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거리의 휴지통
사람이 되고 싶다
두 눈과 두 팔과 두 발이 달린
온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대들 내 가슴 활짝 열어 망가진 삶을
버리듯 나에게 안기어준 그 많던 오물들
견딜 수 없는 치욕이 되어 음산한 밤마다
어눌한 자아를 낱낱이 도려내며
세상의 금빛 허상을 각인시킨, 그대들
무심코 버린 담배 꽁초 하나 내 앙상한
갈비뼈 깊숙히 칼끝처럼 꽂힌 채
활활 타오르다 아 나는 그만 새까만
숯이 되고 말았다
사람이 되고 싶다 저 따뜻한 지상에
이 한몸 올곧게 세워 가끔 사랑하는 이의
창가를 서성이며 그리움에 들뜬 눈물도 짓고
청량한 파도 남실거리는 겨울바다에 얼룩진
내 생애 깨끗이 헹구어보기도 하는
풀잎처럼 파릇한 뇌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도 누군가 나에게
핏빛 절망을 한 웅큼 얹어주고
오늘도 누군가 나에게
간밤의 끈적한 정사를
슬며시 덧 발라주고
오늘도 누군가 나에게
씹다만 껌 같은 모욕을
무참히 뱉어 주지만
나는 기꺼이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서늘한 몸뚱이 어디에선가
튼튼한 팔이 슬며시 돋아나고
믿음직한 다리가 무럭무럭 자라나고
해맑은 눈동자 둘 시나브로 피어 올라
마침내 온전한 사람이 되고 말면
그대들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이 지탱하기 버거운 生의 무게를
찰지게 쏟아 부어 주고 싶다
장 세희 詩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