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장맛비가 잠시 긋는가 싶더니 뜨거운 뙤약볕이 뒤를 잇습니다.그러면 어지간한 도시의 가로수나 공원의 마로니에,그리고 숲 속에는 말매미를 비롯한 여러 매미들의 우는 소리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시끄럽게 들려오지요.그중에 말매미 우는 소리는 '쐐애애애~'하며 단조롭지만 목청이 높아 꽤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요.게다가 이것들이 이곳저곳에서 마치 떼창을 부르는 것처럼 울어댈 때는 귀가 따가울 지경이기도 합니다.도시의 가로수나 공원의 온갖 수목들, 그리고 인근의 숲 속은 그들의 주요 무대나 다름 없습니다.우는 치들은 죄다 숫컷이고, 암컷은 죄다 벙어리처럼 울지를 못합니다.숫컷은 그러한 암컷을 노래로 꼬여 짝을 삼으려 세레나데를 밤낮 가리지 않고 읊어대는 것이지요.
'맴맴맴맴 매애~' 하며 우는 참매미나 '쓰르람 쓰르람' 하며 우는 쓰르라미 등은 일정한 박자와 가락으로 읊어대는 소리라 비교적 부드럽게 느껴지지만 말매미 우는 소리는 기찻바퀴 구르는 소리처럼 단조롭고 데시밸이 높아 시끄럽게 들려옵니다.말매미가 방범창까지 날아와서 울어대곤 할 때는 시청하던 TV의 볼륨을 올릴 지경이지요.그런데 매미 울음소리는 비가 내리고 있는 동안에는 전혀 들려오지 않습니다.자기들의 애절한 세레나데를 들어줄 암컷들이 비가 내리면 자신들의 세레나데를 전혀 듣지 못한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가까운 숲으로 발걸음을 합니다.숲은 온갖 종류의 매미 소리로 그들만의 세레나데 무대나 다름 없이 그들의 소야곡으로 가득합니다.산새들의 지저귐이나 풀벌레의 울음소리는 그들의 세레나데에 주눅이 들었는지 진작부터 뜸하고, 숲은 그들만의 완벽한 콘서트장이 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참매미는 맴맴맴맴 매애~,말매미는 쐐애애애~, 털매미는 찌이이이~, 늦털매미는 씩씩씩씩~거리고,유지매미는 딕쯔그르르르 딕쯔그르르르르 하다가 기름 끓는 듯한 소리로 지글지글지글 웁니다.이것들 외에 몇이 더 끼어들어 합창을 벌이면 초록의 숲은 그야말로 예술의 전당이나 다를 게 없습니다.
몸이 끈적끈적하여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난 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끈적거리는 것 같습니다.중복이 내일로 다가오고 말복은 다시 스무날이 지나야지요.말복이 지나야 무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풍설 때문인지 말복이 지나기를 바라는 심정이 간절합니다.무더위가 좀 가라앉으면 좋아하는 등산을 맘껏 다닐 수가 있어서지요.더위에 강한 사람이 이때만큼 부러운 적이 없습니다.한낮에는 무더위에 헐떡거리고 밤에는 열대야에 시달리는 복중(伏中)입니다. 한낮은 물론이고, 한밤중까지 기승을 부리는 더위를 올빼미 더위라고 부르지요? 무더워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는 더위라는 뜻이겠지요. 매미의 세레나데를 자장가 삼아 꿀잠을 청할 셈입니다. (2022,8/1)
첫댓글 슈베르트 세레나데 (소야곡)
부드럽게 간청하는 나의 노래들은 - 어두운 밤을 뚫고 그대를 향하네
고요한 숲속에서부터 그대로 향하네, 사랑하는 그대여, 내게로 오시오!
가는 우듬지는 살랑이며 속삭이네 - 달의 광채 아래서
혹여나 웬 녀석이 우리를 엿들을까는 - 전혀, 나의 사랑, 걱정하지 마시오.
뿜어져 나오는 나이팅게일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아! 그대에게 간청하는 소리, - 달콤한 음색의 탄식으로
나 대신 그대에게 간청하네.
그들은 가슴의 동경을 알고 있기에, - 사랑의 고통을 알기에,
은방울 같은 음색으로 감동케 하네 - 이 모든 가녀린 마음들을.
그들이 그대의 마음 또한 움직이게 해주오, - 나의 사랑이여, 나의 노래를 들으시오!
떨리는 맘으로 그대만 기다리네! - 오시오, 나를 달래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