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안평지맥은 금남정맥이 대둔산에 이르기 전 배티재(梨峙) 북쪽 0.7km 지점의 일대봉(약 640m)에서 북쪽으로 가지를 쳐 충남과 대전시 경계를 따르다가 대전시를 동서로 가르며 대전시 만년동 둔산대교 앞에서 생을 마감하는 도상거리 31.3km 산줄기를 말한다. 지맥 동쪽의 유등천과 서쪽의 갑천은 합수되어 북쪽으로 12km쯤 흘러가다 금강에 든다
이번에도 세종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안평지맥을 골랐다. 안평지맥을 두 구간으로 나누면 거리가 짧아서 핑계에 대둔산을 다녀오기로 한다. 금남정맥하면서 정상을 다녀왔다고는 하지만 구름다리와 삼선고개는 사진에서만 봤을 뿐 가보지를 못했다. 대둔산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지만 부러 시간을 내서 가기도 그렇고 해서, 1구간을 진행하면서 대둔산을 둘러보기로 한다.
★ 산행개요
- 산행코스 : 배티재-대둔산공원 입구-대둔산 정상(마천루)-낙조대-일대봉(분기봉)-오대산-안산-안평산-평화공원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27km (실제거리 18km, 접속 6.5km/하산 1.5km, 헛발품 1km)
- 산행일시 : 2024년 8월 25일(일) 07:50~19:10
★ 흔적들
B1 첫차를 이용 대전역에서 두 번의 환승을 거쳐 배티재(대둔산 휴게소)에 내린 시간이 7시 40분이다. 대둔산을 시내버스를 이용해서 세종에서 무척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빵을 먹으면서 산행 준비를 했다.
안평지맥 분기점으로 가려면 버스 하차 지점이 금남정맥이기 때문에 바로 오른편 들머리로 향하면 된다. 700미터 지점에 일대봉 분기점에서 지맥답사를 하면 되지만 대둔산을 제대로 보는 것이 오늘 산행의 의미를 더할 수 있다. 따라서 도로 따라 걸어간 다음 대둔산 공용터미널이 있는 곳에서 바로 가파르게 이어지는 대둔산 메인 등산로에 섰다. 올라가는 길에는 폭우로 시설물이 뒤틀리고 쓸려간 흔적들이 곳곳에 보인다. 동심바위를 지나 구름다리를 밟고 삼선계단을 올라, 9시 22분 마천루 개척탑이 있는 대둔산 정상에 이르렀다. 운동화 신고 올라온 아가씨한테 인증샷을 부탁하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한 후 하산을 시작했다. 운무가 사위를 꽉 메우고 있어 주변 산세를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낙조대를 잠깐 들른 후 금남정맥 하산길을 찾아 내려갔다. 역시 낙조대에서 조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10시 35분 안평지맥 분기점인 일대봉(640m)에 도착했다. 배티재에서 6.5km를 둘러온 셈이다. 11시 2분, 준희 선생님 오대산 정상(643.8m) 산패가 달려 있지만 불과 3분 거리에 커다란 오대산 돌비석이 세워져 있다. 높이는 엇비슷한데 569m로 643.8m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거창한 돌비석을 세웠으면 높이라도 제대로 확인했어야지.
내려가는 길에 식사를 하고 12시 20분 420봉을 거친 후 12시 50분 방고개에 내려섰다. 도로따라 68번 지방돠 지나는 태고사 삼거리에 내려선 후 들머리를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맸다. 그러다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전원주택 단지 진입도로를 찾아 사면을 치고 올라갔다. 오르다보니 마루금을 만나긴 해도 여러번 잡목에 갇히곤 했다. 13시 26분 정상인 333.0봉을 거쳐 13시 54분 안산으로 이어진 마루금은 다소 거칠고 잡목과 풀숲이 진행을 방해했다. 어렵사리 두지리 마을 윗길인 반고개(도롱길)에 내려섰다. 잠깐 도로따라 가다가 마루금을 찾아들어가는데 주택의 개들이 엄청나게 짖어댄다. 대여섯군데 개를 묶어두었고 고의로 마루금을 온전하게 지나갈 수 없도록 개 두 마리를 배치했다. 무덤으로 우회하여 올라가 서둘러 그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지만 다른 사정이 있겠지 하며 주인에 대한 원망을 접기로 한다.
15시 9분 논산시에 세운 이정표를 확인한다. 오늘은 그러고 보니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시작해서 충청남도 금산군과 논산시, 그리고 대전시 경계를 지나고 있다.
15시 21분 403.2봉을 넘어서자 마루금은 훤하게 열렸다. 장태산 휴양림 산책로와 겹치면서 길은 더욱 편해졌다. 15시 44분 대전광역시 극남점에 도착했다. 오른쪽으로는 금산군, 왼쪽으로는 대전광역시 서구가 경계를 이루고 있다. 16시 38분 마근대미재를 지났다. 산행초반 대둔산을 오르며 힘을 빼서 허기가 졌지만 간식을 준비하지 않아 후반으로 갈수록 속도가 나질 않았다. 16시 51분엔 오른쪽으로 채석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거의 모든 산행 후기마다 채석장이 보이면 비난하기 일쑤지만 내 입장은 다르다. 우리나라는 시멘트를 수입하지 않고 전적으로 자체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산에 묻혀있는 시멘트 원석 때문이다.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채석한다면야 비난하고 반대할 필요까지 있을까.
17시 36분 질울재를 넘어서서 17시 45분 산불피해 현장이 나타났다. 17시 50분 342.7봉에 이어 가파른 안평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곳곳에 화마로 아름드리 금강송이 죽어나가고 쓰러진 고목들이 보인다. 안타까운 모습이다.
18시 24분 어렵사리 안평산(470.8m)에 도착했다. 한 달 전보다 해가 무척 짧아졌다. 평화공원이 보이는 지점까지는 진행한 후 내려가야 해서 서둘러야 했다. 그런데 가는 길에 특이한 장면을 보게 된다. 나무 수십 그루가 뽑힌 채로 모두 오른쪽으로 쓰러져 있었다. 등로에 쓰러진 나무를 통과하는 것도 일이었지만 무슨 원인으로 큰 나무가 뿌리째 뽑혔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갑작스러운 돌풍 때문인지 벼락을 맞아서인지 원인을 알 수는 없지만 200~300미터 계속되어 서두르는 발길을 붙잡았다.
19시 10분 안평산에서 1.3km 떨어진 지점에 도착했다. 오늘 마루금 산행은 여기서 접기로 한다. 오른쪽으로 급사면이지만 간벌이 되어 있고 바로 평화공원으로 연결되어 있다. 5~6분 만에 평화공원 도로에 내려선 후 1.5km 떨어진 입구에 내려선 다음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신대2리 한 식당이 문을 닫지 않아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었다.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세종 집에 도착하기까지는 2시간 정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