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신기원 기자 = 학교가 완공되지 않은 채 개교하고 학생들은 한
학기를 소음과 먼지가 날리는 공사장에서 공부해야 하는 이른바 '공사중 개교'의 극
복 방안이 교육행정의 화두가 됐다.
수원지방법원이 경기도 안양시 충훈고등학교 배정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과
관련 교육시설을 완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을 배정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 계기가 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달 27일 다급하게 개학 전 완공이 확실한 학교만 학생을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을 현장에서 수행해야 할 지방교육청이 과거처럼
일단 개교하고 보자는 타성을 어떤 의식 전환으로 개선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경기도교육청은 해마다 5만∼6만명의 도내 학생인구 유입으로 올해 74개 학교를
개교하는 데 이어 2005년과 2006년에도 120여개교, 160여개교를 각각 신설할 예정이
다.
그러나 예산 부족, 부지확보의 어려움, 복잡한 행정절차 등으로 도내 공사중 개
교는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다.
현재 학교설립 재원은 정부, 도, 도교육청 등에서 부담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8
0%를 차지하는 교육부의 시설교부금은 매년 도교육청이 신청하는 액수의 70∼80%선
에 그치고 있다.
지난 해 도교육청은 104개 학교를 신설하기 위한 예산 1조4천150여억원을 교육
부 시설교부금으로 신청했으나 75개학교를 지을 수 있는 8천400여억원만을 지원받았
다.
또 교육부의 시설교부금은 지급 시점 다음 해에 개교하는 학교에만 한정해 지급
됨에 따라 완공 2∼3년 전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부지선정.매입과 관련한 예산운용
에 어려움이 있었다.
올해 12월 안으로 개교가 예상되는 학교는 전국 214곳으로 도내 신설학교 비율
이 전국 34%에 달하는 만큼 급격한 인구유입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학교신설
예산은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교육위원회 최창의 의원은 "학급당 학생 수가 많게는 40명을 초과하는
등 도내 교육여건이 전국 평균에 못 미치고 있다"며 "이러한 특수상황을 감안할 때
정부가 도내 학교신.증설을 위한 특별회계를 설치해 적극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
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해 경기도에 지원된 시설교부금은 전국에 지
급된 액수의 34%에 해당한다"며 "재원의 한계가 있어 다른 시.도 지원금액을 줄이지
않는 한 이보다 많은 지원은 어려운 실정이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내년부터는 시설교부금을 개교 연도에 관계없이 지급 시점
에 필요한 예산 총액을 기준으로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에 각 시도교육청이
보다 효율적으로 예산을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용지특례법을 수정, 도가 지원하는 학교용지부담금의 비율을 높이는 것도
학교설립 예산 확충의 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 도는 학교용지부담금의 50%를 지원하고 있으나 그 액수는 도내 학교설립
전체 예산의 5%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설립에 있어 예산문제보다 더 큰 장애가 되는 것이 부지 확보 문제라고 교
육관계자들은 말한다.
도시계획 설립 당사자인 시.군은 토지 소유주들의 민원이 제기되는 것을 우려,
학교부지 선정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결국 학교부지 선정은 도교육청 몫으로 돌아가 교지조성 담당 직원들이 사용 가
능한 부지를 직접 찾아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시.군이 도시계획을 세우면서 학교용지로 사용 가능한 부지를 도교육청에 추천
해주기만 해도 많게는 2년까지 소요되는 부지확보 기간이 반 이상 줄어든다는 것이
도교육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도와 도교육청이 지난 해 10월 설치한 '학교용지확보 지원협의
회'는 매우 고무적이나 학교부지 결정의 최종 권한이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있는 만큼
시.군의 협조 없이는 학교 부지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과 시.군, 정부를 오가는 복잡한 행정절차를 단축시키는 '원스톱(one s
top) 학교설립기구'를 설치, 부지매입과 공사에 소요되는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고질적인 공사중 개교 사태를 막는 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예산이나 부지 확보 등의 문제가 '공사중 개교'에 원인을 제공하기는 했
으나 이제는 이러한 장애 요소를 해결해 고질적인 미완공 개교 관행을 멈춰야 할 때
라고 학부모와 교육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이택림(43) 경기지부장은 "학교 설립은 '예측 가능한 일'의 범주
에 속하는데도 도교육청은 여러가지 핑계로 공사중 개교를 반복해왔다"며 "도교육청
은 학교 설립에 장애가 되는 문제가 있다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라
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또 "학교설립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정부가 신속히 교육
재정을 6% 이상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교육위원회 이재삼(46) 의원은 "공사중 개교 관행을 끊기 위해서는 장기
적으로 법적 제한 장치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나 도내 학생수용계획상 당장 시행하
는 것은 무리"라며 "단기적으로 교육청, 학생, 학부모, 교사 등으로 구성된 '개교심
의위원회'를 설치, 신축 학교의 개교가능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또 "무엇보다 학교를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으로 보는 사회적 합
의가 요구된다"며 "도시기반 조성시 학교부지 선정을 그 어떤 시설보다 먼저 고려하
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