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유네스코 건물 '난타 전용 극장' 임대해주며 기발한 계약
"건물주는 임차인에게 극장 공간을 빌려준다. 임차인은 월세 중 650만원을 돈이 아니라 '표'로 내고, 건물주는 이 표를 공익적인 일에 활용한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최근 서울 명동에 있는 유네스코회관 3층을 '난타' 제작사인 PMC프러덕션에 빌려주면서 PMC와 맺은 3년 기한의 임대차 계약이다. PMC는 이 같은 내용의 계약서에 사인한 뒤, 내부 공사를 거쳐 지난 10일 이 자리에 '명동난타극장'을 열었다.
유네스코회관은 1967년에 건설된 명동의 명소다. 명동성당이 지척이다. 명동난타극장이 들어선 곳은 유네스코회관 3~4층이다. 1980년대에는 이 자리에 재개봉 영화와 UIP 직배영화를 주로 상영하던 '코리아극장'이 있었다. 이후 뮤지컬 전용극장 '펑키하우스'로 바뀌었다가, 연극 공연장인 '명동아트센터'가 들어섰고, 이번에 연중무휴로 매일 두세 차례(오후 2·5·8시) 난타 공연이 열리는 전용극장이 됐다. 총 386석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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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명동난타극장에서 열린‘난타’공연 장면. 건물주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월 세 일부를‘공연티켓’으로 받기로 해 앞으로 매달 130여명의 소외된 이웃들이나 청 소년들이 무료공연을 즐기게 됐다./PMC 프러덕션 제공
'집주인'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권위 있는 국제기구의 한국 지부다. 수입에 마이너스가 된다면 곤란하지만, 꼬박꼬박 월세를 받아 돈벌이를 해야 할 절박한 이유는 없다. 위원회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월세 일부를 표로 받아서 다양한 공익사업에 활용하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가 나와 받아들였다"고 했다. PMC측도 땅값 비싼 명동에서 임차료를 줄일 수 있어 귀가 솔깃했다고 했다.
그러자면 표 물량이 중요했다. 위원회와 제작사가 머리를 맞대고 계산해보니, 전체 월세 가운데 650만원(5만원짜리 S석 표 130장 분량)을 표로 주고받으면 적정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위원회는 매달 20일 이 표를 받아 저소득층 어린이와 청소년, 다문화가정과 탈북자 자녀 등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초청해 공연을 보여주기로 했다.
난타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전국 청소년 단체들도 10인 이상 신청하면 단체 관람권을 나눠주기로 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표만 받고 안 오는 사람이 없도록, 표를 받은 뒤 일정한 기간 내에 관람 신청을 하고 좌석을 배정받게 할 방침"이라고 했다.
전택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번 모델은 극장·위원회·소외계층이 모두 이익을 보는 '윈윈' 시스템"이라며 "극장은 임차료 부담을 덜어서 좋고, 위원회는 평소 좋은 공연을 볼 기회가 적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