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컨디션이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에서 치룬 대회였습니다.
덕분에 생에 첫 구조를 당했습니다. 1.5m가 넘는 파도에 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을 구해주신 신동옥 외 운영정 구조대 여러분께 감사를 표합니다.
(최고의 구조대)
예보상 바람은 강했으나
바람이 워낙에 변덕스러워 다들 세일 선택과 범장에 많은 갈등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덕분에 5점대 세일부터 11점대 세일까지 등장을 했죠.
저는 이런저런 고민끝에 3m/s 정도의 바람에 맞춰 캠각을 최대한 깊게 만들고 리치를 닫은채 경기에 임했습니다.
첫번째 실수.
경기 수역인 이끼섬까지 약 40분이 걸려서 도착했습니다.
바람이 변덕스럽기도 했고, 조류도 강했고, 거리도 멀다보니 선두 그룹은 아마 한시간 가까이 스타트 라인에서 기다려야 했을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출발을 30초 앞둔 후 뒤에서 업홀을 잡은채 서버링 중 풍상으로 치고올라오던 보드에 세일하단부가 찍혀 세일이 망가졌습니다.
새 세일이라 가슴은 아팠지만, 다행히 세일이 튼튼하여 깊게 파이기만하고 찢어지진 않았습니다.
결국 출발은 제일 늦게 함.
두번째 실수,
꼴지로 출발 한것 치고는 운 좋게도 나름 빠르게 등대에 도착했습니다.
등대를 돌때엔 예상했던 운영정이 보이지 않더군요.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트랙을 빼고 풍하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이끼섬이 45도 각도에 들어오는 지점까지 달려가다보니 적지 않은 서퍼들을 추월 할 수 있었습니다.
한참 늦은 출발로 포기했던 순위권 진입이 눈앞에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핫 역시 승부는 풍하에서 결정나는거야.
부푼 기대를 안고 과감하게 보드를 밟으며 자이빙에 도입했습니다.
아, 이런.
파도에 보드 측면이 박혀버리며 균형을 잃고 물에 빠졌습니다.
그리곤
한시간 반 가까이를 표류를 했습니다.
정말 승부는 풍하에서 결정이 나더군요. DNF를 해버렸습니다.
혼자 들어 갈 수 있다고 운영정에 의사표시를 했지만, 높고 거친 파도와 바람에 세일업이 상당히 힘들더군요.
어느새 입상을 위한 서핑이 아닌, 생존을 위한 서핑으로 테마가 바뀌었습니다.
여기에 몸살감기 기운까지 겹치다보니 세일업을 하는도중 두통이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세일을 놓고 풍하로 떠밀려 가길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조차도, 조류와 바람방향이 맞질 않는지, 10분넘게 가만히 앉아 있어도 5m 남짓 밖에 풍하로 안 밀렸습니다.
휴대폰 방수 케이스를 주며 안전을 위해 휴대폰을 꼭 챙기라는 운영진의 말을 듣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휴대폰을 챙길까 말까> 고민을 범장하는 내내 고민을 했는데, 다행이었습니다.
제겐 철인 3종 경기 같은 대회였습니다.
풍상, 풍하, 세일업.
거친 파도와 바람.
수치 상으로는 그리 넓지 않은 수역인데 신기하게 달리고 있노라면 그 누구도 보이지 않는 바다.
그래서 그런지 지나가다 만나는 서퍼들이 수년간 헤어졌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처럼 반가웠던 대회.
절반이 넘는 인원이 DNF 일정도로 거친환경에서 치뤄진 대회.
여러모로 쉽지않은 환경속에서 아무런 사고 없이 훌륭히 치뤄진 대회였던 것 같습니다.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구조되었으나 모두 무탈히 귀환하기도 하였고요.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야기하는 서퍼들)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다음 대회에선 피니쉬 라인이 조금 더 식별하기 쉬웠으면 합니다.
물론, 원거리에서 육안 식별이 불가한 피니쉬라인을 식별하는것도 실력이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르지 않을 안전을 위한 조치이기도 하고, <네비게이션>이 경기에 중요한 포인트가 되어버린다면 해당 수역에 익숙치 않은 서퍼들에겐 불리할 수도 있기에,.. 짧은의견을 내봅니다.
많은 열정과 공을 들여 대회를 준비,개최,운영해주신 롱보드협회 관계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리며
무엇보다 대회를위해 소중한 자산인 팬션,보트 2대를 내어줌은 물론, 대회를 뛰고 '운영'도 하고 그리고 뒷정리까지 도맡아 한 전홍산 서퍼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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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누구도
'탁태공'이 잡은 고기는 맛보지 못했다.
첫댓글 한울아 몸도 성치 않았을텐데 대회 준비 하느라 고생 많았제? 그리고 또 무리해서 시합도 하고 수고 했다.
좋은 경험으로 많은 발전 기대합니다.
지난해 나는 실력도 안되는 보드선택을 잘못하여 첫레이스는 가다가 세일하단부가 터지며 캠이 모두 빠지고
마스트부분이 물에 잠기니 12.0 리그를 도저히 못올려 20번 정도 빠지며 구조되고 2일차 장거리등대를 돌아올때 역시 풍하와 런닝 자이빙이 안돼 20번정도 빠지며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레이스하며 난생처음 힘을 쓰며
난생처음 가장 기분좋은 고난속의 기쁨으로 돌아올때는 장거리 운전을 하며 졸지도 않고 피로감도 없이
그야말로 추억에 남는 좋은 경기를 치루고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이번 경기에도 부담없이 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