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2025년 1월) '김호성 교수와 함께 하는 불교 & 인문학 투어 2탄' 팀을 따라 인도를 다녀왔다.
도중에 아그라에서 타지마할(Taj Mahal)과 아그라성(Agra Fort), 델리의 꾸뜹미나르나 악샤르담 등 이슬람과 힌두유적을 제외한 불교 관련 유적지는 대략 다음과 같은 여정이었다.
나식(Nasik caves) - 아잔타(Ajanta caves) - 엘로라(Ellora caves) - 아우랑가바드(Aurangabad caves) - 산치대탑(Sanchi stupa) - 상카시아(Sankasya) - 마투라박물관(Government Museum, Mathura)
부처님 8대 성지 가운데 가장 걸음하기 힘든 상카시아를 참배한 것은, 개인적으로 고맙고 특별한 기회였다.
여타 일곱 군데 부처님 성지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데 비해 상카시아 유적지는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생후 7일만에 모친(마야부인)을 여의고 이모(마하파제파티)의 품에서 자란 싯달타태자는 출가하여 깨달음(正覺)을 얻으신 후, 사르나트의 초전법륜에서 비롯하여 각처를 설법하고 다니시면서 내내 모친께 진리의 법을 설해 드리지 못 하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던 차에 어느 날 제석천이 부처님께 와서, 도리천에 계신 마야부인께서 석가모니부처님의 설법 듣기를 소망하신다며, 모친께 법을 설해주십사 권청한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석 달 동안 도리천(忉利天, 33천 天上界)에 올라가서 설법하신 후 중앙은 황금, 오른쪽은 은, 왼쪽은 유리로 된 계단 즉 삼도보계(三道寶階)를 통해 내려오신 곳이 바로 상카시아다.
부처님 입멸 100년 뒤 즉위한(BC268경) 마우리야왕조의 3대 아쇼카(Ashoka)왕 이곳을 찾아 왔을 때 삼도보계의 끝이 땅속 어디까지 묻혀 있는지, 사람을 시켜 파보게 했는데, 땅을 파도 파도 끝이 없어 부처님의 신통력에 새삼 감복하여 그 자리에 탑을 세우고 그 주변 남쪽에 아쇼카 석주를 세웠다고 한다.
인도 순례 후《불국기》를 쓴 동진의 법현(法顯, 337-422) 스님이 방문 당시만 해도 아쇼카 석주 외에도 아쇼카가 건립한 다수의 건물들과 주변에 최소 4개의 탑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 후 《대당서역기》의 당 현장(玄奘, 602-664) 스님이 방문한 7세기에는 이미 3개의 계단은 부서지고 없었고 인근 각국의 왕들이 보배계단을 볼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벽돌과 돌로 계단을 쌓고 보배로 장식하여 삼도보계를 재현하고 절(精舍)을 세워 하늘에서 내려오는 형태를 한 부처님, 제석천, 범천상을 모셔놓고 있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8세기, 우리의 혜초(慧超, 704-784)스님은 《왕오천축국전》에서 금, 은, 유리로 장식한 삼도보계를 언급하고, 탑과 절도 있고 스님들도 있었다고 기록한다. 이는 아마 아쇼카가 보았다는 그 삼도보계가 아니라 현장스님이 말한 "재현"된 그것이었을 것 같다.
다분히 환타지 같은 전설적인 이 성지에 대해 위의 세 분 옛 스님들이 방문 기록을 남겼지만 거기, 부처님이 도리천에서 귀환하신 그 하강(下降)하신 유적지의 위치가 어딘지 특정할 수 없다가 영국 식민지 치하시절, 영국군 장교이면서 고고학자였던 알렉산더 커닝햄(Alexandet Cunningham), 1814-1893)이 아쇼카 석주를 발굴 조사하여 특정하게 된다.
즉 그동안 《증일아함경》의 기록 등을 통해 착종과 혼동을 유발하고 있던 부처님 강림 장소가 카나우지(Kanauj/Kannauj/曲女城)냐, 상카시아냐의 위치 문제가 정리된다.
지금은 훼손되어 석주의 머리부분만 남은 (원래 코끼리였다는데, 두상 없이 몸통과 네 발로 선) 동물주두(柱頭), 작은 흙동산에 힌두신을 모신 작은 사원, 그 옆 비탈로 쏟아버린 공양물에서 나온 비닐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 추워서 불을 지피느라 주워다 둔 땔감 등 지저분한 온갖 것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현지 가이드의 발음대로 과연 '상키싸(Sankissa)'라는 간판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서 있었다.
현지인들은 오늘날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도리천으로 올라가신 곳과 내려오신 곳이 다르다.
-----즉 도리천으로 오르실 때는 슈라와스티(Shiravasti)의 기원정사 인근 오라자르(Orajhar),
-----귀환하신 곳은 상카시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