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1: 인형사
[헬기가 어느 빌딩의 옥상에 착륙한다. 외무장관이 내리는데 앞에 9과의 부장인
아라마키가 서있는 것이 보인다.] {마레스 공화국은 정치적으로는 혼란스러워도 현재
무대가 되는 나라(뉴포트)에게 원조를 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나라인 것으로 보인다.
마레스 공화국이 원조를 해 주겠다고 회담을 요청해서 그 회담이 다음 날 열릴 예정이다.
마레스 공화국에는 이전에는 군사정권이 들어서 있었고 마레스 대령이 정권을 잡고
있었다. 그러다 혁명이 일어나서 현재 마레스 대령은 뉴포트로 피신해서 망명을 요청하고
있고, 정권을 새로 잡은 자들은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외무장관 : 드문 일이군. 9과의 아라마키씨가 외무성에 무슨 용건인가?
부장 : 내일 예정되어 있는 가베르 공화국과의 비밀 회담 일입니다만.
외무장관 : 정해진 ODA*네. 혁명 후에 탄생한 신정권에서 재개를 하자는 신청이
있었다네. 그런 대로 민주적으로 하고는 있지만 이놈도 저놈도 모두 50보
100보인 녀석들이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 아니니까 자기들이 가질 수는
없어서 착취한 걸 돌려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아무도 감사 따윈
하고 있지 않네.
{*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정부개발원조}
부장 : 그래서 정부의 의향은?
외무장관 : 문제는 망명을 희망해서 우리 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전 군사 정권의
우두머리인데...
부장 : 마레스 대령이었죠?
외무장관 : 그 남자를 방출시키고 원조 일을 진행시킬까 아니면 망명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원조를 거절할까... 어려운 부분이네. 여론이 납득할 만한 명확한
이유라도 있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강제 송환하고 싶은 남자이긴 하지만
말일세.
부장 : ...
외무장관 : [나가면서] 요전의 망명 소동에서는 신세를 졌다더군. 6과의 나카무라씨가
고마워했네. 우리들 대외적인 사람들은 손을 더럽히는 일을 할 수가 없지.
[공안9과 연구소 안]
연구원 1 : 액세스(access)했다.
연구원 2 : 반응 소실. 뇌파의 출력은 어떤가?
연구원 3 : 이상 없음. 의사(疑似) 체험 모드의 패턴을 전환시킨다.
[아라마키 부장이 들어와서 이미 와 있던 쿠사나기에게 설명한다.]
부장 : 외무장관의 통역이다. 약 23분전, 전화 회선을 경유해서 전뇌에 해킹
당했다. 모국(某國)의 정보통의 경고대로 인형사가 네트의 각 단말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 경향을 분석한 결과 가베르 공화국과의 비밀 회담에
대한 방해 공작의 가능성이 농후해서 출석자의 전원에게 그물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아마도 그녀의 고스트를 해킹해서 회담을 습격하게
할 계획이었던 거겠지.
쿠사나기 : 침입자가 방벽을 뚫고 그녀의 고스트를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은?
연구원 : 사용되고 있는 툴(tool)이 구식인 HA-3이니까요... 약 두 시간. 그 이상은
위험하므로 회선을 차단합니다. {해커가 두 시간 이상을 끌지 않는다는 뜻.}
부장 : [모토코에게] 바토와 이시카와가 역탐* 위치를 차로 추적하고 있다.
합류해라.
{*역탐: 해킹을 역으로 추적해서 해커의 위치, 정체, 해킹 방법 등을
알아내는 일.}
[쿠사나기와 토그사가 출동하는 장갑 밴(van) 안. 토그사가 운전 중이고 쿠사나기는
뒷좌석에서 무장하고 있다.]
토그사 : 인형사라고... 그 정체 불명의 해커가?
쿠사나기 : 국적 추정 미국. 연령, 성별, 경력 모두 불명. 작년 겨울쯤부터 주로 EC권에
출몰. 주가 조작, 정보 수집, 정치 공작, 테러, 전뇌 윤리 침해, 그 외에
열 몇 건의 혐의로 국제 수배 중인 범죄자. 불특정 다수의 인간을 고스트
해킹해서 조종하는 수법 때문에 붙은 코드 네임이 '인형사'. 이 나라에
나타난 건 처음일 거야.
토그사 : 그런 굉장한 놈이 왜 구식인 HA-3 따위로?
쿠사나기 : 새로운 타입이라면 확실히 발각되기 어렵고 그 역탐도 어려워. 하지만
그거라면 상황으로 봐서 즉시 전 군사 정권의 지도자였던 마레스에게 의심이
가지.
토그사 : 스폰서인 마레스가 의심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해서 일부러 구식을
사용하게 했다?
쿠사나기 : 아니면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고 싶은 다른 스폰서가 있는 건가...
의외로 마레스 자신도 이용당하고 있는 한 사람일지도...
토그사 : 지나친 생각 아니야? 지금으로선 아무런 근거도 없고.
쿠사나기 : [준비하던 총을 겨눠보며 말한다.] 근거라고? 그렇게 속삭이는 거야,
내 고스트가. 그런데 아직도 리벌버를 쓰고 있다며? 2인 1조 전투 단위로
두 자루를 들어도 잼*이 무서워? {*잼(jam): 자동 총기의 고장.}
토그사 : 난 마테바가 좋아.
쿠사나기 : 엄호를 받는 쪽으로서는 취향보다는 효과적인 제압력을 문제로 삼고 싶어.
위험한 일을 당하는 건 나니까 자스타바로 해줘.
토그사 : ...소령.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왜 나 같은 남자를 본청에서 빼온
거죠?
쿠사나기 : 네가 그런 남자이기 때문이야.
토그사 : 무슨?
쿠사나기 : 부정규(不正規) 활동 경험이 없는 형사 출신으로 더구나 기혼, 전뇌화는
했어도 뇌는 잔뜩 남아있고 거의 인간의 몸. 전투 단위로서 아무리
우수해도 같은 규격품으로 구성된 시스템은 어딘가 치명적인 결함을 갖게 돼.
조직도 사람도 마찬가지. 특수화의 끝에 있는 건 느슨한 죽음... 그것 뿐이야.
[간판이 즐비하게 붙어있는 좁은 길에 쓰레기차가 서 있고 한 청소부(1)가 공중전화 옆에
서 조작 중이고 다른 청소부(2)는 쓰레기를 차에 던져 넣고 있다.]
청소부 2 : 이봐!
청소부 1 : 알고 있어!
청소부 2 : 토탈(total) 해서 40초나 늦고 있어!
청소부 1 : 5초면 끝나니까!
청소부 2 : 정말 재수 없네!
[청소부 1, 전화기에 카드를 넣는다. 액세스 성공.]
청소부 1 : [차에 타면서] 미안해.
청소부 2 : 이럴 바에는 불법 취로로 잡힌 저번 짝이 나았어. [차가 출발한다.]
그렇지만 고스트 해킹까지 해서 자기 마누라의 마음을 알고 싶은 거야?
청소부 1 : 얼굴도 변변히 마주치지도 않는데 갑자기 이혼하자고 난리치는 걸 당해봐...
덕분에 딸은 외면하고 건방지게 내가 바람 피운다고 까지 의심하고 있어.
청소부 2 : 하지만 잘도 방벽 파괴 프로그램 같은 것이 손에 들어왔군.
청소부 1 : 프로그래머인 것 같은데... 술집에서 무지하게 친절한 녀석을 알게 됐어.
마누라의 변호사가 제법이라서 만나게 해주지 않는다고 했더니 상담해 줬어.
이렇게 장소를 바꾸면서 액세스하면 들키지 않는다고. 머리 좋아!
[이시카와가 운전하고 바토가 탄 차가 쓰레기차와 충돌할 듯 위험하게 지나가서
쓰레기차가 급정거한다.]
청소부 2 : 바보 녀석! 그렇게 죽고 싶냐?
청소부 1 : 우리들 이외에도 바쁜 녀석이 있는가봐.
[바토가 탄 차가 와서 바로 전에 청소부가 해킹했던 전화기가 있던 곳에 도착한다.]
바토 : 아무도 없어.
이시카와 : 의미 없어. 역탐해도 우리들이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에 튀어버려.
바토 : 다람쥐 쳇바퀴 돌리기란 건가.
부장 : 그렇게 투덜대지마! 다음 추정 구역으로 쿠사나기와 토그사가 갔다.
너희들은 거기서 뭔가를 찾아라.
바토 : 뭔가라니, 뭘 말입니까?
부장 : '뭔가'다
바토 : 빌어먹을 영감. 탐문이라도 하란 거야!
[허름한 차림의 한 시민이 쓰레기 봉지를 들고 뛰어나온다.]
시민 : 어? 이런, 늦었나...
바토 : 아저씨. 청소차가 여기에 있는 걸 봤소?
시민 : 당신들 누구요?
바토 : 본 거요, 못 본 거요, 어느 쪽이오?
시민 : 봤소. 그래서 쓰레기를 가져왔더니 벌써 없어졌어. 한 사람이 전화 걸고
있어서 시간에 댈 수 있겠지 하고..
[바토 일행, 급히 쫓아간다. 장갑 밴에서 쿠사나기가 말한다.]
쿠사나기 : 회수차? 과연, 7분마다 이동하고 있다고? 본부, 그 지역의 청소국에서
정보를 받아내.
[쿠사나기, 목뒤에 있는 네 개의 잭(jack)에 코드를 꽂아서 네트와 연결하여
들어간다.]
본부 : 해당 지역을 순회 중인 회수차는 여덟 대. 목표 차량 타입 C의 58호 차.
쿠사나기 : 운전 맡겠어. [쿠사나기가 온라인으로 운전 조종을 시작한다. 토그사가
핸들을 놓쳤는데도 차는 저절로 방향을 틀어 움직인다. 쿠사나기가 음성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명령을 내린다.]
이시카와, 회수차에 타고 있는 남자의 집으로 가!
바토는 다음 순회 지역으로 먼저 가!
부장 : [본부에서] 누군가와 접촉할지도 모른다. 손대지 말고 그대로 추적해.
네트 : 순회 지점에 관한 데이터 왔습니다. 역탐 지점과 일치. 목표, 다음
포인트에 정차 중.
HA-3 액세스 확인.
[청소부 1이 전화를 사용한 해킹을 끝내고 쓰레기차로 돌아간다.]
청소부 1 : 미안, 미안! 후반은 내가 쓰레기 나르고 당신이 전화하는 건 어때?
청소부 2 : 너의 공범이 되는 건 싫어. 하지만 한심한 얘기군.
청소부 1 : 당신 말이야, 애 있어?
청소부 2 : 있는 것처럼 보여? {당연히 없다는 뜻.}
청소부 1 : 그럼 알 수 없겠지... 딸은 내 생명이야. 봐! 자, 천사 같지?
[사진을 보라고 내민다.]
청소부 2 : [사진은 쳐다보지도 않으며] 남의 집 앨범 엿보는 취미는 없어.
[전화가 온다] 예, 58호 차. 아, 주임님, 뭐죠? 뭐라고?
경찰이 우리들의 순회로를...? 왜 그런...? 몰라요!
청소부 1 : [쓰레기차를 갑자기 빨리 몰기 시작하며] 해킹이 탄로 난 거야! 그 친절한
녀석에게 알리지 않으면!
순회 장소 한 군데 건너뛰겠어!
네트 : 목표, 순회로를 벗어나 가속해서 다음 포인트로 향하고 있습니다.
[바토의 차. 바토가 쿠사나기와 온라인으로 대화한다.]
바토 : 들켰나? 가시 범위 내로 따라붙지 않았는데.
쿠사나기 : 청소국의 네트에 액세스한 걸 들켰을 지도 몰라.
바토 : 뒤쪽으로 몰래 들어갔으면 좋았을 걸.
부장 : [무전기에서] 어쩔 수 없다, 직접 부딪쳐서 잡아.
[쿠사나기의 장갑 밴]
쿠사나기 : 운전 돌려주겠어. [무기를 준비한다.]
이시카와 : [놓고 있던 핸들을 급히 잡으며] 어엇!
[청소부 1이 '친절한 프로그래머'라고 부른 해커가 전화기에서 해킹을 하고 있다.
{이 사람도 인형사에게 고스트 해킹을 당해서 지금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인형사는 이 사람을 통해서 청소부 1도 고스트 해킹을 시켜 이용하고 있다. 이 해커와
청소부 1은 현재 가베르 공화국과의 회담을 방해하기 위한 공작을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청소차가 오면서 청소부 1이 발각되었다고 외치는 모습이 보인다. 해커가 청소차 뒤로
쿠사나기 일행을 발견하고 마구 반자동 총을 갈긴다. 급히 핸들을 돌린 장갑 밴이 전복되고
총알이 차에 잔뜩 박힌다. 쿠사나기와 토그사가 유리를 깨고 튀어나온다. 해커가 이번엔
고속철갑탄창을 같은 총에 장착하고 땅을 강하게 딛고 대단한 위력으로 쏘아댄다.
장갑 밴이 폭발한다. 그때 바토의 차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해커가 광학 미채를 입고
사라진다.]
바토 : 장갑 밴이 엉망이군.
쿠사나기 : 고속 철갑탄을 연발로 사격했어! 차 문도 뽑아버릴 수 있어!
바토 : 반자동 총으로...? 지독한 녀석!
[바토, 해커 광학 미채를 입고 가는 흔적을 발견한다. 바토가 총을 쏴대고
해커는 도망간다.]
바토 : 광학 미채까지 사용하고 있어!
쿠사나기 : 그대로 쫓아! 난 위쪽으로 돌아가겠어!!
토그사, 아직 살아 있다면 회수차의 두 사람을 구속해!
토그사 : [쓰레기 더미에서 나오며] ...알았음. [혼잣말로] 상냥함이 없는 직장이구나.
[총을 빼들고 부서져 서있는 쓰레기차로 다가간다.]
[쿠사나기, 세 번만에 높은 빌딩 위로 점프해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재래식 시장이
눈 아래 펼쳐진다. 복잡한 시장 속에서 바토가 해커를 찾고 있다. 바토의 특수 시각을
통해서 멀리서 해커를 발견하고 총을 빼어들고 겨냥하며 외친다.]
바토 : 경찰이다! 모두 엎드려!
[해커가 가끔씩 응사를 해대며 인파 속으로 도망간다. 바토가 추격하고 해커는 운하 쪽으로
달아난다. 쿠사나기의 사격으로 해커의 모습이 드러난다. 해커는 더러운 골목길로 들어가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광학 미채를 벗어버리고 무심코 서서 골목길 허름한 빌딩들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총알을 확인하는데 8발만 남아있다. 골목길을 빠져 나와서 멈춰 서서는
앞쪽을 보고 뜻 모를 미소를 짓는다. 앞에는 거대한 빌딩들이 밝은 빛 속에 가득 보인다.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서 해커가 놀라서 남은 총알을 모두 발사해 버린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 쿠사나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쿠사나기 : 그걸로 끝인가?
[해커, 공격을 받는다. 칼을 빼들고 보이지 않는 상대를 향해 칼을 휘둘러
보지만 소용이 없다. 쿠사나기와 접전하다가 일격을 받고 쓰러진다.
쿠사나기의 모습이 드러난다. 바토가 와서 말한다.]
바토 : 끝났나? [총을 살피며] 이런 걸로 고속 철갑탄(强裝彈) 같은 걸 쏘니까...
프레임이 덜그럭거리잖아. 배럴(barrel)도 못 쓰겠는데, 이거.
{고속 철갑탄용 총이 아닌데도 무리하게 사용해서 총이 망가져 있다.}
해커 : 체포해도 소용없어. 아무 것도 불지 않을 거니까...!
바토 : 불어? 자기 이름도 모르는 녀석이. 잘난 소리 마, 바보자식!
쿠사나기 : 어머니의 얼굴, 태어난 도시의 풍경, 어렸을 때의 기억... 뭐 하나라도
기억하고 있나?
[해커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진다.]
바토 : [쿠사나기에게 옷을 걸쳐주며] 고스트가 없는 인형은 애처로와. 특히 붉은
피를 흘리고 있는 녀석은 말이지. [하늘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온다.]
[헬리콥터 한 대가 어느 저택의 정원에 착륙한다. 그것을 공안9과의 아라마키 부장과
경찰들이 매복해서 지켜보고 있다. {인형사의 고스트 해킹을 당한 자가 벌이는 공작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인 듯 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알기는 어렵다.}]
중간 책임자: 헬기의 손님이 저택으로 들어가면 돌입한다. B반은 뒤, 나머지는
정면으로 가라. 사이토오, 네 팀은 저택 내의 차의 플러그를 전부 빼둬.
부장 : 녹화 시작해라.
[헬기에서 길고 흰 머리의 남자가 내리는 장면이 녹화되기 시작한다.]
부하 : 본부에서 부장님 앞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본부 : 소령이 붙잡은 남자의 신원을 알아냈습니다.
부장 : 듣지.
본부 : 산 겐화, 28세. 출입국 관리법 위반. 총포류 불법 소지 등 전과 3범.
저번 달 말에 소재를 감추기까지 난민계의 무력 투쟁 조직에 소속.
일주일 정도 전에 그 전력을 높이 인정받아 가베르 공화국의 정부의
대사관 소속 무관(武官)에게서 비밀 회담을 습격하도록 의뢰 받았음...
부장 : 그래서 진짜는? {이상의 사실은 조작된 것일 거고...}
본부 : 통칭 코오비. 직업은 좀 불온한 폐품 이용업자. 송사리라고도 하지만 말이죠.
이건 관할 경찰서의 전력자 리스트에서 이미 확인했습니다. 어딜 어떻게
찔러도 가베르와의 관계는 없음. 인형사에게 조종당한 인형이에요.
[녹화 카메라에는 헬기에서 내린 남자가 두 명의 보디가드의 경호를 받는
저택의 주인과 만나는 장면이 보인다.]
부장 : 이시카와 쪽은?
본부 : 벌써 돌아 와서 현재 토그사와 함께 불쌍한 청소국원을 설득 중.
...그런데 그쪽에 나타난 인형사는... 어떤 느낌의 녀석입니까?
부장 : [기분 나쁜 듯이] 인형 같이 생긴 녀석이다.
경찰 : B반 배치 OK. A반 및 C반 OK. 돌입준비 완료했습니다.
부장 : 돌입하라.
[공안9과 조사실]
청소부 1 : 의사 체험이라니 무슨 소리죠?
취조관 1 : 그러니까 부인도 딸도 이혼도 바람도 전부 가짜 기억으로서, 꿈같은 겁니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이용당해서 정부 관계자에게 고스트 해킹을 행한 겁니다.
청소부 1 : 그런... 설마!
취조관 2 : 당신 아파트에 갔다 왔소. 아무도 없는 독신자의 방이야.
청소부 1 : 그러니까 그 방은 별거 때문에 빌린 아파트로...
취조관 2 : 당신은 그 방에서 벌써 10년이나 살아왔어!
부인도 아이도 없어! 당신 머리 안에만 존재하는 가족인 거요!
취조관 1 : [사진을 건네주며] 보세요. 당신이 동료에게 보여주려고 한 사진이요.
누가 찍혀있죠?
청소부 1 : 확실히 찍혀 있었어. 내 딸... 마치 천사처럼 웃고 있...
취조관 2 : 그 딸의 이름은? 부인과는 언제 어디서 알게 돼서 몇 년 전에 결혼했죠?
[청소부 1,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취조관 2 : 거기에 찍혀 있는 건 누구와 누구죠?
[사진에는 혼자만 찍혀있다.]
청소부 1 : 그 거짓 꿈... 어떻게 하면 지울 수 있는 거죠?
취조관 1 : 유감이지만 현재 기술로는... 성공이 두 건 보고되어 있을 뿐으로 도저히
권유할 수 없습니다. 정말 안됐습니다.
[바토와 쿠사나기가 취조를 반대쪽 창에서 지켜보고 있다.]
바토 : 의사 체험도 꿈도 존재하는 정보는 전부 현실이고 그리고 환상인 거야.
어느 쪽이 됐든 한 인간이 일생 동안 접하는 정보조차도 불과 얼마
되지 않아.
쿠사나기 : ...
[쿠사나기가 바닷물 속으로 잠겨 들어가서 몸을 정지하고 그대로 떠올라온다. 물 밖이 붉게
보이며 수면에 또 다른 쿠사나기의 모습이 반사되어 보인다. 물위로 떠오른 쿠사나기 위로
붉은 하늘이 보인다. 보트가 보이고 이윽고 보트에 오른다. 바토가 그 위에 앉아있다.]
바토 : 사이보그가 비번일 때 잠수하러 온다는 건 좋은 경향이 아닌데.
언제부터 시작한 거야, 이런 짓..
[쿠사나기가 아무런 대꾸 없이 움직인다.]
바토 : 바다가 무섭지 않은 거야? 만약 플로터(floater)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쿠사나기 : 그 때는 죽을 뿐이야. 그렇지 않으면 뛰어 들어와서 구해 주겠어?
무리해서 행동을 같이 해 주길 바라는 건 아니야.
바토 : 난...! [쿠사나기 쪽을 바라보다가 쿠사나기가 옷을 갈아입고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돌린다.]
[보트 위. 시간이 흘러 주위가 어두워졌다. 바토가 캔 맥주를 들고 나와 앉는다.]
바토 : 바다로 잠수한다는 건 어떤 느낌이야?
쿠사나기 : 언더워터(underwater) 과정 끝난 거 아니었어?
바토 : 그런 풀(pool)의 얘기를 묻고 있는 게 아니야.
쿠사나기 : ...두려움, 불안, 고독, 어둠, 그리고 어쩌면 희망.
바토 : 희망? 캄캄한 바다 속에서?
쿠사나기 : 해면으로 떠오를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신이 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어.
바토 : 너, 9과를 그만두고 싶은 거 아니야?
쿠사나기 : 바토, 네 몸, 어디까지 오리지널이었더라?
바토 : 취한 거야, 너?
쿠사나기 : 참 편리하지. 마음만 먹으면 체내에 심어놓은 화학 플랜트(plant, 공장)에서
혈액 중의 알코올을 수십 초 내로 분해해서 말짱해 질 수 있어. 그래서
이렇게 대기 중이라도 마실 수 있어... 그것이 가능하다면 어떤 기술이라도
실현되지 못할 것은 없어. 인간의 본능 같은 거야. 신진대사의 제어,
지각의 예민화, 운동 능력이나 반사의 비약적인 향상, 정보 처리의
고속화와 확대... 전뇌와 의체에 의해 보다 고도의 능력의 획득을 추구한
결과 최고의 메인터넌스(maintenance) 없이는 생존할 수 없게 됐다고 해도
불평할 처지가 아니야.
바토 : 우리들은 9과에 혼까지 팔아 버린 건 아니야.
쿠사나기 : 확실히 퇴직할 권리는 인정되고 있어. 이 의체와 기억의 일부를 황송해 하며
정부에 돌려주면 말이지.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부품이 결코 적지 않은
것처럼 자신이 자신이기 위해서는 놀랄 정도로 많은 것이 필요해.
타인과 구별하기 위한 얼굴, 그리고 의식하지 않는 목소리, 눈 떴을 때
응시하는 손, 어렸을 때의 기억, 미래의 예감... 그것만이 아니야. 내 전뇌가
액세스할 수 있는 방대한 정보와 네트의 넓이, 그것들 전부가 "나"의
일부이고 "나"라고 하는 의식 그 자체를 만들어 내고... 그리고 동시에
"나"를 어느 한계로 계속 제약해...!
바토 : 그게 가라앉는 몸을 껴안고 바다로 잠수하는 이유인가!
어두운 바다 바닥에서 도대체 뭐가 보인단 말이야.
[바토가 맥주를 마시려는 순간,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온다.
희미한, 여성의 목소리이다.]
소리 :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바토 : ...지금 거, 너지?
[쿠사나기, 일어선다. 놀란 눈으로 여기 저기 살펴본다. 바람이 불어와
쿠사나기의 머리카락을 흔든다. 쿠사나기, 갑자기 뒤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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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에게 꿈의 시작을 던져저준 철학적의문을 담고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색으로 인해 글자가 잘않보이시면 링크쳐서 봐주시기바랍니다.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정모때 생각 나는군요. 신원님 발표중에 아직도 기억나는 단어. 뇌 그리고 공각기동대.
말을 그때 잘 못해서 좀 후회스럽습니다만 키워드는 잘아시니 다행스런 마음도 듭니다.
Syand Alone Complex 이후부터는 쭉 봤는데 이건 그보다 앞의 이야기같네요. 잘 봤습니다. 공각기동대 좋아하는 분이 드문데 이거 반갑네요 ㅎㅎ
시간순을 따지지 않는게 좋을것 같습니다.비슷한 인물구성에 비슷한 세계관정도로 보면 좋을것 같습니다.
2기는 군국주의성향이 다소심하게 나타나많이 아쉬웠다는-_-;;;1기에는 딱히 그런거 없었는데요....3기엔 다행이 그런거 없었지만....그리고 안습적이게 극장판2기에서는 다소 한국비하적 경향으로도 볼수있는게 약간 나왔습니다. 악당격해커가 '킴'이라는-_-;;물론 약간 포스있게 나왔지만.....한국사람으로 세명정도 나오는데 일반적시각으로 좀 부정적으로 보일수 있는 사람이 두명이나-_-;
찾아보니까 극장판과 TV판의 차이더군요. SAC 2기... 자위대가 자위군으로 나오질 않나, '난민'이 알고보니 한국인이질 않나, 저도 그 부분때문에 꽤 실망하긴 했는데, 생각해보면 김진명님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작품을 일본인이 읽는다면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란 생각에 정치적인 해석은 관두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상대적인 문제이고, 그런 부분을 제하더라도 인간의 실존, 정보화 속에서의 자아의 의미, AI와 인격의 경계 등에 대한 화두를 던져줬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충분하니까요 ^-^ 저는 개인적으로 3기에서 다치코마들한테 이름 지어진거 보고 엄청 기뻤거든요 ㅎㅎ
맞아요 ㅋㅋ 정보화에서의 자아관련해서 개쇼크였습니다. 집단무의식의 가능성 ㅋㅋㅋㅋ진짜 사회발달할수록 해골볼잡한 경우도 많이 생길것 같군요..인간과 기계를 이분법 하기전에 합쳐지는것에대한 문제가 중요시될것 같습니다. ㅋㅋ 영화대박기대됩니다.ㅋㅋㅋ제꿈이 일부분 실현된작품이기도하니까요.. 어짜피 힘의대세가 그러니 곧 올것 같군요... 많이 대비를 해두어야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