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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사천시와 삼천포에 위치한 와룡산(798.6m)과 사량도 지리산(397m)은 등산인에게 잘 알려진 산이다. 두 산 모두 독특한 산세와 더불어 남해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맛볼 수 있는 명산이기에 연중 산을 차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와룡산은 한려해상 국립공원과 함께 사천시와 삼천포시를 상징하는 산이었다. 청룡과 백룡이 하나의 머리를 두고 다투면서 형성됐다는 이 산은 해발 800m급이지만 산세는 1천m급에 못지않게 당차다. 육산의 능선에 보석처럼 박힌 암봉과 바위들이 산의 기운을 드높여주고, 남해바다가 펼쳐지는 조망의 즐거움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산이다.
최근 ‘뇌력 충전-돈 안 드는 습관으로 우리 아이 뇌력 키우기’를 펴낸 한의사 이유명호씨의 주장이 재미있다. 그가 주장하는 우리 아이 두뇌의 힘을 키우는 돈 안 드는 습관 10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햇볕을 자주 쬐어라. 햇볕을 자주 쬐면 몸에 비타민 D가 흡수되어 암을 막고 뼈를 튼튼히 하고 생식력을 높인다.
둘째, 신선한 공기를 마셔라. 숲은 최고의 에어백이다. 숲에 가서 신선한 공기를 뇌 부르게 마시고 방안의 환기를 자주 한다.
셋째, 왕성한 식욕을 유지하라.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를 맡고 혀로 맛을 느끼며 즐겁게 식사 한다.
넷째, 깊은 밤잠을 달게 자라. 인체의 리듬을 거스르지 말고 생체 리듬에 맞춰 깊은 밤에 단잠을 푹 잔다.
다섯째, 좋은 물을 마셔라. 뇌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열, 화를 내면 뇌도 찌그러지고 생기를 잃는다. 물 한 잔 쭉 들이켜고 천천히 호흡한다.
여섯째, 생기 도는 언어를 써라. 칭찬의 말이나 긍정적인 말을 자주 하고 자주 듣는다.
일곱째, 양손 쓰기를 습관화하라. 양손잡이가 두뇌 질환의 회복이 빠르다. 왼손잡이는 오른 손 쓰기, 오른손잡이는 왼손 쓰기를 자주 하여 뇌의 균형 감감을 키운다.
여덟째, 많이 걸어라. 뇌신경은 일정한 리듬의 평화로운 운동을 좋아한다.
아홉째, 많이 웃어라. 웃음은 시무룩한 세포에 생기를 돌게 하고 산소 공급을 늘려 뇌 힘이 좋아진다.
열 번째, 자연과 친해져라. 자연은 인체의 5감인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일깨워 의식을 확장한다.
한의사 이유명호씨의 두뇌 활성화를 위한 10계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산에 가라’로 귀결된다. 산에는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신선한 공기와 화사한 햇볕과 맑은 약수가 널려 있다. 산행 친구들과 많이 웃고 즐겁게 식사하며 생기 도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또한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쓰며 많이 걷고 나면 깊은 단잠에 푹 빠질 수 있다.
11시 30분, 사천시를 가로 질러 와룡산 입구에 도착하였다. 수원 IC에 들어선지 꼭 4시간 만이다. 몇 해 전, 대진고속도로가 개통되었기에 당일 산행이 가능한 일정이다. 오산 부근에서 밀려 20분쯤 지체하였는데도 예정시간에 착오없이 맞추었다. 이토록 정확하게 등산인의 발이 되어주는 발해관광 기사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오늘 산행에는 강교장님과 김교감님도 동행하였다. 마라톤 매니아인 강교장님은 모처럼 러쎌산악회 산행에 동참하였다. 여타 마라톤대회를 앞두고 마라톤 연습을 하느라 시간을 내지 못하였다. 지난 주 일요일에는 경기마라톤 21KM 하프코스에 참가하여 1시간 43분의 좋은 기록으로 골인하였다. 매일 아침 12KM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하는 강교장님의 생활은 결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모습이 푸른 파도처럼 젊고 싱싱하다. 마라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와룡산 기슭에는 청미래 덩굴이 벌써 새순을 내놓았다. 하트 모양의 둥근 멍개나무 잎에 쏟아지는 햇살이 싱그럽다. 언덕배기의 밤나무도 파란 이파리를 내밀었다. 수원보다 1주일 정도 빠른 5월의 풍경이다. 2007년 신록을 4월에 앞당겨 만나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해발 625M의 천왕봉에 오르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산악회에 처음 동참하였다는 최형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아무래도 첫 봉우리인 천왕봉까지는 동행하여야 할 것 같았다. 준비운동 없이 다짜고짜 가파른 언덕을 치고 오르려니 무리가 왔다. 왼쪽 장딴지 근육에 쥐가 나고 말았다. 등산화를 벗기고 발을 꺾어 근육을 풀었다. 마침 도수 높은 진도 홍주가 배낭에 있어 한 잔을 건네었다. 또한 캔 커피가 그의 배낭에 있어 마시게 하였다.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급작스런 운동을 하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난다. 아침을 먹지 않았거나 저녁을 굶었을 때도 이런 현상은 종종 일어난다. 맨소래담을 바르고 일어나서 천천히 산에 올랐다.
12시 50분 경, 천왕봉에 올랐다. 전망이 확 트였다. 삼천포와 사천시가 한 눈에 조망되었다. 바닷가에 면한 두 해안 도시는 와룡산과 풍경 좋은 섬으로 둘러 싸여 있다. 사량도 지리망산이 동쪽으로 보이고 보리암으로 이름 난 금산이 남쪽으로 보인다. 비 개인 날의 오전이었으면 더욱 또렷한 환상의 풍경을 만날 수 있겠다.
상사바위에 올라 앉아 일행과 점심을 먹었다. 청아님, 바우님, 달마님, 남일님, 최형과 함께 씀바귀에 된장 쌈을 싸서 오찬을 즐겼다. ‘쌈 먹고 싸우지 마라.’ 라는 바우님의 위트와 집에서 담근 된장에 씀바귀를 싸서 먹는 쌈이 식욕을 돋우었다. 이래저래 여러 잔의 소주를 달게 마셨다.
장딴지 근육에 쥐가 났던 최형이 먼저 일어섰다. 일행에 앞서 천천히 산길을 가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달마님이 배낭에서 스포츠 선수들의 근육마사지용 의약품을 꺼내 환부에 발라 주었다. 산행에 앞서 의약품 준비에 철저한 달마님의 행보가 돋보인다. 모처럼 아름답고 여유있는 산행 친구의 우정을 보았다.
상사바위로도 불리는 바위 언덕에는 철쭉이 드문드문 피어 있었다. 아직 만개하기에는 1주일쯤 기다려야 하겠다. 꽃샘추위에 얼어 버린 꽃봉오리도 더러 눈에 띄어 안타깝다. 길가에 예쁜 꽃이 먼저 꺾인다는 속담도 모르는가? 요즈음에는 초등학교 아이들도 예쁘게 보이려고 귀를 뚫고 화장을 한다. 자신의 용모를 아름답게 가꾸려는 여자들의 심리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모든 사물에는 제철이 있다. 분명 요즈음 여자들이 자숙해야 할 일이다.
2시 10분경, 도암재를 지나 해발 707M의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에서 보는 주위 전망이 압권이었다. 동쪽으로 기차바위 능선이 아늑하고 발아래로 와룡동의 풍경이 그림 같다.
와룡산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용이 누워 있는 모습이라 하여 와룡이란 지명을 지녔다. 그러나 그 유래는 고려 제8대왕 현종이 와룡산 자락으로 귀양살이한데서 유래한 듯하다.
와룡산 와룡동은 태조 왕건의 막내 아들인 왕욱과 그의 손자 왕순이 귀양살이를 했던 곳으로 알려진다. 그들이 이곳으로 귀양 온 까닭은 왕자 욱이 제5대 경종의 둘째 부인 헌정왕후와 정을 통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왕자 욱과 헌정왕후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모른 체 할 수 없었던 제6대 성종이 왕욱을 와룡산 기슭으로 귀양 보냈던 것이다.
욱의 아이를 잉태한 헌정왕후는 순을 낳자마자 산후 여독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에 성종은 욱의 아들 순을 아비가 귀양살이 하는 와룡산으로 보냈다. 순은 여섯 살이 되기까지 이곳에서 아버지 욱과 함께 지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린 왕자 순은 아버지 욱이 죽자 비로서 귀양살이에서 풀려나 도성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개성으로 돌아 온 왕자 순은 정치에 담을 쌓고 승려가 되어 살았다. 숭교사(崇敎寺)와 신혈사(神穴寺)에 은거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강조(康兆)의 정변에 의하여 목종이 폐위되면서 강조의 추대로 왕위에 올랐다. 고려왕조가 성립한 지 거의 1세기가 지난 시기의 일이었다. 와룡동에 납작 엎드려 있던 왕욱의 아들 왕순은 마침내 고려 제8대 현종이 되었다. 왕위에 오른 현종은 고려왕조의 기틀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한 군주가 되었다.
와룡산은 산 이름과 더불어 '용' 자로 이름삼은 지명이 많이 있다. 정상인 민재봉을 기준으로 세 가닥으로 뻗은 산줄기 마다 용자 이름의 마을이 있다. 남서릉 끝자락에 자리 잡은 마을을 좌룡동이라 하고, 남동릉 끝자락에 솟은 용머리 형상의 봉우리는 하여 용두봉이라 일컫는다. 또한 남서릉과 남동릉 사이에 위치한 분지형의 마을은 용이 누워 있는 지형이라 하여 와룡동이라 불린다.
2시 20분경, 해발 797M의 새섬 바위에 올랐다. 왕을 낳은 곳이니 봉황바위라고 불러도 될 법하다. 새섬 바위 아래로 덕룡사, 청룡사가 내려다 보이고 와룡동과 와룡저수지가 파랗게 빛난다. 저곳에 살고 싶다는 등산객의 지나가는 말도 들린다. 명당을 알아보는 눈은 누구에게나 있는 모양이다.
오후 3시경, 해발 798M의 와룡산 민재봉에 올랐다. 새섬 바위에서 민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철죽능선이었다. 그러나 아직 이른 시기여서 꽃봉오리만 가득 달고 있다. 민재봉에서 동남으로 이어지는 기차바위 능선은 산불 방지 기간이어서 출입금지 구간으로 묶여 있다.
민재봉을 내려와 백천사에 이르렀다. 백천사는 한창 내부공사 중이었다. 초파일을 앞두고 대웅전 마무리 공사에 박차를 기하고 있었다. 그러자니 자연 사찰 주변의 산을 깎아 붉은 속살이 들어난다. 백천사에서는 거대한 와불을 들어앉혀 놓고 시주할 불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백천사는 이제 심신 수련의 도량이 아니라 이익을 위해 뛰는 하나의 기업이다. 옥으로 만들어 세운 보살상이며 금박을 입힌 거대한 와불로 현혹하여 가난한 불자들의 주머니를 터는 스님들의 행보가 곱지 않다.
오후 4시 20분 경, 백천사를 둘러보고 내려오니 강교장님과 최형이 먼저 나와 반겨 주었다. 종아리에 쥐가 나서 잠시 고생을 하였던 최형이 건강하니 다행이다. 이번에 겪은 일을 거울삼아 최형도 다음 산행에서는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을 것이다. 강교장님과 김교감님은 거의 1시간 전에 산행을 마치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처럼 나선 길이어서 함께 산행을 하였어야 하는데 사정이 그리 되었다. 미안한 마음에 반병쯤 남은 홍주를 꺼내 두 분께 한 잔씩 건넸다.
와룡산을 돌아 나오는데 차창 밖으로 봄바람에 넘실거리는 청보리밭이 보였다. 그 옆에는 붉은 카펫을 깔아 놓은 듯한 자운영밭도 보였다. 남도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목가적인 풍경이다. 잠시 차에서 내려 붉은 자운영과 청보리밭에 앉아 술 한 잔 기울이면 좋으련만 갈 길이 바쁘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반가운 산우들과 소주와 막걸리로 뒷풀이를 하였다. 달마님이 준비한 꽁치 통조림과 번데기를 안주하여 페트병의 소주 한 병을 다 마셨다. 이어 강교장님이 준비한 시원한 포천 일동막걸리로 입가심을 하였다. 가식없고 허물없는 산행 친구들이 좋아 덕담을 나누며 많이 마셨다.
아쉬운 4월의 봄날이 훌쩍 날아간다. 신록이 아름다운 5월이 오면 산꾼들의 행보도 더 바빠질 것이다. 아카시아 꽃을 찾는 꿀벌처럼 하루 해가 아쉬울 것이다. 이래저래 즐거운 세월이다.
첫댓글 어느곳에서 봐도 딱 트인 전망이 좋았지요 저는 단지 용이 업드려진 형상이라 와룡산으로 만 알고 갔는데 고려왕조 와 그런 깊은 사연있는 산이줄 몰랐어요 겁고 가슴 뿌듯한 마음으로 산행을 마치고 백천사에 들렀는데 공사중이라 어수선하고 가지각색에 불상들이 사찰을 둘러보고 싶은맘을 없게해서 대충보고 왔어요 좋은글과 많은것을 배우고 갑니다
쥐가난 최형을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주신 고인돌님의 정성을 따를 수가 없군요.달마님의 개그와 도드람님의 잔잔한 미소가 있기에 산행 내내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오랫만에 방가운분들뵈니 KIN건 산행이 되었답니다.
부족한저를,山같이크게생각해주시니,감사할따름입니다..다음번에는,보다나은山人이되도록노력하겠습니다...
부족한 제가 보아도 너무나 훌용한 글이네요 고인돌임 존경함니다,
남도의 폭신 폭신한 자운영 카펫 위에서 임선생의 후기를 읽고 있는 기분이라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