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오돈만 배가 고픈 게 아니었나보다.
비행기에 타 보니...
벌써부터 달그락거리며 기내식을 준비했고, 이륙하자마자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제일 뒷쪽 좌석이라서 음식냄새만 맡으며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받을 수 있었다.
너무 배가 고팠기에...
맛있게 먹었다.
부족한 것 같아 맥주까지 한 잔 하니 이제야 살 것같다.
밥 먹고 나서 정리하고나니... 내릴때가 되었다.
이번 착륙은...
여태 비행기 타본중에 최악이었다.
지면에 닿는 느낌이 드는가 싶더니 비행기가 콩콩 뛰면서 간다.
조금만 중심을 못잡았으면...으으~~~
이렇게 불안한 착지는 처음이었기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입국장쪽으로 계단을 내려가는데, 아래층에 반가운 한글이 있다.
웬 아저씨가 들고있는 팻말에...
"서울행 환승안내"라고 한글로도 써 있었다.
가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머뭇거리자, 서울로 가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이 아저씨, 첫마디가,
"So long time..."이라고 한다.
맞아 맞아...너무 긴 시간이지...
재빨리 대화를 이어간다.
"I want to go to downtown."이라고 하자,
쿨~~~한 아저씨,
"No problem"이라고 하신다.
추가비용같은 거 생기지 않으려나 궁금했지만, 그냥 입국장으로 빠져나와버렸다.
부친 짐은 인천에서 찾으면 되니 몸도 가볍게 즐길 수 있겠다.
20불정도 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혹시, 20불 내게 되더라도 8시간을 행복하게 지내고 싶었다.
(추가비용은 없었다. 공항에서도 없었고, 한달이 지나도록 여행사에서도 연락이 없는 걸 보면...)
17번 버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결램프를 따라서 걸어가면서 그냥 가버리면 어쩌나 조바심이 들었지만,
내가 탈때까지 나를 기다려 주었다.
2주만에 오는 하노이인데...
태국에 익숙해져서인지 바깥풍경이 낯설게 느껴진다.
종점인 롱비엔역에 내려서 호안끼엠호수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반가운 과일 발견!
여러분은 어떤 과일이 제일 반가우셨는지 모르겠지만, 구리오돈은 망고스틴!!!
1Kg에 100,000동.
우리돈 6,000원정도인데, 한국가면 먹을 수 없는 과일이니 실컷 즐기기로 했다.
도넛을 파는 아주머니가 나를 보더니 다가온다.
맛이 없게 생겼는데, 그래도 맛을 보고싶어 6개 골랐더니,
이때까지 영어를 전혀 안하시던 아주머니가 60,000동이라고 영어로 하시는데,
영어가 꽤 유창하다.
순박한 인상에 속았다.
작은 도넛 하나에 600원이면, 정말 비싼 가격이다.
오토바이 타시는 분들이 착용하는 마스크를 5만동 달라는 걸, 두개 50,000동에 샀고,
나중에 세개에 5만동 주고 또 샀다.
(한국와서 황사 때 쓰고 나갔는데, 완전 시선집중!!!)
사탕수수 즙을 내어 팔길래 한 잔 사먹었는데, 진한 맛이라서 20,000동이 아깝지 않았다.
친절한 비코 트래블에 가서 지도 얻어서 다녔는데,
시간이 늦어서 구경 할 것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수상 인형극장 앞을 지나가다가...
인형극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시간이 18시 20분인데 공연 표를 보니 18시 30분 공연이 있다.
매표소에 줄을 서 있길래 줄을 서서 기다렸고, 내 앞사람이 표 사는 걸 보니,
20:00 표를 샀다.
매표소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Do you have now start ticket? I`m alone."물으니...
도장을 꽝 찍어서 표를 주셨다.
접이식 의자를 주었는데, 푹신한 의자도 비어있길래 편안하게 관람 할 수 있었다.
주로 베트남어로 진행되었고, 영어가 간간히 나왔다.
발음이 안좋아서인지, 빠르게 말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영어를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오다가 보니 여러나라 말로 제작된 전단지가 있다.
생선이 용으로 변했다는 말이 웃기게 보인다.
미리 읽고 보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공연장을 나오니 이번 여행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해야하는 일이 남았다.
가장 먹고싶은 것이 무엇일까 잠깐 고민 해 보니...
한 번 밖에 못 먹어본 "분차"였다.
분차집을 찾으러 다니는데...
오늘따라 분차집은 안보인다.
다니다가...
숯불에 고기구워 먹는 사람들이 보인다.
쑈케이스에 음식이 진열되어있고...
궁금해서 일단 먹어보기로 했다.
뭔지도 모르는 것도 있지만 대충 이것저것 손짓해서 주문.
말이 안통해 옆집언니를 불러다가 통역 시켜서 주문했다.
맥주는 시원한 게 없다는데, 그래도 달라 했더니 미지근한 맥주를 얼음잔과 함께 준다.
곱창도 먹는 걸 보면 우리네 식습관과 매우 비슷하다.
다 먹고 또 시켜서 먹었다.
삼겹살도 껍데기까지 붙은 맛난부위가 있고, 오돌뼈도 있다.
비야(맥주)를 하나 더 시켰더니 이번에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못알아 들었나? 아니면 통역 부르러 가나?
조금 있으니 어디선가 헥헥거리며 뛰어왔는데, 이번에는 시원한 맥주를 준다.
얼굴만 예쁜 줄 알았더니 마음씨도 곱다.
음식값은...맥주까지 다 해서 170,000동.
엄청 먹었으니...이정도 가격이면 비싸지 않은 것 같다.
베트남사람들은 두종류이다.
나에게 사기 치려는 사람과 이런 따뜻한 마음씨의 사람들.
누구를 만나고 누가 기억에 남았느냐에 따라 베트남에 대한 기억이 좌우되겠지...
정직한 언니가 일하는 이집의 주소는...
11 ngo cau go - Hang Bac 이었으니 주변에서 저녁식사 하실분들은 참고하시길...
20시 10분에 식당을 출발해서 롱비엔역앞에 오니 20시 25분이었다.
정거장에는 바께뜨 빵을 팔려는 사람들이 다섯명가량 있었다.
마지막인데...맛난 바께뜨빵을 하나 먹고싶어 2,000동에 하나 샀다.
아침에 사먹는 것은 대부분이 바삭하고 맛난데...
이것은 하루종일 눅눅해져서 맛이 없다.
질겼지만, 마른 오징어 먹는것이다 생각하며 먹고 있는데,
다른 아주머니들도 와서 빵 좀 사라고 한다.
새벽부터 빵 팔러 다니시던데, 이 늦은시간까지 집에 못가고 빵 팔러 다니니는구나.
측은한 마음에...
그중 한 아주머니 것을 팔아드리기로 마음먹었다.
보따리에 들어있는 것을 세어보니 11개다.
10,000동짜리를 하나 주면서 다 달라고 하니까, 하나 더 줘야 한다고 한다.
어차피 팔아드리려는 것이니...달라는대로 20,000동에 11개를 떨이로 다 인수했다.
다른아주머니들도 팔아달라고 오셨지만, 더이상 들고 갈 수 없어 못팔아드렸다.
이정도 양이면 내일 집에가서 동네잔치 해도 되겠다.
우리돈 1,200원에 빵을 한아름 샀으니, 나에게도 유익하다.
이번에 탄 17번 버스는 앰프를 큰 거 운전석 옆에 두었는데,
음악소리가 커서 완전 나이트 분위기다.
몇 정거장 안가서, 20살쯤 된 아가씨가 나에게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건다.
그런데...
영어를 못하시는지 베트남어로 뭐라고 웃으며 말하는데...
어찌나 궁금한지... 미치는 줄 알았다.
혹시...이 언니가 나에게 작업을 건 걸까?
그러기에 나와 나이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데...
지퍼가 열렸다는 걸까? 확인 해 보니 그것도 아닌데...
얼마 후 그녀는 버스에서 내렸기에 미스테리로 남게 되었는데,
그녀가 나에게 작업을 걸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나 좋다고 따라다니는 여자 없는데...혹시, 베트남에서는 먹히는 외모인가?
까지 생각하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21시 20분.
잘 가던 차들이 서더니 아예 안가고 서 있다.
왜일까?
궁금해서 차창 밖으로고개를 내밀고 앞쪽을 보니...
철길 건널목에 기차가 지난다.
여행초기에...침대기차 타고 이동했던 일이 생각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일본친구들을 만난 일이었는데,
그 기차가 맞는지는 몰라도, 그때 일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구리오돈에게 기차까지 보내줘서 추억에 잠기게 만들어준다.
고마운 베트남.
다른사람들은 뭐하는지 둘러보니...
꾸벅꾸벅 졸고있는 사람들이 많다.
물가는 싸지만...열심히 일해야 먹고 살 수 있는 건 이곳도 마찬가지.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난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행복하고 윤택한 하루가 되기를 바래본다.
21시 45분에 공항 도착.
버스 시동은 껐는데, 손님들이 또 타는 걸 보면 이 버스가 한번 더 나가나보다.
21시 45분 약간 지난시간에도 출발하는 버스가 있으니 오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걷고있는데...
토실토실 살찐 쥐가 내 앞으로 지나간다.
발로 툭 차니 데굴데굴 굴러간다.
정말 게으른 쥐인가보다.
가서 밟으려다가 든 생각이 "여기는 외국"이다.
그냥 보내주고 공항으로 들어갔다.
체크인은 할 필요가 없다.
방콕에서 표를 두장 주었기에 바로 비행기에 타면 되는데, 아직도 두시간이나 남았다.
심심해서 기내반입허용 표도 구경하고...
TV에서는 한국드라마가 나온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중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었다.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엄청 많았던 것.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베트남사람들이었다.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몇 사람과 접촉 해 보니...
그중에 한국말을 조금 하는 사람이 있다.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분들은 울산의 조선소에 취업이 되어서 가는 분들이다.
조선소에 직접 고용 된 것이 아니고, 인력업체와의 고용계약서도 보여준다.
한국의 날씨를 비롯한 몇가지를 알려주다가, 구리오돈도 물어보았다.
결혼은 했냐고 물으니, 신혼이란다.
와이프는 어쩔꺼냐고 물으니 그녀도 곧 취직해서 한국으로 갈 예정이라는데...
갑자기...걱정이 밀려온다.
한국사람들도 보이스피싱같은 사기에 많이 당하는데, 이분들은 오죽할까?
사기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여러가지 말을 해 주었다.
처음 만난 지 5분정도 밖에 안된 사람인데, 왜이리 걱정이 되는지...
구리오돈의 오지랖은 광활하다고 욕해도 할 수 없다.
원래 그런 것이라 어쩔 수 없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이무런 이변 없이 집까지 잘 왔다.
빵도 집까지 함께 왔고, 아직도 절반이상이 냉동실에 있다.
때때로...토스트에 구워 먹으며 추억에 잠기곤 한다.
배낭 하나로 출발했는데, 짐이 많아졌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팔려고 내놓은 차도 그대로 있었고,
나 없는동안 짤릴뻔 했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일하고 있다.
다시 다람쥐 쳇바퀴 돌며 살고 있지만...
구리오돈은 소망한다.
다음에는 아이들과 함께 떠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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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에 3주간 갔던 여행기입니다.
다음에는 애들 데리고 가고싶다고 썼었는데...이번 추석에 함께 갔다왔으니, 소원성취 했네요.
다음 여행은 좀 길~~~게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하하~~~
첫댓글 베트남 맥주 하리다 군요 얼음타서 마시는 하리다 맥주 근데 얼음은 안타먹는게 좋아요 물이 어디껀지 몰라서 불안하고 ㅎㅎㅎ
아 저런 바비큐 먹고싶네요 ㅋ한치구워서 먹으면 어떤 맛일지? 벳남에는 오징어는 거의 없고 한치라고 하데요...맛나게 보이네요
저도 기회가 되면 또 가고싶어서, 이번 추석여행때 가 보려 했으나...
비행기가 연착되어 노이바이공항에 10시 거의 다 되어 도착,
마지막 버스 타고 시내로 들어갔더니 힘들어서 나갈 엄두가 안나더라고요.
그런데, 다음날 계속 비가 와서 살짝 후회되더라고요...
"나갔다 올껄..."
역시, 여행은, 저지르고 봐야 하는 것 같습니다.
맛난것도 많고 먹거리도 참 다양하네요...
여행은 저지르고 보는거야...
백프로 공감 합니다.. ㅋㅋㅋㅋ
맞아요.
이번에는 세계일주 저지를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이번 위해여행때 사베지님과 얘기했었어요. 구리오돈님은 뵌적은 없지만 친근하다고요.ㅋㅋ 여행 후기 잘보고 갑니다. 행복한 추억 만들어주는 든든한 아버지를 둔 두 아이들이 부럽네요.^^*
그래서인지...
길 가다보면 처음 뵙는 분들이 아는 체 하시고 껴안고 사진찍고 그런답니다.
하하하...
여행기 올린 보람이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