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등산
충주터미널에서 제천 가는 버스를 타고 산척에서 내려, 겨울에는 포수를 한다는 택시 기사님의 구수한 입담을 들으며 다릿재에 내리니 동장군이 뺨을 에이고 고개를 넘어가는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몇번 왔었던 익숙한 길 따라 송전탑이 있는 안부를 지나고 커다란 등산로 안내판이 서있는 임도에서 나무계단을 타고 황량한 겨울의 낙엽길을 올라간다.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울고 넘는 박달재의 시랑산을 바라보며 잔설 깔려있는 능선을 올라가면 재선충에 걸렸는지 곳곳에 나무들을 베어놓고 두꺼운 비닐로 덮어놓아 가뭄에 말라버린 산이 더욱 메마르게 보인다.
급한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시야가 트이는 전망대 절벽으로 올라가니 시랑산에서 주학산과 구론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뚜렷하게 보이고, 치악산 연릉이 아스라하며, 감악봉이 뾰족 솟아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얼어 붙어 미끄러운 낙엽 길을 조심스레 딛으며 제천시계 갈림 길을 지나 바로 천등산(807.1m) 정상에 오르면 눈에 익은 깨진 삼각점(301재설/77.7건설부(?))과 오석이 놓여있고 보도블록이 깔려있는 좁은 정상에는 따사한 햇살이 내려와 미답 지에 가슴 설레어 하는 산객을 반겨준다.
▲ 다릿재
▲ 천등산 등산로 안내판
▲ 전망대에서 바라본 주론산과 구학산
▲ 천등산 정상
- 임도사거리
몇년 전 무더운 여름날 생뚱맞게도 제천 시계 답사를 한다고 밀림을 헤치던 지능선을 바라보며 뚜렷한 등로 따라 정자가 서있는 곳으로 내려가니 전면으로 조망이 확 트여서 부산 너머로 월악산과 소백산의 봉우리들이 겹겹히 산그리메를 만들고있고, 인등산에서 멀리 지등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까마득하게 보여 발을 곧추세우게 한다.
느릅재로 꺾어지는 갈림길을 찾으며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로 내려가면 정말로 시야가 한 점 거침이 없어 새파란 하늘 아래 엄정면 일대가 발아래로 시원하게 펼쳐지고, 멀리 운해 속에 오갑산과 보련산이 머리만 디밀고 있으며, 가야 할 인등산과 지등산 너머로 월악산줄기가 하늘금을 그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남서쪽 지능선으로 이어져 웃광동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버리고 되돌아 올라가며 살펴보다 참나무 마름병이 있어 해충 구제를 한다는 산림청의 설명판이 서있는 남동쪽 마루금을 찾아 들어가니 족적이 나타나고 역시 베어서 쌓아놓은 나무들이 곳곳에 보인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수려한 암봉들을 바라보며 산재해있는 바위지대를 우회하고 석축이 쌓여있는 집터를 지나서 뚜렷한 길 따라 '천등산임도' 표시석이 서있는 임도로 떨어진다.
바로 고개를 넘어 붉은 색 비닐 조각이 촘촘히 붙어있는 산길을 따라가다 회양목이 둘러있는 '울산김씨 효순의묘'로 내려가서야 마루금을 이탈했음을 깨닫고 되돌아 온다.
임도 고개로 올라와 임도를 잠시 오른쪽으로 따라가면 놓쳤던 마루금쪽에서 내려오는 시멘트 임도가 있는 사거리가 나타나고 맞은 편 산으로 표지기 두어장이 걸려있어 길을 확인해 준다.
▲ 정자에서의 월악산쪽 조망
▲ 정자에서 바라본 구학산 너머의 치악산줄기, 감악봉, 영춘지맥의 산줄기
▲ 헬기장에서 바라본 인등산, 지등산과 중원골프장
▲ 헬기장에서 바라본 엄정면일대와 머리만 내밀고있는 보련산, 오갑산
▲ 헬기장에서 바라본,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느릅재
뚜렷하고 좋은 길 따라 무명봉을 오르고 성급하게 지도를 읽은 탓인지 지형도 제대로 살피지않고 오른쪽으로 꺾어져 벌목지대를 지나 임도로 내려간다.
임도를 건너 봉우리를 오르고 베어진 나무들이 깔려있는 잡목 무성한 사면을 치고 내려가다 되돌아와 잠시 임도를 따라가니 '천연림보육' 표시판이 서있는 능선이 나타나고 역시 표지기들이 반겨준다.
거듭되는 실수에 짜증을 내며 뚜렷한 길을 따라가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길도 없는 사면을 치고 벌목지대를 내려가면 시야가 트이며 앞에 인등산이 잘 보이지만 또 마루금을 이탈한 것을 깨닫는다.
도로와 만나 바로 위의 26번 군도 상의 느릅재로 올라가니 표시석이 서있고, 근엄한 표정을 짓고있는 해태 사이로 중원골프장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뻥 뚫려있다.
시멘트 참호를 지나 능선으로 붙어 왼쪽에서 올라오는 뚜렷한 임도와 만나고, 왼쪽으로 돌아가는 임도를 벗어나 390봉으로 올라가면 측량봉 하나가 비스듬히 누워있고 밑에서는 행복에 겨운 골퍼들의 들뜬 목소리가 낮으막하게 들려온다.
▲ 잘못 내려간 임도에 서있는 표시석
▲ 임도를 건너 마루금이 이어지는 곳의 표시판
▲ 느릅재
- 인등산
좁은 정상에서 간단하게 삼각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쓸쓸한 산길을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골프장의 주차장이 나타나고 곧 철망으로 분리된 넓은 임도와 만난다.
급사면 절개지를 피해 임도를 따라가다 가파른 지능선으로 붙어 진땀을 흘리며 마루금으로 올라가니 무성한 가시덤불들이 앞을 막아선다.
가시나무들을 꺽고 잡목들을 헤치며 임도를 건너서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잠시 후 다시 임도로 내려가면 SK임업의 야외교육장(?)이 나오고 자작나무 숲의 약수터에는 남자 몇명이 잡담을 나누고 있다.
임도를 따라가다 자작나무가 깔려있는 운치 있는 숲길을 올라가니 계단 길은 왼쪽으로 돌아 나가서 다시 잡목들이 무성한 능선으로 올라간다.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자작나무들이 황홀하게 도열해있는 능선을 가파르게 올라가다 낙엽에 푹푹 빠지며 암릉을 우회해서 인등산 주능선과 합류하면 길이 좋아진다.
서걱거리는 낙엽소리에 고개를 돌려 정답게 서있는 노루 부부를 바라보다가 돌탑들을 지나고 인등산(666.5m)에 오르니 좁은 헬기장에는 삼각점(제천25/1980재설)과 오석이 있고, 북쪽으로 시야가 트여서 몇번이나 고생을 하며 내려온 천등산이 가깝게 마주 보인다.
▲ SK임업 표시판이 서있는 임도의 교육장
▲ 자작나무숲으로 이어지는 능선
▲ 인등산의 돌탑들
▲ 인등산 정상
▲ 인등산에서 바라본 천등산
- 장선고개
조금 되돌아 내려가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갈림 길로 들어서면 간벌된 나무들이 걸기적거리고 족적도 흐릿해 긴장이 된다.
실루엣으로 나타나는 관모봉과 지등산을 바라보며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자갈 깔린 임도 삼거리로 내려서고 고집스레 능선으로 붙어 보지만 다시 임도를 두차례 건너게 된다.
소나무들이 들어찬 호젓한 능선을 따라가다 잡목들을 헤치며 키 낮은 소나무들이 서있는 안부로 내려가니 시야가 트이며 관모봉에서 부대산과 주봉산으로 이어져 충주호로 달려가는 산줄기가 잘 보인다.
잘 치장된 평산신씨 합장묘를 지나고 오른쪽으로 뚜렷한 마을길을 보면서 대조적으로 초라하게 보이는 돌 무덤과 스러져가는 흙 무덤을 연신 지나친다.
고도가 낮아지며 야산으로 변해버린 능선을 따라가면 족적도 희미하고 울창한 잡목들이 성가시지만 왼쪽으로 부산이 멋지게 서있고 좌우로 마을이 가깝게 내려다 보인다.
바위들이 서있는 311봉을 넘으니 공동 무덤이 나타나고 가시덤불들사이로 좁은 길이 이어지며, 오른쪽으로 과수원이 보이는 묘지들을 지나 532번 지방도로 상의 장선고개로 내려가니 작은 표시석이 서있고 차량통행은 뜸하다.
▲ 안부에서 바라본, 관모봉에서 부대산과 주봉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능선에서 바라본 부산
▲ 뒤돌아본 인등산
▲ 장선고개
- 관모봉
도로를 건너 시멘트 참호를 지나고 능선으로 올라가면 오래전 간벌된 나무들이 어지럽게 널려있고 잡목들만 뺨을 때리며 길은 흔적도 없다.
지겹게 앞을 막는 잡목들을 헤쳐가며 372봉을 넘어가니 길이 좋아지다가 과수원이 나오고, 관모봉 전위봉으로 가파르게 이어져 올라가는 덤불 길이 바로 앞에 펼쳐져 기를 죽인다.
억새들을 헤치며 등 뒤에 펼쳐지는, 천등산에서 인등산을 지나 이어 온 마루금을 바라보며 올라가면 억센 관목과 온갖 종류의 가시나무들이 앞을 막아선다.
두릅나무, 엄나무, 산딸기나무등 지겹게 달라붙는 가시나무들을 헤쳐가며 급사면을 한걸음 한걸음 힘들게 올라가니 바위지대가 나타나지만 낙엽이 많아 아주 미끄럽다.
구슬땀을 흘리며 능선이 분기하는 593봉에 올라가면 산악회의 표지기들이 나타나고 시설물을 이고있는 관모봉이 바로 앞에 보이며 나뭇가지사이로 뾰족 솟아 오른 지등산이 모습을 나타낸다.
낙엽만이 덮고있는 호젓한 길 따라 지등산을 곁눈질 하며 관모봉(638m)에 오르니 통신탑과 중계소가 서있고, 춘천부부산행의 김우항님이 납작한 돌에 싸인펜으로 산명을 적어 놓았으며 조망은 나무에 가려있다.
▲ 과수원 안부에서 급사면을 오르며 바라본 인등산과 뒤의 천등산
▲ 관모봉 정상
- 지등산
갈림길로 돌아와 완만하고 뚜렷하게 이어지는 비단 길 따라 봉우리들을 우회하며 임도를 만나서 벌목지대로 나아가면 시야가 훤히 트여서 천등산에서 인등산을 지나 이어온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오고 조동리 일대가 발아래로 가깝게 펼쳐진다.
조금씩 차가워지는 바람을 맞으며 가슴 시려오는 풍경을 한동안 바라보다 임도를 버리고 지등산(535m) 정상에 오르니 삼각점(엄정321/1985재설)과 같은 모양의 오석이 서있지만 나무에 가려 조망은 그리 좋지 않다.
봉우리에서 북서쪽의 뚜렸한 능선길을 따라가다 정성 서린 돌탑들이 서있는 바위에서 석양에 물들어가는 계명산을 바라보고 다시 임도로 내려간다.
산불초소가 있는 페러글라이딩 활강장으로 내려가면 짓푸른 남한강이 바로 앞에 흘러가고, 동량면 일대와 아름다운 남한강 철교가 발아래에 펼쳐지며, 하나 둘 불을 밝히는 강변의 식당들이 외로움에 지친 산객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 지등산 정상
▲ 지등산 정상석
▲ 지등산 내려가며 바라본 천등지맥의 산줄기
▲ 활공장
- 조동교
잡목 들어찬 마루금을 피해 잠시 임도를 따라 건지마을을 지나고, 등산로 안내판을 만나서 다시 이어지는 능선으로 들어가니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하고 길게 기적을 울리며 붉은 기운에 물들어 가는 남한강을 건너는 기차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벤치 한개가 서있는 무덤가에서 발 아래 펼쳐지는 강변의 해넘이를 바라보고 뚜렷하게 나있는 산길을 따라 송전탑이 서있는 133.7봉에 올라 삼각점을 확인하려다 빽빽한 가시덤불에 발길을 돌린다.
억새들이 찰랑거리는 운치있는 산책 길을 내려가면 마지막 봉우리가 나오며 오른쪽 암릉 밑으로 불 밝힌 모텔이 보이고, 왼쪽으로 꺾어 가느다란 밧줄을 잡고 급한 황톳길을 내려가 충주댐으로 이어지는 531번 지방도로로 내려선다.
부드러운 바람에 몸을 잘게 떠는 남한강의 여울을 바라보며 차들이 씽씽 지나치는 도로를 잠시 걸어가니 남한강과 조동천이 합수하는 조동교가 나오고 이로써 천등지맥은 그 여파를 물속으로 담근다.
짙은 어둠에 물들어가는 지등산을 바라보고 天.地.人의 合一精神을 생각하며 찬바람 불어오는 강변을 따라 불을 훤히 밝히고있는 동량면으로 걸어 나간다.
첫댓글ㅋㅋ 형님 제가 아는 산꾼중에 우리 선산 근처에 아주 가깝게 간 산행기를 처음 보네요. 그지도에 보면 남동쪽으로 부대산이 있고 거기서 더 남동쪽으로 보면 주봉산(△642.7)이 있는데 그 산이 우리 선산입니다 지금이야 하루에 버스가 3편들어가지만 예전에는 지게 바쳐놓고 30리 들어가는데 입니다 그 산일랑은 제발 혼자 가지 마시고 혹시라도 궁금하시면 저랑 꼭 같이 가세요. 저도 그산 밑에서 맨날 벌초만 했지 정상은 가본적이 없습니다. 거기 버스편 맞추기도 힘들고 그래도 친척이 몇명사니까 혹시라도 같이가면 나오기가 쉽지 않을까 싶네요..
첫댓글 ㅋㅋ 형님 제가 아는 산꾼중에 우리 선산 근처에 아주 가깝게 간 산행기를 처음 보네요. 그지도에 보면 남동쪽으로 부대산이 있고 거기서 더 남동쪽으로 보면 주봉산(△642.7)이 있는데 그 산이 우리 선산입니다 지금이야 하루에 버스가 3편들어가지만 예전에는 지게 바쳐놓고 30리 들어가는데 입니다 그 산일랑은 제발 혼자 가지 마시고 혹시라도 궁금하시면 저랑 꼭 같이 가세요. 저도 그산 밑에서 맨날 벌초만 했지 정상은 가본적이 없습니다. 거기 버스편 맞추기도 힘들고 그래도 친척이 몇명사니까 혹시라도 같이가면 나오기가 쉽지 않을까 싶네요..
아 그렇네요...^^ 언제 부대산과 주봉산을 엮어서 한번 갑시다. 전에 제천시계 한다고 맞은 편의 대덕산,마미산에서 부산 어깨를 짚고 단돈리로 내려오다가 까시덤불에 갇혀 고생한 적이 있는데 아마 그쪽도 비숫할 겁니다. 오지의 산길이겠지요...
벌초할때 그쪽에 가게되면 아카시아에 잡목에 도저히 갈수가 없는상태입니다. 그게 아래로 내려오면 더심하죠 산이야 별볼일 없지만 그래도 충주호를 계속보면서 갈수는 있을겁니다. 기회가 되면 형님하고 그쪽을 꼭 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