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모습과 나긋나긋한 목소리, 뭔가 운동선수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라켓과 셔틀콕만 손에 쥐면 성지현(한국체대)은 ‘승부사’로 변한다.
그는 한국배드민턴대표팀 성한국 감독-김연자(한국체대 교수) 부부의 딸이다. 80년대 한국 배드민턴계를 주름잡던 ‘셔틀콕 부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그에게 기대가 크다.
세계랭킹 10위인 성지현은 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스토라겔로라붕카르노경기장서 열린 2012 인도네시아오 픈 8강전서 세계랭킹 2위인 왕신(중국)을 세트스코어 2-0(21-16, 21-17)으로 제압했다. 세계적인 강자를 꺾으면서 런던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해 12월 15일 중국 류저우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슈퍼시리즈 마스터 파이널서 세계랭킹 1위 왕이한(중국)을 잡은 경험도 있다. 런던에서 강한 집중력을 보여준다면 올림픽 금메달 획득도 꿈만은 아니다.
올림픽 첫 출전을 앞둔 그녀의 표정은 밝았다. 인터뷰를 마친 뒤 산악 훈련에 나서야 하는 상황임에도 그녀는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 다.
성지현은 ‘떠오르는 셔틀콕 여왕’으로 불린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인 ‘원조 셔틀콕 여왕’ 방수현과 비교가 되곤 한다. 방수현은 우리나라 배트민턴 역사상 유일한 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결승전서 인도네시아의 아우디나를 꺾고 성호를 긋던 방수현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성지현은 방수현의 뒤를 이을 한국 여자 배드민턴계의 재 목으로 꼽히고 있다.
성지현은 “방수현 선배님과 비교해주신다면 영광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좀 그렇다”며 웃어 보인 뒤 “방수현 선배는 내가 따라잡아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고 목표를 드러냈다. 성지현이 이번 대회서 금메달을 획득한다면 남녀를 통틀어 한국 배드민턴 단식 종목 역사상 두 번째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하지만 성지현은 기복이 있다는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성지현의 경기를 살펴보면 잘 될 때와 안 될 때 차이가 크다. 잘 풀릴 때는 세계 랭킹 1위인 왕이한도 적수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가끔은 랭킹이 낮은 선수에도 패하곤 한다. 성지현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다 .
성지현은 “배드민턴은 심리 싸움이다. 누가 더 긴장을 안하느냐, 누가 더 급하게 혹은 차분하게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며 “랭킹이 높은 선수들과 할 때는 내가 긴장을 안 하고 경기에 들어간다. 하지만 랭킹이 낮은 선수들과 경기할 때는 오히려 더 부담을 갖고 경기에 임하니 그런 것 같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심리 상담도 하고 있고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배드민턴 강국이다. 한국 선수들의 금메달 획득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성지현의 라이벌 또한 중국 선수였다. 라이벌을 꼽아 달라는 질문을 받은 그는 “중국 선수들도 잘 하지만 다른 나라 선수들의 실력도 많이 평준화됐다”며 “굳이 한 명을 라이벌로 꼽자면 세계랭킹 1위인 왕이한이다. 사실 내가 왕이한에게 많이 졌다. 최근에 한 번 이긴 적이 있는데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맞 설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90년대 방수현이 당대 최강으로 꼽히던 수지 수산티(인도네시아)를 넘어선 것처럼 성지현도 왕이한을 극복해야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많은 선수들은 올림픽에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우승’이라고 답한다. 물론 우승이 궁극적인 목표여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성지 현은 한 단계씩 밟아나가면서 우승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올림픽의 예상과 목표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조별 예선을 통과해야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며 “우선 조 1위로 올라가는 것 이 첫 번째 목표다. 최종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녀는 또 다른 목표가 있느냐는 질문에 “다른 종목 선수들도 올림픽에 가지 않나. 유명한 선수들 만나서 사진 한 번씩 찍어봤으면 좋겠다”며 웃어 보였다. 특히 ‘산소 탱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의 사진 촬영을 간절히 원했다.

성지현은 아버지인 성한국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데 대한 부담감이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처음에는 아버지께서 감독을 맡으신데 따른 부담이 있었다”며 “처음에는 정말 어떡하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부담을 갖기보다 상황을 즐기려고 한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압박감이 더해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개의치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지현은 런던올림픽에 임하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런던올림픽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며 “기대 저버리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연습을 위해 운동화 끈을 조 여 매는 그의 얼굴에서 비장함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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