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마해영(33)이 깜짝 변신을 한다. 2002년 최다득표로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마해영이 올시즌부터 2루수에 도전한다. 마해영은 지난 1월 8일부터 경산구장에서 시작된 합동훈련에서 2루수 훈련을 받고 있다. 아직은 발놀림이 느리고 동작이 어색하게 보이지만 유중일 수비코치의 지도 아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마해영이 다시 글러브를 낀 것은 지난 95년 롯데에 입단해 3루수로 뛴 이후 무려 8시즌 만이다. 하지만 아마시절에는 2루수와 3루수를 번갈아 맡았던 내야수 출신이다.
마해영은 2루수로서의 변신을 자원했다. 무엇보다 공격력을 더욱 살리기 위해서다. 수비를 하지 않다보니 타격의 리듬이 끊기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 또 방망이가 잘 맞지 않을 때 쉽게 제 페이스를 되찾을 수 없는 것도 문제였다. 마해영은 “한 경기에 4타석 정도만 들어가는 지명타자는 경기 중 호흡이 끊기게 된다. 수비를 하면서 경기 내내 몸을 움직여야 타격감을 잘 유지할 수 있고 슬럼프가 찾아와도 빨리 회복할 수 있다”며 “더 나이를 먹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마해영이 2루수를 자원한 것은 또 다른 속내가 있는 듯하다. 올 연봉협상에서 조정신청까지 갔다가 결국 구단이 제시한 3억8,000만원에 사인한 마해영은 “수비 공헌도가 전혀 없어 고과가 낮다”는 구단의 논리를 반박할 수 없었다. 마해영은 “2루수로 정착해 공수에서 모두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공헌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마해영을 지도하고 있는 유중일 코치는 “본인이 의욕적이다. 본래 내야수 출신이어서 포구나 송구의 기본기가 돼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 다만 2루수는 견제,태그 플레이,더블 플레이 등 부수적인 임무가 많다. 실전에서 그런 세밀한 플레이를 얼마나 빨리 숙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김응룡 삼성 감독도 마해영의 노력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김감독은 “마해영이 2루수로 정착하면 양준혁을 지명타자로 돌리고 외야 한 자리는 수비 좋고 발빠른 선수로 채울 것”이라며 새로운 구상을 털어놓았다. 마해영의 2루수 정착 여부가 다른 선수들에게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