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과 허리케인을 생각하며>
-2003. 9. 20. 토. 신형호-
시린 하늘이 유난히 검푸르다.
늦은 밤 강변 길에는
아직 여물지 않은 가을이
여기 저기 어지럽게 누워있단다.
여긴 태풍 "매미"가
거긴 허리케인 "이사벨"이
장단 맞추듯이
동양의 조용한 나라를 강타하고
서양의 거대한 나라도
사정없이 두드리는구나.
자연의 힘 앞에는
우린 모두 한갓 보잘 것 없는
하루살이 같은 인생들
나란 존재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 허리케인 "이사벨"진로를 보니
미국 동부를 쓸고 지나가던데
프린스톤에는 피해가 없었는지?
네가 있는 곳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이 지나가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올해는
가을이 와도 가을을 찾을 수 없구나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상
정말 내일을 알 수 없는
캄캄한 터널 속을 헤매는 듯한
사회분위기란다.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야
마음도 풍요로워지고
사람들의 심성도 맑아질텐데
만나는 사람마다
살아가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네
나 같은 샐러리맨들은
경기를 탈 일도 없고
그저 무덤덤 하다만
자영업 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불경기라고 정말 울상을 짓고 있단다.
태풍에 어디 상처 안 입은 곳이
있을까마는
강변 산책을 할 때마다
너무나 가슴속은 허탈하다.
허옇게 뼈를 드러낸 듯한
크고 작은 바위들만이
강물 가에 드러누워서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하늘을 바라본다.
그들을 조금 보다가
나도 가만히 하늘을 쳐다보았다.
흰 구름 무리들이
한밤에도 걱정 없이 흘러가고
차 한잔이 식을 무렵이 지나니
서늘한 바람에 밀려간 구름사이에
터진 짙푸른 하늘이 언뜻언뜻 내려다보고
아기별 둘이 반짝이며
살며시 내 마음을 비쳐보고 있구나.
벌써 주말이네
휴식 잘 취하고
상큼한 가을을 맞이하거라.
언제나 반짝이는
고향의 별들을 가슴에 꼭 안고서...
<빛나는 보석 같은 날>
-2003. 9. 22. 월. 백장미-
지난 태풍에
설익은 밤송이는
여물지 못한 여운 남긴 채
투닥 투닥 떨어져
속상함으로
콕콕 생채기를 주고
새 소리 말갛든
꼭대기 보금자린
부러진 가지 틈으로
대롱대롱 곡예를 한다.
어질어진 마당
아픔으로 치우고 나니
살아 온 날의 태풍은
내일이면 치워 질 마당처럼
비바람에 떨다가
전혀 아무렇지 않게 살아 내고
생채기 흔적만
가슴속에 콕콕
대롱대롱 곡예 하듯
아슬아슬 잘도 지내 왔다
아픔만큼 성숙한다 해도
아프지 않음만 못 하지만
감사함을 느낌은
이미 아파 본 후 인지라
미련스레 살고 또 살아도
아프지 않고 성숙함이 없나니
지천명이 강을 건너면
조금은 더 나아지려나?
남은 날엔
흔적 있는 생채기일지라도
그리움과 사랑으로
덮을 수 있을 만큼만 왔음 좋겠다.
손에 든 중년이
빛나는 보석 같은 날 일지라도
어린 날이 아쉬워 지고
젊은 날이 보배만 같아서 말이다.
카페 게시글
메일 보관방
20여 년 전 이메일을 펼쳐보며 169
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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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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