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 오후에 날씨가 좋아 안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애들은 제각각 바쁘다 나가고 없고, 처와 함께 멋진 집을 찾아 보자고 무작정 나갔습니다. 멀리가면 차 막히고 돌아올 일 걱정되니 가까운 시내에서 멋진 집들을 찾아보자고 우선 성북동을 가기로 했고요.
혜화동을 거쳐 삼선교에서 좌회전하여 성북동에 진입한 뒤, 외국대사관이 많은 골목으로 우회전하여 비탈진 골목으로 들어거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띈 집은 대문이 환하게 밝은 한옥집이었습니다.
그런데 문패를 보니 외국인의 이름이 달려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양옥이다, 미국식이다, 캐나다식이다, 일본식이다 하는데,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한옥을 멋지게 꾸미고 사는 모습을 보니, 한편 부럽고 또 한편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 어느 회원님이 한옥은 실패한 건축양식이라고 했지만 최근 유행했던 한류처럼 한옥도 언젠가는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우리만의 아름다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생각해봤답니다.
성북동 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길 좌측으로 "최순우 옛집"이라는 표지가 있어 따라가보니 마침 일요일이라 휴관한다고 써 있어서 바깥 모습만 한번 둘러 보았습니다.
잠긴 대문 사이로는 정원에 핀 꽃외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으나, 담너머로 정원수가 보여 잘 가꾸어진 고택이 틀림없어 보이고 우리나라 옛 중산층 가정의 소박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안내문을 보니 과거 "무량수전의 비흘림 기둥"이라는 저서를 남기신 국립박물관장을 하시던 분의 자택인데 워낙 보존상태가 좋아 사람이 살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순우 옛집을 보고 조금 더 삼청각 쪽으로 올라가니 바로 "이재준 옛집"이라는 표지가 눈에 띄길래 얼른 근처 음식점에 주차를 한 뒤 간단히 칼국수와 만두로 배를 채우고 덕수교회가 있는 언덕위로 올라서니 또 다른 멋진 한옥이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안내문을 보니 구한말 마포에서 젓갈장사로 돈을 많이 벌었던 그 당시 한성 재벌이 지은 집으로 대지가 170평(500평미)에 건평이 30평(99평미)으로 사랑채와 안채가 하나씩 있는 그 재벌의 별장이었답니다.
역시 문이 잠기어 있어 들어갈 수는 없어도 十자 벽돌구멍으로 밖에서 보이도록 쌓은 벽돌담 덕분에 안의 모습을 부분적으로나마 엿볼수 있었습니다.
너른 마당의 잔디밭과 꽃나무들, 사랑채와 안채의 밝은 황갈색 나무색깔은 어릴 적 보았던 시골한옥의 찌든 검게 흑갈색이 아니라 살아있는 한옥의 본래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같아 최근 전주에서 보았던 새로 짓는 한옥과 같이 생동감이 좀 더 살아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성북동에서 삼청터널을 지나 경복궁을 향하는 길에는 수많은 젊은 연인들이 좋은 날씨를 안 놓치려고 모두 밖으로 나온 모양입니다.
길 건너 한옥 찻집도 외국인의 눈길을 끌며 의연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고요.
경복궁에 들어와 지하주차장에 차를 파킹하고 흥례문을 지나 근정전 안을 들어가 보았습니다. 주차비는 두시간에 2,000 원, 입장료는 인당 3,000원 씩으로 저렴한 주차비가 마음에 들더군요. (요즘 시내에 주차하려면 시간당 7~8천원씩하는 주차비가 기분 나쁘잖아요.)
태조 이성계4년(1395년) 창건되었다는 경복궁은 명나라시대(1420년)에 지어진 중국북경의 자금성보다 먼저 지어졌다는 것에 놀라웠고, 자금성 태화전보다도 우리 근정전의 기풍이 더욱 위엄이 있어 보이는 것은 저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한옥미의 절정, 경회루를 다시 만나러 가보았습니다.
살찐 잉어들이 간간히 물위로 뛰어 오르며 잔잔한 경회루의 苑池(연못)인 方池 수면위 비쳐진 돌기둥 사이로 초록색 새 잎이 돋아난 버드나무가 싱그럽습니다.
경회루 남쪽에서 수정전을 향하여 찍은 사진, 우리네 집마당에 잔디나 블록이 아닌 흙마당이 더 멋져 보이는 것은 나만의 촌시럼 때문인가요?
나오는 길에 찍은 근정전 서행각의 모습, 그 옛날 어떻게 그 많은 기둥들을 저렇게 똑바로 세웠을까?
근정전 밖에서 찍은 남행각과 서행각의 모습, 우측으로 흥례문이 보입니다. 지금 그 오른쪽(남쪽)에 있던 광화문은 원래의 위치로 이전복구하는 공사를 하고 있어 2009년말이 되면 본래의 모습을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랫만에 제대로 된 한옥들을 만나고 나니 그저 마음이 푸근하고 편안할 수가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