성해진다.
그러니까 나이가 든 후에 이해하는 능력이 발달하게 되며 어릴때에는 경험이 적기 때문에 본인에게는 뭐든 새로운 것뿐이다. 따라서 어린이에게는 창조성이 많다.
② 창조하는 능력
앞에서 말했듯이 뭐든 경험하는 것이 새로운 것뿐인 유아기는 특히 창조성이 많은 시기이며, 초등학교 연령에서도 아이들은 누구의 생각과 관계없이 자기나름의 새로운 생각을 잘 만들어낸다.
말하자면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엉뚱한 생각을 잘해내므로 때로는 괴짜로 보이기도 한다. 선생님에게 엉뚱한 질문도 하고, 선생님의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 중에는 상당히 창의적인 아이들이 많다.
③ 지능과 창의성의 관계
지능이 높으면 대개는 공부를 잘한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아이큐(IQ) 테스트를 통해 그 아이가 공부를 얼마나 잘할 것인지를 확인해 보려고 한다. 아울러 창의성이 높은 아이가 과연 공부도 잘할 것인지 궁금할 것이다. 그러나 지능이라는 것이 학교공부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활동과도 관계가 있다는 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글은 “부모에게 약이 되는 이야기I" 가운데 김재은 교수님이 쓴 ‘창의성을 키우는 자녀교육’ 편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지능성과 창의성 비교
지금까지 학자들이 연구한 것 중 여러 가지 재미있는 결과가 있다. 자, 그러면 지능검사의 점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확인해 보자. 즉, 지능이 높은 아이가 과연 창의성도 높은지, 혹은 지능이 낮은 아이는 창의성도 낮은지 알아보려고 한다. 또는 그 반대로 지능이 높은 아이가 창의성은 낮은지, 지능이 낮은 아이라도 창의성이 높은 지도 알고 싶을 것이다. 우선 지능과 창의성을 가지고 네 개의 집단으로 나누어서 비교를 해보자.
첫째, 지능도 높고 창의성도 높은 아이
둘째, 지능은 낮지만 창의성이 높은 아이
셋째, 지능은 높지만 창의성이 낮은 아이
넷째, 지능도 낮고 창의성도 낮은 아이
이렇게 네 집단으로 나누어서 아이들의 점수를 자세히 검토해 보기로 한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는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사물에 대한 감수성은 어떤지, 사물에 대한 이해 정도나 그 양상은 어떤지, 불안 정도가 높은지 낮은지, 마음속의 불안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려고 하는지 등을 틈틈이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위 네 집단의 아이들의 성격도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능도 높고 창의성도 높은아이
먼저 지능도 높고 창의성도 높은 아이는 한마디로 말해서 매우 성숙되고 안정성이 높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필요에 따라서 지도자의 역할도 잘해내고, 복종자의 자리도 잘 지켜 낸다. 화를 내야 할 때는 화를 내고, 화를 내서는 안 될 경우에는 참을 수도 있다. 놀이나 운동을 할 때에도 어린이답게 활달하게 행동하지만, 수업시간이나 기타 아주 진지하게 처신해야 할 곳에서는 침착하고 조용히 행동한다. 기본적인 행동이 매우 자연스럽고 상황에 맞게 행동한다.
지능은 낮지만 창의성이 높은아이
이런 아이들은 자기 자신과 학교라는 환경에 언제나 반발을 하고 불만을 품고 있다. 안절부절 못하면서 침착하지 못한 면을 보이기도 한다. 아주 불안정하고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성적이 문제되기고 하고, 경쟁을 해야 할 상황에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밖에 제한없이 자기가 비교적 자유롭게 생각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높은 성취욕구를 내보이게 된다. 즉, 자유로운 시간에는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가 있는 것이다.
지능은 높지만 창의성이 낮은 아이
이런 아이들이 학교성적이 월등히 좋은 아이들에게 많다. 또 학교성적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포함된다.
성적이 나빠서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게 되면 가장 크게 상심하고, 또 그런 이유로 야단을 맞을까 봐 신경을 많이 쓰므로 가장 열심히 공부한다.
나쁘게 말하면 점수 따기에 급급한 점수벌레라고 할 수가 있다. 이런 아이들은 시험점수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나머지 늘 불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능도 낮고 창의성도 낮은 아이
이런 아이들은 매우 불안정한 성격의 소유자로 무엇을 해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남이 시켜야 마지못해 하는 척하는 경향이 있다.
밖에서 부추기거나 격려해 주지 않으면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또 심리적으로도 상당히 불안하여 충격을 받으면 모에 여러 가지 이상이 생기기도 하고 병을 앓게 되는 부적응을 보이는 아이들이다.
아이의 가능성은 창의성과 함께 가늠해 봐야 한다.
지능이 높으냐 낮으냐, 창의성이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아이들의 행동이나 성격에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는 상당히 흥미로운 것으로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이 행동하는 것을 보면 이 네 가지 타입 중에서 어느 타입에 속하는지를 쉽게 알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창의성은 낮지만 지능과 성적이 좋은 아이들은 학교시험에 강한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반대로 창의성은 높지만 지능검사 점수가 낮은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도 많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며, 이런 아이들이 학교에서는 그리 평판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선생님이나 어른들에게 인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침착하지 못하다거나, 하기만 하면 할 수 있는데 잘 안 한다든가, 다른 아이들보다 성적의 기복이 많은 경우 그런 평가를 받기가 쉽다.
선생님이나 어른들에게는 아무래도 공부 잘하고 가르쳐 준 것을 잘 기억하는 아이들이 인기가 있게 마련이다. 오늘날처럼 치열한 경쟁시대에 이런 생각이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이런 실상을 구실로 삼아 자칫 잘못하면 아주 중요한 재능을 놓쳐 버릴 수가 있다. 학교에서 뿐아니라 가정에서도 자기 자녀에 대해 이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과연 부모들이 자기 자녀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의 본래 재능을 잘못 알고 별로 재능이 없는 아이, 혹은 싹이 노란 아이라고 단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잔소리나 감시가 없으면 오히려 스스로 늠름하게, 혹은 신나게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IQ 검사점수와 학교의 시험성적만으로 아이들의 가능성을 점쳐서는 안 되고, 그 아이의 창의성을 함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왜 창의성이 문제가 되는가?
사람도 하나의 생물이고 동시에 동물의 일종이다. 사람의 머리는 과연 다른 동물, 예컨대 원숭이나 침팬지, 비비원숭이, 고릴라, 오랑우탄과 같이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동물의 머리와 어떻게 다를까? 침팬지의 경우, 만 5세 유아 수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생활문제를 해결했다고 해서 정신연령을 5세 정도로 잡는 학자가 있다.
그건 그렇고, 사람은 확실히 다른 동물과 달리 머리가 뛰어난 것이 사실인데, 과연 어떤 점에서 뛰어난지 설명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사람의 감각기관 기능은 다른 동물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냄새맡는 기능은 개나 벌에 비해서 엄청나게 떨어지고, 눈은 새잡는 매나 독수리보다 훨씬 떨어지고, 귀는 노루나 개, 사슴보다 훨씬 떨어진다. 달리는 속도를 보아도 그렇다. 인체의 모든 기관의 기능이 떨어짐에도 인간이 다른 동물을 지배하고 사는 것은 지능이 높고 창의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것은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지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인류가 문명생활을 하기 시작한 것은 불을 만들고, 바퀴를 만들고, 도구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이것은 사람에게 발명하는 재능이 있기 때문인데 이것은 다른 동물에게서는 기대할 수 없는 기능이다. 창의성이 중요한 까닭은 바로 이것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자 , 그런데 우리 주변을 한번 살펴보자.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여러 가지 문명의 이기(利器)들, 예를 들면 가전제품, 자동차, 전차, 각종 생활용품 등은 모두가 원시 생활을 할 때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이고 해방 후 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가 사용하지 않던 것들인데 이제는 우리의 일상적인 보조품이 되지 않았는가? 이런 물건들은 모두 과학자나 기술자가 발명한 것들인데, 이런 것을 발명한 사람들을 우리는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창의적인 기능이 없었거나 창의적인 교육을 못 받았다면 우리는 옛날 원시사회처럼 쇠기름으로 불을 밝히고, 광솔로 불씨를 붙이고, 나무껍질로 옷을 해 입고, 나무열매를 따먹고, 움집에서 살았을 것이다. 우리가 집에서 읽고 있는 소설이나 TV를 통해서 구경하는 영화나 극장에 가서 보는 무용이나 연극 같은 것도 창의성이 없으면 만들어질 수가 없다. 소설이란 이야기 거리를 적은 것이고, 무용이란 재미있게 몸놀림을 하는 것이고, 영화란 많은 전문가들이 협력해서 만든 것이다. 바로 이러한 활동들의 바탕에는 창의성이란 기능이 깔려 있다. 그런 기능이 없으면 과학도, 예술도 만들어질 수가 없다.
다시 우리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우리반에 김동규라는 친구가 있었다. 교내 모형비행기 날리기 대회를 하면 꼭 그 친군가 1등을 하고 나는 2등을 했다. 나는 6년간 반장을 하면서 공부도 늘 1등을 했다. 그런데 그 친구한테 늘 이기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모형비행기 날리기였다. 지금 그는 외국에 나가서 방송국 간부로 일하고 있다. 그는 확실히 창의적인 사람이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사람에는 두 종류의 그룹이 있는데 하나는 관계나 재계, 정계에서 지도자로 일하는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예술, 문학, 학문 세계를 이끄는 사람들이다.
첫번째 그룹들은 대개 공부를 잘하고, 점수를 잘 따고, 좋은 대학을 가고, 무슨 시험에 합격하고(행정고시, 사법고시, 공채 등) 승승장구 올라간 사람들이 많다. 물론 국회의원이나 회사 소유주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 그룹에서 빠진다. 여기서는 모범생 출신이고 시험을 잘 치고, 그래서 대개는 월급쟁이로 남는 그런 사람들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학교 공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때로는 학교가 싫고, 선생님하고 다투기도 하고, 학교에서 말썽을 부려서 선생님 속을 썩이기도 한 사람들의 그룹이다. 문학, 음악, 미술, 연극, 발명, 운동을 좋아하며 학교성적은 나쁘지만 결국은 이사회의 정신적 기둥이 되어 활약하고 있다. 앞의 그룹에 속하는 사람은 주로 지능이 높은 사람이고, 뒤에 속하는 사람은 창의성이 높은 사람이다.
이 글은 “부모에게 약이 되는 이야기I" 가운데 김재은 교수님이 쓴 ‘창의성을 키우는 자녀교육’ 편에 수록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