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달러 대박’의 행운은 동료 선수의 퍼터를 빌려 출전한 신예 애런 오버홀저(29·미국)에게 돌아갔다. 28일 제주 중문 GC(파72·7454야드)에서 끝난 신한코리아골프챔피언십(총상금 355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오버홀저는 3언더파(버디5, 보기2)를 치며 최종합계 4언더파 284타를 기록, 공동 2위(2언더파) 나상욱(엘로드)과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를 2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상금 100만달러의 주인이 됐다. 나상욱과 히메네스는 32만5000달러씩을 나눠 가졌다.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던 양용은은 전날 4번홀(파4) 쿼드루플 보기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공동 11위(3오버파)로 대회를 마감했다. 최경주(슈페리어)는 버디만 4개를 잡아내며 공동 28위(11오버파)를 차지했다.
모처럼 화창한 날씨 속에 벌어진 마지막 라운드. 앞서 제주의 비바람을 견뎌냈던 선수들은 신나는 버디 행진을 벌이며 숨은 실력을 뽐냈다. 트레버 이멜만(남아공)은 버디만 7개를 잡아내는 컴퓨터 샷을 선보였다.
3라운드 1위인 히메네스와 2위인 오버홀저는 마지막 날 챔피언조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시소게임을 벌였다. 7번홀까지 4언더파로 오버홀저에 2타차 앞섰던 히메네스는 8번홀(파4)과 9번홀(파4)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흔들렸고, 오버홀저는 8번홀에서 3.5m 버디를 잡아 선두로 올라섰다.
시가를 피워가며 연습을 하던 ‘꽁지머리’ 히메네스에게 가장 뼈아팠던 고비는 12번홀(파4). 히메네스는 1m 남짓한 버디 퍼트를 놓친 데 이어 다시 1m짜리 파퍼트마저 놓치며 3퍼트 보기를 범했고, 결국 그 홀의 2타 차이가 챔피언 오버홀저와의 격차로 끝까지 남았다.
미PGA투어 2년차인 오버홀저는 올해 PGA투어 23개 대회에 출전해 상금랭킹 52위(135만5433달러)를 기록 중인 선수. 아직 우승은 없지만, 와코비아챔피언십 2위 등 여러 차례 우승권에 들며 이름을 알렸다. 올해 초 세계랭킹이 188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93위까지 올라섰다.
오버홀저는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성질’을 부리다 퍼터를 망가뜨려 고생했다. 오버홀저는 “9번홀까지 2언더파로 가는데 10번홀에서 어처구니 없는 3퍼트가 나와서 퍼터를 잡아 비틀었더니 망가졌다”며 “하는 수 없이 나머지 홀은 피칭 웨지로 퍼팅을 했고, 2라운드부터는 톰 퍼니스 주니어의 퍼터를 빌려서 쳤다”고 말했다.
3라운드에서 3위로 올라섰던 나상욱은 14~16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낸 데 힘입어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공동 2위의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나상욱은 “짧은 버디 퍼트 한두 개만 더 떨어졌어도 우승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며 “겨울 동안 연습을 열심히 해서 내년엔 더 좋은 성적을 올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