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급 잠수함. 핵미사일을 탑재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 즉 전략핵잠수함이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한 함정을 전략핵잠수함이라고 한다. 전 세계 5개국에서 전략핵잠수함을 운용 중인데, 미 해군이 운용 중인 오하이오급 잠수함은 오늘날 전략핵잠수함을 대표하는 함정으로 알려져 있다. 오하이오급 잠수함은 전략핵잠수함 가운데 가장 많은 함정이 현역에서 활동 중에 있으며, 1995년에 개봉된 영화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에서는 영화 속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러시아의 타이푼급 잠수함이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에서 제일 큰 잠수함이었다.
수중의 전략병기 전략핵잠수함
핵무기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최악의 병기로 손꼽힌다. 이 중에서도 전략핵무기는 사정거리가 길고 탄두의 위력이 크기 때문에 잘못 사용되었을 경우 인류가 한 순간에 멸망할 수도 있다. 전략핵무기의 투발 수단으로는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핵잠수함이 있다. 이들 투발 수단들은 전략핵무기 3대 축으로 트라이어드(Triad)라 불리며, 전 세계에서 오직 미국과 러시아만이 3대 축을 보유하고 있다. 트라이어드 가운데 가장 위력적인 무기는 전략핵잠수함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장착한 전략핵잠수함은 수중에서 활동하는 잠수함의 특성상, 다른 투발 수단들에 비해 사전에 탐지가 어렵고 미사일 발사지점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또한 항구를 출항한 전략핵잠수함은 적의 핵 공격에도 생존성이 뛰어나고, 즉각적인 핵 보복 공격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상대방의 핵 선제 공격을 예방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오하이오급 잠수함의 내부. 잠수함의 가장 큰 장점은 적이 사전에 공격을 탐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진 출처 미 해군)
전략핵잠수함의 시대를 연 조지워싱턴호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동서냉전의 시대가 시작되자, 미국과 구 소련은 새로운 핵무기 투발 수단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주목하게 된다. 그러나 당시 탄도 미사일은 발사 준비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인화성이 높은 액체추진체를 사용하고 있었다. 높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1952년 구 소련 해군은 스커드(Scud) 탄도 미사일을 탑재한 줄루(Zulu)급 잠수함을 취역시켰다. 한편 미 해군은 1955년 핵탄두를 탑재한 레귤러스(Regulus) 순항미사일을 잠수함에 배치한다. 하지만 레귤러스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은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면위로 부상해야만 했다. 은밀성이 핵심인 잠수함에게는 치명적 약점이었다. 결국 미 해군은 1960년 고체추진체를 사용하는 폴라리스(Polaris)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이와 함께 1959년 건조 중이던 스킵잭(Skipjack)급 공격용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개조해, 미 해군 최초의 전략핵잠수함 조지워싱턴(George Washington)호를 취역시킨다.
미 해군 최초의 전략핵잠수함 조지워싱턴호. 스킵잭급 공격용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개조해 건조했다. (사진 출처 미 해군)
조지워싱턴호는 임시방편으로 건조되었지만, 구 소련 해군의 전략핵잠수함들에 비해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다. (사진 출처 미 해군)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의 개발
조지워싱턴호는 임시방편으로 건조된 전략핵잠수함이었지만, 당시 구 소련 해군의 전략핵잠수함들에 비해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다. 600 킬로톤(kt) 핵탄두를 장착한 16기의 폴라리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했고, 구 소련 해군의 전략핵잠수함과 달리 수면 아래에서 미사일 발사가 가능했다. 조지워싱턴호의 성능에 만족한 미 해군은 1960년부터 1966년까지 40여 척의 전략핵잠수함을 서둘러 배치한다. 그러나 당시 미 해군의 전략핵잠수함에 탑재된 폴라리스와 포세이돈(Poseidon)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1,000∼5,000km 내외의 사정거리를 가진 중거리 탄도 미사일로, 한정된 사정거리로 인해 구 소련과 인접한 해역에서 발사해야만 했다. 1970년대 들어 구 소련의 핵 선제 공격 위험성이 높아지고 구 소련 해군의 공격용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늘어나자, 미 해군의 전략핵잠수함들은 생존성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결국 미 해군은 1976년부터 이전의 전략핵잠수함 보다 성능이 월등히 향상된 오하이오(Ohio)급 전략핵잠수함을 건조하기 시작한다.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 생존성 향상을 위해, 소음 감소와 함께 사정거리가 향상된 트라이던트 미사일을 탑재했다. (사진 출처 미 해군)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은 생존성 향상을 위해, 이전의 전략핵잠수함들에 비해 소음이 감소되었고 사정거리가 향상된 트라이던트(Trident)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24기를 탑재했다. 트라이던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경우 초기형인 트라이던트Ⅰ은 사정거리가 7,400Km였고, 후기형인 트라이던트Ⅱ는 사정거리가 11,300Km에 달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해당하는 사정거리로 인해,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은 비교적 안전한 미국 영해 내에서 구 소련에 대한 핵 공격이 가능해 졌다. 또한 트라이던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명중률 또한 높아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지와 같은 강화된 목표물을 공격하는데 적합했다. 1981년부터 미 해군에 배치된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은 1997년까지 총 18척이 건조되었다.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은 트라이던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24기를 탑재한다.(사진 출처 미 해군)
트라이던트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해당하는 사정거리로 인해, 미국 영해 내에서 구 소련에 대한 핵 공격이 가능해 졌다. (사진 출처 미 해군)
냉전 시대가 끝나고, 미국은 2002년부터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의 네임쉽(Name Ship)인, 오하이오호를 필두로 4번함인 조지아(Georgia)호까지 퇴역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퇴역 계획을 보류하고 2002년부터 이들 함정들을 순항미사일 핵잠수함으로 개조해서 운용 중에 있다. 순항미사일 핵잠수함으로 개조된 오하이오급은 수직발사관 3번에서 24번까지 총 22개의 발사관에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최대 154기까지 발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특수전 요원 66명을 싣고, 이들의 특수전 임무를 지원하는 임무도 새롭게 맡게 됐다. 이를 위해 특별히 잠수정이 추가되었다. 순항미사일 핵잠수함으로 재 탄생된 오하이오급은 지난 2011년 대리비아 공습작전에 등장하기도 했다. 오하이오급 3번함인 플로리다(Florida)호는 2011년 3월 19일 오딧세이 여명 작전에 참가하여, 작전 기간 동안 90여 기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
오하이오급 잠수함의 일부는 전략핵미사일 대신 순항미사일을 탑재하고, 다수의 특수전 요원과 침투용 잠수정을 실을 수 있도록 개조되었다.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 제원
동력원 원자로, 1축 추진 / 길이 170.69m /폭 12.8m / 배수량 해상 16,764톤(ton), 수중 18,750톤(ton) / 속도 20 노트(knots)(37 km/h) 이상 / 승조원 장교 15명, 사병 140명 / 무장 트라이던트Ⅱ 24기, 어뢰 발사관 4기 [출처 미 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