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 극본을 처음 받아들고 (아이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대본)
어떤 형식의 연극으로 나가야 할지 참으로 고민했다.
있는 애들을 추려서 캐스트를 정하고 연습에 들어갔지만,
방학이란 조건에 절대로 아이들이 다 모이는 법은 없었다.
한명 한명 열의를 잃어가고 나도 "올리기 힘들겠다" 라고 생각해 버렸다.
주연을 맡은 아이가 그만두어 버렸다.(한병태)
그래서 다른 애에게 맡겼더니 집안 사정으로 또 그만두게 되었다.
남은 시간은 14일...
여기서 포기할것인가..
그때 전화가 왔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누나였는데 (인터넷상으로)
공연이 얼마 안남았다고 직접 전화를 한 것이었다.
(알고지낸지는 1년이 넘었지만 전화는 처음이었다)
그 누나와 2시간 동안의 통화 후, 나는 힘을 찾았고,
아이들을 단합시키는데 성공했다.
결국 한병태 역은 내가 맡게 되었고,
진지함과 연기력으로 승부하기에는 아이들의 연기력도,
하루 할당된 연습량도, 또한 시간도 모든것이 부족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코믹'.
이 연극을 연출하고 진행시키면서 '한여름밤의 꿈' 을 몇번이나
되살려서 생각했다.
어떻게 했길래 내가 그렇게 웃었는지.
주인공 + 연출 이라는 일생의 악조건에다가 남은 시간은 1주일
(그 방향을 정한것이 1주일 남았을 때)
아이들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12시간씩 연습을 진행했고.
나는 집에 11시쯤 들어와서는 대본 수정 작업과 안무 만들기에
열중했다. (잘건 다 자면서 했다 -_-)/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나에게 되물으면서 연극은 하나하나씩
만들어졌다.
모양새를 가추어 졌을 즈음이 바로 공연 전날이었다.
이렇게는 못올린다. 관객이 밖으로 나가 버릴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나와 배우들은 그날 밤을 새며 재미 없는 부분을
재미있도록 만들었다.
공연당일....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절망이었다.
음향을 준비하러 나는 아침부터 뛰어다녔고,
공연 시간 3시간 전까지 엄석대역을 맡은 녀석은 도착을 않했다.
공연 3시간 전 9/5(금) 오후 2시...
우리는 마지막 리허설과 안무를 만들기 시작했다.
관객 입장 10분 전에야 완성된 (혹은 모양새가 잡힌) 안무는
개판 5분전이었다.
공연시작...
놀랍게도 아무도 오지 않을거라 예상한 자리에는 반이나 (70명 가량)
이 앉아 있었고 (물론 10명 가량의 선생님에다가 거의 다 아는사람)
비는 이미 그쳐 있었다.
관객앞에 서있으니 아이들은 갑자기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여
엄청난 애드립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햇다.
그 후 관객은 계속적으로 몰려와 모든 자리가 차고 (150석)
일어서서 본 관객까지 있을 정도였다.
반쯤은 즉흥극에 가까워진 공연을 보고 관객들은 웃어주었다.
대사도 버벅거리고, 어설픈 여장남자와 뚱뚱한 주인공이 출연하는
연극을 보고 관객들은 웃어주었다.
어설픈 춤과 어설픈 코믹이 결합된 우리의 혼신의 역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을 보고 웃어주었다.
...
누군가 나에게 말한 적이 있다.
"연극은 나의 종교입니다" 라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특히 성인이 되기 전에 그 말을 한다면 100% 거짓말이라고.
나는 이렇게 말하련다..
연극은 나의 연인과 같다.
관객은 나의 영원한 구애 대상이다..
..
이 연극을 보러와주신 수경이 누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또한 이 연극을 보러 와주신 관객들께 "사랑합니다" 라는 인사를 전합니다.
and.. 응원해주신 애플팜 식구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_^)/
또한 이 모든 영광을 항상 나를 인도해 주신 주님께 바칩니다.
p.s
어쩌다 보니 존대말이 안써져 버렸습니다만.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_^
첫댓글 ㅋㅋㅋ 가진 못했지만 수고해써~~~ 이제 울 작품만 열씸해~~ 아라찌? ^^
와... 대단한데... 1주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