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TV 생산이 추진된 것은 1963년 무렵이다. 1961년 12월 국영 KBS TV가 개국한 지 1년여 뒤다. 당시 정부는 TV 수상기 보급을 확대해 경제개발계획을 홍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금성사(현 LG전자)에 TV 생산을 권고했다. 이때까지 국내엔 미국·일본에서 수입된 TV만 유통됐다. 금성사는 1963년 일본 히타치제작소에 기술연수팀을 파견하고 생산시설을 도입하는 등 TV 생산 계획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 무렵 TV 생산에 대한 국내 여론은 최악이었다. 차관을 통한 외환 유입으로 환율이 치솟은 데다 전력 사정도 좋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차관을 끌어들여 TV 부품을 수입하는 데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컸다.
우여곡절 끝에 1965년 말, 금성사는 'TV 부품 도입에 소요되는 외화는 라디오를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를 활용한다'는 등의 조건으로 부품 수입 허가를 얻어냈다.
▲ 국내 최초의 흑백 TV 'VD-191'
그리고 1966년 8월, 마침내 국내 최초의 흑백 TV 'VD-191' 500대가 만들어졌다. 48㎝(19인치)짜리 흑백 TV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시 가격이 6만원으로 쌀 27가마 값에 달했지만 '최초의 국산 TV'는 공개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에게만 팔았을 정도로 인기였다.
금성사는 월 생산능력을 1500대로 늘렸고, 1966년 말까지 1만대를 생산했다. 당시 국내 TV 보급대수는 미국·일본제를 중심으로 10만대였는데, 금성 TV가 생산 5개월 만에 전체 보급 대수의 10%를 차지한 것이다. 이 무렵 정부는 전자공업을 수출 전략산업으로 중점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라이벌' 삼성전자는 1970년 일본의 산요와 합작으로 흑백TV를 생산했고, 1972년에는 독자적으로 흑백TV 생산에 성공했다. 3년 뒤 삼성전자는 예열이 필요없는 '이코노TV'를 시장에 내놔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모으며 금성사와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구축했다.
컬러TV를 먼저 생산한 쪽은 삼성이었다. 삼성전자는 1976년 컬러TV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사치를 조장하고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컬러TV 방송을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컬러TV는 전량 수출됐다. 1974년 아남산업이 국내 최초의 컬러TV를 생산했지만, 이는 일본 나쇼날전기와 합작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경쟁을 거듭하며 함께 글로벌 기업으로 커 나갔다. 2000년대 들어 두 회사는 LCD TV· PDP TV 등 평판TV를 속속 선보이며 시장점유율을 높여갔고, 2006년 마침내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이렇게 시작한 대한민국 텔레비전 생산의 역사는 아주 얇은 벽걸이 TV시대를 넘어 '3D' 입체화면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 장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