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의 시간>, 정치적 우울함
1.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고 철회한 시간이 한 달이 넘어간다. 그동안 급변하는 정치적 사건들이 사회적 소용돌이 속에서 진행되었다. 윤석열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되었고, 윤석열과 함께 계엄과 내란에 참여한 부역자들은 감옥에 갇혔으며 극심한 혼란 속에서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되었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갖가지 궤변을 통해 법적인 절차를 거부하고 특권적 저항을 완강하게 지속하고 있다. 단순히 거부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물리적 저항을 선동하고 있다. 윤석열의 메시지는 극우 유트버와 선동적 연설자들에 의해 증폭되면서 극렬지지자들의 광신적 충성과 열기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박근혜 탄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우세력이 증폭되고 있다.
2. 이러한 상황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우선 정치적 상황 판단이 편향적이고 정파적인 이익에 좌우되고 있다는 점이다. 군과 경찰의 물리적 힘을 동원하여 정치적 지형을 바꾸려 했던 시도는 언론과 수사 과정을 통해 국가전체와 국민에 대한 위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특정의 신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위기적 상황을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포기한 채 자신의 정신적 이해관계나 특정집단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계엄 초기에 나타났던 우파 진영의 비판적인 시각도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의 정치적 도박의 문제점과 위험성이 점점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부역하는 변호사들이나 정치적 지지자들의 왜곡과 선동에 의해 다시 원래의 힘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보수와 진보에 대한 지지도를 계엄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시켰다.
3.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건강한 보수가 멸종되고 있다는 증거인지 모른다. 보수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보수의 힘을 상실한 채, 오로지 소수의 이념적 파당적 가치에만 편향된 극우적 힘이 정치적 보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힘이 계엄을 계기로 축소되기는커녕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과거 전광훈으로 대표되는 극우적 움직임에 거리를 두고 있던 정치인들도 이제는 대놓고 그 앞에 굴복한 채 추종하고 있으며, 현재의 보수는 전광훈의 극우적 자장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실태인 것이다. 극우는 정치적 집회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폭력’을 조장하며 반대 세력을 파괴하는 방식이고,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모욕하는 자신들만의 편견에 불과한 것이다. 극우적 지지자들의 행태를 보면서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권위주의적’ 태도를 발견한다. 현실에 대한 불안과 무력감을 외부의 힘에 의존한 채 극복하려는 편향적 태도가 윤석열이라는 독선적 인물과 그것을 이용하는 극우 유튜버들의 선동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4. 이런 극우의 약진에 비해 광장의 민주주의 수호 세력의 힘은 상대적으로 축소되어 있는 느낌이다. 박근혜 탄핵 때 보여주었던 압도적인 힘이 분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계엄 사태 초반 보여준 2030 여성들에 대한 정치적 집중이 오히려 다양한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을 무관심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2030남성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 일으켜 참여를 막고 반대쪽 세력으로 전환시킨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것이다. 정치는 분명 감정적 요소가 지배하는 영역이다. 정치적 사태에 대한 이성적 판단에 앞서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감정적 분노와 열정이 지배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 움직임 속에서 자신이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이 상실되어 있다면 적극적인 행동으로 전환되기 쉽지 않다. 극우의 약진은 비록 중독된 열정이지만 이러한 허구적 확신을 심어준 결과로 볼 수 있다. 민주세력의 장점은 자신의 판단에서 기인한 이성적 행위이다. 이러한 이성과 감정이 조화된 모습이 회복되어야 하는 것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현재의 문제를 파악하고 행동해야 할 때인 것이다.
5. 민주주의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다수결이 지배하는 정치체제이다. 국민 대다수의 견해가 정치적 결정을 촉발하고 결정한다. 윤석열의 체포와 그에 대한 수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핵심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다. ‘탄핵심판’의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윤석열 측 변호사도 고백했듯이, 국민들의 여론이다. 지금 상황은 탄핵의 압도적 지지에서 점차 반대가 늘어나고 있는 흐름이다. 사건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존의 정치적 구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위기적 현상임에 틀림없다. 좀 더 많은 민주적 시민들의 여론이 확산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최소한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압도적인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출해야 할 시간이다. 그런 노력이 합쳐져야만 대한민국의 민주적 질서는 회복되고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 극우세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호하고 분명한 민주적 결정에 대한 광장의 지지가 폭넓게 확산되고 있지 않는 것은 국민적 주권과 법적절차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확고한 지지가 분명하게 표출되고 있지 않다는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막말과 폭력을 거부하고 민주적 절차를 준수하라는 명확한 정치적 견해를 밝힐 시점이다. 이것은 특정 정당의 지지여부와 관계없이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의지의 발현인 것이다.
첫댓글 - 극단적인 정치 집단의 억지가 판치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