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www.wizards.com/Magic/Magazine/Article.aspx?x=mtg/daily/stf/175
흡혈귀가 들끓는 스텐시아 지역에는 트래프트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마물퇴치사로, 모든 악한 생물들은 그를 두려워했다.
트래프트는 아바신의 교회에 속한 젊은 사제였다. 강인한 신체와 대담한 용기의 소유자인 그는 수많은 마물들을 퇴치했으며, 특히 지하세계로 통하는 구덩이로 불리는 애쉬마우스(Ashmouth) 근처에 있는 악마들과 자주 싸웠다. 그의 검술과 신성 마법 숙련도가 너무나도 뛰어났던 나머지, 천사들도 그를 경배할 정도였다. 트래프트의 실력을 믿은 아바신의 근위 천사들은 그의 곁에서 악마들과 맞서 싸웠다.
트래프트와 아바신의 천사들은 애쉬마우스 근처에 서식하는 악마들을 끊임없이 죽였다. 트래프트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고, 그는 40세가 되기도 전에 성 트래프트가 되었다. 하지만 이니스트라드의 악마들은 한 번 죽는다고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악마를 죽이면, 그것은 얼마 후 다른 형태로 되돌아왔다--그것도 원한을 품은 채로. 성 트래프트가 악마를 살해할 때마다, 그 악마 속에 뭉쳐있던 흑색 마나는 흩어져 근방 마을들에는 당분간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 흩어진 마나는 이니스트라드 어딘가에서 다시 형체화되어, 또 다른 악마를 낳았다. 이니스트라드의 연금술사들과 신학자들은 악마의 에너지가 형태를 바꾸긴 해도 절대량은 변하지 않는 힘인지를 궁금해한다.
그렇다면 성 트래프트는 지금 어디있는가? 아바신과 그녀의 천사들이 무더기로 사라졌으니, 그와 같은 자의 도움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 않은가? 하지만 성 트래프트는 오래 전 죽었다. 이것이 그의 이야기다.
트래프트의 죽음
마물퇴치사로 명성을 날린 트래프트. 악마들은 그런 트래프트를 골칫거리로 여겼다. 트래프트에게 도륙당한다고 해서 그들이 영영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방해로 인해 악마들은 인간들을 타락시키거나 영혼을 거두는 작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이에 따라 그들의 힘에 대한 탐욕을 충족하기가 난처했다. 그래서, 그들은 악마답게 함정을 파놓고 복수를 감행했다.
어느 날, 성 트래프트는 스텐시아의 섀도우그레인지 마을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처음으로 본 것은 아바신의 천사 중 한 명이 그의 오두막집 지붕 위에 있었고, 심지어 그 천사가 전투 태세로 대기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천사들이 그의 옆에서 싸웠던 적은 많았지만, 그의 집을 찾아온 적은 없었는데. 그의 대문 위에 있었던 마법진은 모조리 파괴되어 있었고, 자물쇠가 통째로 뽑힌 문은 열려 있었다.
천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근심이 역력했다. 또한, 그 천사는 트래프트의 집을 침범한 자를 찾아내고 싶었다. 트래프트는 그의 목에 걸린 아바신의 목걸이를 한 번 만진 후 천사에게 가볍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는 집 안으로 들어섰고,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의 부엌 탁자 위에는 스텐시아 지역의 지도가 펼쳐져있었고, 악마들이 사용하는 톱니달린 단검이 지도 한 곳을 꿰뚫고 있었다. 바로 악명높은 산비탈길, 바늘의 눈(Needle's Eye)이었다. 단검 근처에는 피로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천사 없이 - 와라 - 아니면 - 이 여자애의 나머지를 보내주마
그리고 지도 옆에는 한 여자아이의 절단된 손가락이 나뒹굴고 있었다.
트래프트는 칼을 칼집에서 뽑지도 않았다. 그는 집을 나서서 문을 닫은 후, 바늘의 눈으로 가기 위해 말을 준비했다. 하지만 천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성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대악--한 소녀의 죽음--을 막기 위해 소악--천사에게의 거짓말--을 택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선택 자체가 악마들의 계략임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었다.
그는 그의 지붕 위에 있는 천사를 직시했다. "아무 것도 아니오. 내가 해결하겠소."
그는 안장 위에 올라탄 후 떠났다. 과연 그의 진의를 천사가 알아챘을까?
그 천사는 그 말이 거짓말임을 감지했지만, 트래프트의 목소리에서 들리는 절박함과 트래프트의 훌륭한 전투력을 믿기로 했다. 그 천사는 트래프트의 소원대로 그를 따르지 않았다.
바늘의 눈은 사람들이 비상 사태에서만 사용하는 길이었다. 항시 복수심에 사로잡힌 심령들과 피에 굶주린 흡혈귀들로 득실거리는 곳이었고, 트래프트는 그의 수호천사도 없는 홀홀단신이었다. 성 트래프트는 아바신의 마법을 사용해 해골 박쥐 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냈고, 피에 완전히 미쳐버린 흡혈귀를 떨쳐내기 위해 그의 말을 희생해야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바늘의 눈의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그곳에는 두건으로 얼굴을 모두 가린 광신도들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한 소녀를 둘러싸고 광기어린 춤을 추고 있었다. 소녀는 왼쪽 검지가 없었고, 눈은 하얗게 까뒤집혀있었다. 광신도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는 과장된 동작으로 소녀를 그들과 똑같은 두건으로 감싼 후 완전한 썩소를 트래프트에게 날렸다. 그리고 성 트래프트가 행동할 수 있기도 전에 그 광신도는 소매에서 세밀한 문양이 새겨진 뼈 단검을 빼들었다.
"천사를 부르기만 해봐. 이 여자애는 저 세상으로 가는 거다."
그리고 광신도는 몇 마디 알 수 없는 언어를 말한 후 주문을 시전했다. 땅 속에서 검고 재가 가득한 안개가 뿜어나와 바늘의 눈을 기분나쁜 어둠으로 감쌌다. 그 안개 속으로 소녀와 광신도들은 사라졌고, 트래프트의 시야도 완전히 가려졌다. 그리고 안개 속에서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목소리, 그리고 끝이 없는 구덩이에서 나오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정상적인 경우였으면 이때쯤 트래프트는 아바신의 천사들을 소환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수많은 천사들이 그의 부름을 듣고 몰려와 성스러운 마법으로 이 광신도들을 몰살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소녀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는 없었다. 심지어, 그는 천사들의 주의조차 끌지 않기 위해 보호 주문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칼을 빼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면서도 그는 도대체 어디쯤에 그 여자아이와 광신도들이 있었는지를 기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안개 속에서 트래프트의 검은 수많은 광신도들을 베었다. 광신도들은 베이면서 오싹한 웃음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그리고 그는 어둠 속에서 결국 수장이라고 생각되는 광신도를 발견했고, 그의 칼로 광신도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러자, 안개가 사라졌다.
다행이도 여자아이는 멀쩡했다. 광신도들은 그녀도 다른 신도들처럼 춤추게 하기 위해 주문을 걸었었지만, 트래프트는 어쨌든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었다. 쓰러진 광신도들의 피가 땅을 적셨다.
하지만 그의 손을 본 트래프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손에는 그의 칼이 아니라 광신도의 뼈 단검이 들려 있었고, 그것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다시 지옥의 천둥과도 같은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속임수에 완벽하게 당한 것이었다.
트래프트는 단검을 땅에 떨어뜨렸고, 칼이 떨어진 곳에서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단검은 균열 속으로 사라졌다.
성 트래프트는 서둘러 그 아이의 결박을 풀었다. 그는 아바신의 마법으로 광신도들의 주문을 해제했고, 머지 않아 소녀는 제정신이 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도망쳐라, 아이야. 집으로 최대한 빨리 도망쳐."
소녀가 도망가는 것을 보면서 트래프트는 광신도들의 수장의 옷 속에서 자신의 칼을 찾았고, 계속 갈라지고 있는 대지를 쳐다봤다. 땅 속에서 거대한 악마의 뿔과 날개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면서, 트래프트는 그제서야 아바신의 천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기도를 읊었다.
한 천사가 먼저 도착했다. 바로 트래프트의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그 천사였다. 하지만 이미 늦었었다. 악마 위텐가르는 성 트래프트를 끔찍하게 죽여버렸다. 곧이어 그곳으로 몰려온 수많은 천사들과 함께 그 천사는 위텐가르를 일시적으로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성 트래프트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위텐가르를 묶고 있었던 고대의 봉인을 해제된 상태였다.
그 천사는 슬픔과 후회에 잠겼고, 트래프트의 혼은 악마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것에 대한 분노로 안식을 찾지 못했다. 사람들이 그를 매장한 후에도, 트래프트는 축복의 영면으로 사라지지 않고 세상을 누비는 심령이 되었다.
성 트래프트의 심령은 여전히 이니스트라드에 출몰한다. 특히 스텐시아 지역, 그리고 바늘의 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애쉬마우스에서 그를 자주 볼 수 있다. 트레이벤에서는 트래프트의 신전이 있으며,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예언과 계시를 받을 수 있다.
성 트래프트의 심령은 여전히 악마를 비롯한 밤의 자들을 습격하며, 그의 모습은 생전의 모습만큼이나 용감하고 열렬하다. 비록 죽음으로 인해 그는 예전에 사용하던 힘의 전부를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전설에 의하면 그의 혼령이 나타나는 곳마다 한 명의 천사가 어김없이 나타나 그의 모든 동작을 같이 수행한다고 한다.
첫댓글 가카는 결국 원한있는 귀신이었던거군요.
스토리 재미있네요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 재밌네요
번역 감사합니다. 그런 스토리가 있었군요.
역시 각하는 도덕적으로 완벽하시군요
흔한_성자의_죽음.txt
엘브러스가 광신도들의 피를 담게 되면서 위텐가르가 해방된 건가요? 그냥 자기들끼리 했어도 됐을 의식을 굳이 트래프트에게 시킨 걸 보면 뭔가 장치가 더 있었나 본데..
그리고 뒷부분의 "그의 혼령이 나타나는 곳마다 한 명의 천사가 어김없이 나타나 그의 모든 동작을 같이 수행한다고 한다."
천사가 방어는 같이 안 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ㅠㅠ;
장치가 있었다기보다는 "죄책감 유발 + 위텐가르 소환 현장에 트래프트가 있음 --> 트래프트 끔살" 이런거겠죠.
트래프트도 멋지지만 지붕 위 천사의 의리도 감동적이네요 ㅠㅠ
위에 그림으로 보니 트래프트 실사 같아..
감사합니다~!~! 역시 그림이 쩔어염../
트래프트는 근데 살아생전 공방과 능력이 어땟을지는... 왠지 무섭네여
보통 저런 상황이면 플레인 스파크 터져야 할텐데 아쉽네요 ㅜㅜ
정말요 ㅠ_ㅠ
가카라고 놀렸던게 미안할 지경입니다. ㅠ_ㅠ
잘봤습니다 ㅠㅠ
오오 재밌게 잘보고 갑니다 번역 감사해요
예전에 이 기사는 봤었는데 검 이름이 안나와서 Elbrus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악마 이름도 기억이 안났고.. 이런식으로 연결을 시킬줄이야 ㅎㅎ
가카의 자세가 무릎꿇고 있는 자세였군요;;; 전 상체만 나온걸로 봤었음;; 카드로만 봤을때랑 다르네요 뒤에는 아바신 동상인듯 하고 ㅎ
대박.... 멋지네요... 우왕굿
뒤늦게 봤네요 (가카 구하다가 ㄷㄷ)멋있네요..!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