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도 뜻 그대로 '어떤 형식의 제약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씌어진 시'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현대의 자유시는 19세기에 일어난 시의 한 형태로서 W.휘트먼(Whitman)에서 비롯되어 프랑스의 보들레르 등 상징주의 시인들을 거쳐, 영국 홉킨즈의 '스프렁 리듬(Sprung Rhythm;정형시의 기본 틀을 변형한 리듬 정도로 이해)'에 이르러 그것을 20세기 자유시의 효시로 보고 있으며, 이러한 자유시는 주로 이미지 중심의 시를 쓰는 시인들에 의하여 나름의 형식을 갖추었다는 등의 골치 아픈 얘기는 몰라도 되겠지요.
다만 우리 나라에서는 육당 최남선의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1908> 발표 이후, 주요한의 '불놀이'에서 자유시의 효시를 찾고 있으며, 그 이후 김억·홍사용·황석우 등이 발전시켜 오늘날과 같은 자유시들이 씌어지게 되었다는 사실 정도만 알면 되겠습니다.
내 마음 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ㅡ<서정주의 '동천(冬天)' 전문>
그 집에는 우물이 있었다. 우물 속에는 언제 보아도 곱게 개인 계절의 하늘이 떨어져 있었다. 언덕에 탱자꽃이 하아얗게 피어 있던 어느 날 나는 거기서 처음으로 그리움을 배웠다.
나에게는 왜 누님이 없는가? 그것은 누구에게도 물어 볼 수 없는 내가 다 크도록까지 내 혼자의 속에서만 간직해온 나의 단 하나의 아쉬움이었다.
ㅡ <김춘수의 '집1' 부분'>
미당 서정주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동천' 전문과 꽃의 시인 김춘수의 '집1'이란 시의 부분을 살펴보았습니다. 여기서 우리 정형시와 다른 자유시의 특성을 찾아보기로 하지요.
서정주의 '동천'은 현대 자유시 중에서도 가히 백미(白眉)랄 수 있는 자유시인데, 잘 살펴보면 우리는 이 시가 소월의 '가는 길'의 '그립다/말을 할까/하니 그리워 // 그냥 갈까/그래도/다시 더 한번......'처럼 7·5조를 기조로 한 자유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자유시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정형시의 형태를 바꾸거나 시행을 달리하는 것으로서도 훌륭한 한 편의 자유시가 될 수 있음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김춘수의 '집1'(부분)은 산문시와 비슷하게 씌어졌으면서도 조지훈이 말한 '형식에서 산문적 자유성을 얻고 내용에 있어서 운문적 율조를 얻어 이 양자를 조화하는 곳에 자유시가 위치하는 것'임을 우리에게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