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민운동 혁신 제안서 >
1. 들어가며
현재 우리 남한 사회는 신자유주의 광풍에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이란 미명하에 자본 제국주의들에게 굴욕적인 경제적 종속을 강요당하고 있다. 남한 자본과 지배세력들은 세계 제국주의 자본 세력과 함께 국내에서의 노동계급과 빈민들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강화 하고 있지만, 집단이기주의적 노사협조주의자들에 의한 개량주의적 노동운동은 현장 대중들로부터 동떨어진 집행부 운동 정도로 타락하고 있다.
그리고 빈민운동의 중심에서 투쟁적이었던 노점상 운동도 부도덕한 관료적 타성에 젖어 그 운동성이 퇴보하고 있고, 이제는 공공연히 조직적 폭력을 동원하여 회원 대중들을 협박하며 생존의 터전인 노점 자리까지 뽑아버리는 만행도 서슴지 않고 있다.
88년도 올림픽 단속에 대항하며 보여주었던 전노련의 아래로부터의 역동적인 투쟁과 지도부의 헌신적인 지도력은 아득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이다. 우리 노점상 운동이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도 그 첫 번째 원인은 지도자들의 사상적 결핍과 철학의 빈곤 속에서 오는 관료주의적 운영방식에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 노점상 운동진영에서 진정한 활동가들은 오늘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에 우리들은 오늘과 같은 조직의 제반 문제점들을 면밀히 재검토하고 재점검함으로써 향후 백만 노점상의 미래를 선진적인 동지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올바른 방향을 찾고 의견을 구하고저 이 제안서를 드리는 바이다.
2. 오늘날 전노련은 어떠한 조직인가
현재 전노련은 단연코 진보운동 및 변혁운동의 조직체로서의 그 역사적 소임을 마감했다고 할 수 있다. 전노련 지도부는 5,18 동대문 풍물시장에 청년 사수대를 동원하여 노점상들의 생명의 좌판을 침탈하고 물건을 약탈해 가는 만행을 저질렀다. 노점상의 권익과 그들을 보호해야 하는 조직이 무슨 이유로 그들을 짓밟았을까? 이는 결국 전노련 지도부가 ‘관’과 결탁하고 소수 지도부의 지위와 이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동대문 풍물 시장 천 여 명의 노점상들과 전체 백만 노점상들에 대한 지도부들의 길들이기, 즉 ‘조직적이고 폭력적인 협박’이었던 것이다. 본부의 폭력적 수단들은 급기야 제반 각 지역 연합에까지 파급되어 힘 없는 현장노점상들은 이젠 관의 단속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지역 간부들의 눈 밖에 나면 현장을 파버리는 간부들에 의한 만행이 더 무서운 것이 전국 곳곳에서 공공연한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동대문 운동장, 안산, 북서부, 화성오산지역 등 노점상회원들의 자리 뽑기, 어디 이뿐이랴! 전국 각지에서 얼마나 많은 회원들이 말도 못하고 간부들에게 고통을 당하고 있는가? 이러한 통탄스러운 작태들이 바로 비일비재한 현장 노점상들의 엄연한 현실들인 것이다.
이와 같은 조직의 폭력들은 무엇을 뜻하는가? 바로 그것은 의식 있는 회원들의 싹을 잘라버려 전노련 내부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소수 관료들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태인 것이다. 지도부들에 의한 현장 노점상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더 이상 전노련 지도부는 투쟁하는 현장 노점상들의 지도부가 아니다.
서울지역 한 회원 문제만 보더라도 간부들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가 있다. 유상 씨는 부부가 함께 노점을 하면서 장사도 열심히 하며 조직 일도 배워 가며 미래의 전노련을 이끌어갈 수 있는 패기에 찬 젊은 노점상이었지만, 오늘날 전노련 조직에서 옳은 말 하는 회원이 어디에 발붙일 수 있었던가? 결국 간부들의 눈 밖에 난 유상 씨는 말도 안 되는 지역장 마누라를 째려보았다는 죄목으로 북서부 조직 내의 청년부에게 폭력을 당하고 자리까지 뽑히는 수난을 당하였다. 이 만행에 유상 씨는 혼자 외롭고 고통스러운 싸움이지만 소신과 용기로써 당당히 전노련 게시판에 실명을 밝히면서 도덕적으로 타락한 북서부 간부들을 고발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에 전노련 지도부는 갖은 변명과 호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전노련은 조직회원들에 대한 폭력과 갈취를 일삼고, 기존 회원들만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뿐, 전체 백만 노점상들, 그리고 천만 빈민의 생존권, 합법화, 사회적 신뢰 등,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전노련은 말 잘 듣지 않는 자기 회원들에 대해 멋대로 제명을 시키고, 자리 뽑기와 약탈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전노련은 이미 조직 폭력 집단이 되었으며, 소수 관료들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이기적 이권 단체로 전락하였다. 일단 중앙이건 지역 지부건 간부가 되고나면 하나 같이 회원들을 기만하고 갈취하며, 또 억누르고 대중 위에 권위주의와 관료주의로 군림하면서 온갖 비리를 조장하고 자기 회원들을 착취의 대상으로 여기게 되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전노련은 경찰, 시청, 구청, 법원 등과의 밀실 야합과 협잡도 서슴지 않고 있으며, 이들은 이미 관료적 집단으로써 빈민 대중을 볼모로 삼아 자신들의 안위에 급급한 소부르주아적 운동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전노련 내의 간부들의 관료적 전횡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전노련의 핵심적 개혁 대상은 첫째 간부들의 굳어진 관료주의적 관행에 대한 철저한 분쇄에 있다.
예를 들면, 신규 지역이 전노련 내에 새로이 건설되면 당연히 본부의 간부들은 헌신적인 지도를 통해 자생적인 지역을 건설하여 백만 노점상들의 대의에 충실해야 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규지역 회원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취약성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명목으로 비리가 난무하고, 또 의장이 한번 뜨면 봉투에 얼마를 담아야 하고, 거마비니 투쟁기금이니 도피자금이니 하물며 휴가비까지 본부에서는 공론에 부쳐 받아쓰는 현실이다.
이것은 마치 자본가들이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착취하듯이, 회원 대중의 노예근성을 이용하여 돈으로 억누르고 또 갈취하는 데 이것은 운동이라 말할 수 없으며, 한낱 겉치레뿐인 운동인 것이다.
그 돈이 과연 누구의 돈이던가? 모진 길가에서 하루를 팔아 살아가는 저! 노점상들의 피와 땀이 아니던가? 남한 운동 진영에서 어느 제 단체에서도 이러한 작태는 없었다. 또한 관료화된 간부들은 운동의 본질을 망각하고 월급쟁이로 전락하여 관료적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며 안일한 일상에만 전념하고 직위보존에 연연하고 있다. 관료화된 지도부 아래서는 그 폐해가 고스란히 대중회원들의 몫이 된다, 과연 저 관료화되고 부패한, 몸통이 굳어진 전노련의 관료주의자들을 어떻게 처단 할 것인가? 바로 이것이 오늘날 노점상 운동의 최대 현안이자 앞으로 기필코 돌파해야 할 우리들의 책무이자 의무일 것이다.
3. 전노련 내 주체모임의 목표와 과제
이렇게 전노련은 썩고 부패하고 조폭집단화되었다. 이는 전노련이 노점상 빈민 운동의 진보적이고 변혁적인 역사적 소임을 마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런 심각한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의견이나 비판을 제기하고 실천 투쟁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노련을 혁신하기 위한 비판과 현장 실천의 대가는 제명 처분과 자리를 뽑아버리는 폭력적인 만행으로 되돌아왔다. 이에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도 더 이상 방관할 수도 없는 극한적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사태를 계속 수수방관만 한다면 전노련의 미래는 참으로 암담할 뿐만 아니라, 대중회원들의 고난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비참해질 것이다.
우리는 비록 미약하나마 이런 문제들을 함께 논의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실천적인 동지들과의 모임이 절실하다고 생각하며, 우리의 노력이 강화되어 새로운 조직 건설로 전진해 갈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전노련의 전횡과 독단, 부패와 폭력, 조폭집단화에 대해 반대하고 투쟁할 수 있는 주체 진영을 만들어야만이 조직의 민주주의와 회원 대중의 생존권 확보, 더 나아가 정치적 단결을 가능케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장활동가들과 의식 있는 회원들을 중심으로 우선 결속하면서 그 주체를 세우고자 한다.
그 다음으로 현재 중노련, 동중서부, 부천총련 그리고 최근 북서부의 제명된 회원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전노련 조직에 의해 탄압받은 회원들과 조직들이 그 주체가 되어 힘을 모아 전노련의 대의를 모으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의 뜻에 동조하는 여타의 회원들이나 조직들도 전노련의 혁신에 함께 했으면 한다. 어찌 보면 이렇게 전노련의 모순이 첨예하게 부각되고 있는데, 이 모순을 타파할 주체세력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필연적인 결과일 것이다.
노동운동의 노사정 타협이 결국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계급분단’을 고착화했듯이 전노련 지도부의 관료주의와 부패는 지금 우리 노점상 운동 진영 에서도 기업형 노점상과 생계형 노점상 등, 노점상간의 양극화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 폐해들은 노점상계층 간의 분화뿐만 아니라, 조직의 분화, 사회적 분화까지도 파급시키고 있다, 백만 노점상의 대의는 미조직 노점상뿐만 아니라 천만 빈민의 고통과 함께 할 때만이 집단 이기주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사회 변혁과 운동의 본령으로서 그 책임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전노련의 대안 세력으로 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철학을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운동은 단지 생존권 투쟁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요구와 대안사회 모색을 위한 새로운 주체세력의 형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만인은 하나를 위해서 하나는 만인을 위하여”라는 기치를 높이 세우고 노점해방, 빈민해방, 노동해방을 위해 공동투쟁을 하고 조직화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이 땅에서 천만 빈민을 낳은 사회의 근본 모순에 대한 투쟁도 강화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빈민계급은 자본주의 모순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 대안으로 노동해방 기치를 높이 들고 힘차게 전진해야 할 것이다!!
4. 동대문 풍물 시장과 노점상의 미래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거 공약에 의한 동대문 운동장 주변의 개발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고 그 당위성에 대한 보수 언론의 선무작업은 이미 시작되었다. 과거 이명박 전 시장의 청계천 개발독재에 항거한 박봉규 열사의 분신이 청계천 투쟁의 불씨가 되어 백만 노점상들의 총력 투쟁으로 동대문 운동장 내에 천 여 명의 노점상이 둥지를 틀었고, 청계천 투쟁을 관통하면서 전체노점상, 도시빈민들의 삶을 알려내고 우리 노점상의 사회적 지위나 문제점을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낸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노점상 수용소 정도의 역할만 했을 뿐 서울시에서 약속한 제반 시설은 공염불이 되었다. 자칭 ‘자치위원회’라는 기구도 서울시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있고, 협상이라는 미명하에 회원들의 권익보다는 조직을 빙자한 간부들의 이권 챙기기에 바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리하여 ‘자치위원회’는 서울시의 방관 하에 이권을 챙기고 서울시는 또 그것을 빌미로 5인 대표들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이 되었다.
향후 동대문 벼룩시장의 운명은 전체 백만 노점상들뿐만이 아니라 남한 빈민운동의 미래를 가름할 수 있는 초미의 현안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과연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 적당한 타협과 대체부지로서? 아니면 얼마정도의 보상금?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물리적인 힘만 가지고는 노점을 철거하기에는 그 한계상황을 잘 알고 있는 서울시는 여러 가지 당근을 제시하며 협상과 협잡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들 것이다. 과연 어디 청계천 투쟁만이 그리하였으랴?!
그렇다면 과연 우리 노점상은 협상 테이블에서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가? 답은 간명하다. 현 자리를 사수하면서 제아무리 돈과 회유에도 물러섬 없이 전체 백만 노점상의 대의에 입각한 큰 싸움을 하여야 하지만, 지금 사분오열된 지도부하며, 일반 회원들이 과연 자기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서울시에 대항할 수 있을 런지는 장담할 수 없다. 자칫 협상파의 논리가 현장을 잠재우고 기획집회 내지는 형식적인 투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동대문 풍물 벼룩시장과 오세훈 개발독재와의 싸움도 전체 백만 노점상, 그리고 도시빈민의 실제적인 계급적 투쟁과 정치적 결사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부스러기 빵 몇 조각에 협상에 목매인 관료들은 우리가 승리했다고 호도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지금부터 한판 싸움을 준비해야 하며, 투쟁을 확대하여 생존권, 노점 합법화, 빈민문제 해결 등 정치적 요구를 당당하게 제기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우선 의식적인 노점상들의 정치적 역량 집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5. 동지들의 용기 있는 동참을 바라며
전노련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이다. 하지만 남한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온갖 관료주의와 기회주의가 노점상 현실에도 뿌리 깊게 관통되고 있다. 그리하여 전노련 전체도 이 같은 현실의 모순에 포섭되어 더 이상 변혁세력으로서 자기 의미를 상실해버렸다. 그리고 부패와 부정, 폭력과 전횡으로 타락해버린 전노련 관료집단은 더 이상 우리의 대안일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전노련을 혁신하고 새로운 전망을 만들고자 독립적인 주체를 세우고자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관료 척결, 생계형 노점상의 생존권 보장, 노점 합법화, 빈곤문제의 해결, 더 나아가서 빈민의 정치적 결사와 노동해방사회를 건설하기 위하여 함께 투쟁해나갈 것을 동지들 앞에 적극 제안하는 바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부단히 학습하고 토론해가면서 백만 노점상의 권익과 대의에 입각한 노점상 운동의 전위에 설 것을 약속드리며 동지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동참을 호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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