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같은 휴가 3일, 직장에는 3일간 잠적할 거라고 ...... 급한 일 있어도 연락하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놓고 혼자놀기 신공을 펼치고 있던 중 오늘은 예술의 전당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였습니다. 참, 저는 혼자놀기의 달인입니다. 칼바람이 얼굴을 에이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버스를 이용하여 예술의 전당으로 고고씽. 국립국악원에서 내려 10분 정도를 씩씩하게 걸었습죠. "춥지않은 겨울이 진정 겨울이랴?" 하면서 말입니다.
천재화가 김홍도를 만날까 했는데 전시회도 마트화해가는지 서예전과 '1+1' 행사를 하더라니까요. 원래 심플을 추구하는 성격(나름 시크함!!)이라 원플러스원을 거부하고, 다큐멘터리사진을 보기로 결정. 그리고 이 관람료는 에이즈환자의 무상치료약에 쓰일 것이라는 바람직한 안내가 있어 대부분 할인고객인 것 같아 쫌 억울했지만 매표구로 갔죠.
'MAGNUM'이란 국경을 초월한 사진작가의 단체랍니다. 예술성을 추구하는 것은 물론 사회성있는 작품으로 실제 촬영대상자들을 돕고 있습니다. 국경없는 의사회와 같은 성격의 조직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입장료 10,000원도 의미있게 쓰여지리라 기대하며 연말정산을 위해 신용카드로 결제 ^.^
전시장입구의 입간판입니다. 전광렬씨의 목소리 재능기부가 되어 있는 사진해설기가 있었는데 대여료가 3,000원인 관계로 그냥 패스, 몸으로 부딪쳐보기로 했습니다. 이 보라색히잡을 쓰신 분은 아프가니스탄 부인으로 지난 1월 20일 예술의 전당에서 소감발표를 하였다네요. 아, 아까비!! 미리 알았으면 그때 가는 건데.
전시장 내부를 보실까요? 내부는 당연히 촬영불가지요. 마침 지키는 이도 없고 해서 양심은 개나 줘버리고 사진을 찍어볼까 했으나 분위기가 너무 숙연하여 폰을 들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백문이불여일견이라 하니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빌려왔습니다.
벽면에 사진만 전시했다면 감동이 절반이었겠지요. 조그만 방에 촬영대상자 각 사람에 관한 동영상을 제작해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목소리까지, 전시되지 않은 영상까지 볼 수 있어 훨씬 실감이 났습니다.
전시된 사진은 베트남, 르완다, 페루, 스와질랜드, 러시아, 남아공 등의 나라에서 고통받는 HIV 양성환자들의 치유 또는 죽음의 과정을 스토리로 구성하여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에이즈환자 이야기인 거죠. 에이즈는 1990년대 중반부터 치료약이 발명되어, 이제는 '신의 저주를 받은 불치병'이 아니라 '만성적 질환'일 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에게는 약값의 부담때문에 치료가 그림의 떡이었죠. 이를 안타깝게 여겨 매그넘작가들이 나선 것입니다. 그리하여 환자들에게 4개월간의 무상치료가 주어졌고, 그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한 전시회입니다. 이 기획이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삶을 주었고, 어떤 이에게는 쓸모없는 노력이 되기도 했지요. 그러한 이야기였습니다.
한 작가는 치료시작 시점에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환자에게 주어 매일 사진을 찍도록 했더군요. 여러 사람의 4개월 긴 여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원기를 회복해가는 사람, 반대로 야위고 야위어서 결국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준엄한 현실이 그대로 보여지더군요. 작은 사진들이 주르륵 줄 맞춰 붙여져있죠? 그게 날짜 순으로 전개된 환자 자신의 셀카입니다.
자, 그럼 몇 가지 케이스를 볼까요?
베트남의 두 가장입니다. 처음의 남자는 치료의 성과도 없이 가족에게 슬픔을 남기고 돌아갔습니다. 두 번째 남자는 건강해져서 다시 페인트공 직업까지 얻고, 가족들 앞에서 기쁨의 학춤을 추는 사진이 있었습니다.
아래 왼쪽은 두 부부가 치료를 받고 환한 모습으로 웃고 있네요. 심각한 것은 신생아의 태내감염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임신중 엄마의 '산모 HIV검사'를 통해 태아감염을 90%까지 예방할 수 있다니 참 다행이긴 합니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르완다는 국민의 33%가 에이즈감염자라고 합니다. 부모가 빨리 사망하므로 고아문제가 아주 심각하겠지요. 에이즈라는 질환이 그 나라의 모든 영역에 지장을 주고 있다네요.
가장 가슴아팠던 사진이 곁에 있습니다. 러시아의 24세 청년이 침대에 누워있고, 수심이 가득한 어머니가 멍하니 앉아있습니다. 그녀는 말했지요. "아들이 죽어가면서 고통스러워하는 걸 매일 봐야하는 엄마가 되어 보세요." 이 청년은 마약을 하다가 주사기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되었다고 합니다. 러시아는 마약이 담배구하는 것 만큼 편한 일이랍니다. 그 청년은 동영상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는 마약을 끊을 거에요. 치료를 시작했으니 새삶을 살면서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그 다짐도 소용없이 치료를 끝내지도 못하고 사망했습니다.
저는 이 사진전을 보면서,"이사람이 나면서부터 소경이 된 것은 누구의 잘못입니까?" 하고 묻던 제자들의 질문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본인의 잘못이 아니다. 부모의 잘못도 아니다. 오직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나게 하려고 그런 것이다."
오늘의 사진전 주인공들은 대부분 마약이라든가 매매춘, 동성애 등등 에이즈의 위험에 노출되는 생활을 하여 감염되었더군요. 간혹 남편에게서, 또는 엄마에게서 감염된 경우도 있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실상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처참하여 마음이 아팠습니다. 정말 질문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하나님, 저들은 왜 저런 시련을 겪는 걸까요?"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는, 이렇게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첫댓글 아! 가슴아프네요.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인류전체의 죄악으로 인류는 점점 멸망으로 치닫고 있는 현상이 아닐까요. 오직 희망은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해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 하신 우리주예수 그리스도뿐입니다. 주여 우리의 죄를 용서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