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재신임 정국과 맞물려 토지공개념이 다시 부활하였다. 아무리 정부에서 처방을 내놓아도 아파트와 주택가격이 떨어지지 않자, 정부가 '공개념'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것이 잘 시행되어 주택가격이 안정되길 바라지만, 혹시 과거처럼 공(公)개념이 공(空)개념으로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한편에서는 토지공개념이 사유재산권 침해의 요소가 있고, 반(反)시장적 혹은 사회주의적 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 중 후자의 견해는 정부가 토지에 관한 정책을 낼 때마다 항상 제기되던 문제이기 때문에, 정말로 그러한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토지공개념의 본 정신인 토지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는 것이 되고, 공개념을 잘 실행할 수 있는 토지보유세 강화는 반(反)시장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 친화적임을 밝히려 한다.
1. 토지공개념은 사유재산권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시킨다
사유재산권을 논할 때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학자는 17세기 영국의 사회계약론자인 존 로크(J. Locke)와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로 불리는 로버트 노직(R. Nozick)이다. 그러면 이 두 학자를 통해 토지사유권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살펴보자.
로크의 사유재산권의 정당화는 일종의 자연권적 개념인 자기소유권(self-ownership)에서 출발한다. 나의 몸은 내 것이고, 나의 노동도 내 것이기 때문에 노동의 산물도 당연히 나의 것이라고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노동의 산물을 빼앗는 것은 자기소유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노직은 로크의 연장선상에서 재분배를 실현하려 국가는 재산 소유권자들의 몸을 나누자고 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창조된 토지에 대해서 로크는 토지의 사적 소유권이 '다른 사람을 위한 좋은 토지가 충분히 많이 남아있을 때' 인정된다고 했다는 단서를 제시했다가 후에는 '토지소유로 인해서 다른 사람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면 된다'는 것으로 바꾸었다. 노직도 대체적으로 이에 동의한다.
로크와 노직의 소유권론을 요약하면 소유권 발생의 일차적 원인은 인간의 노동이고, 이중 토지의 사적소유 여부는 그것이 다른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가 기준이 된다. 그럼 먼저 노동소유권론을 통해서 토지소유권을 평가해보자.
노동이 그 사람의 소유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차적 기준이라면 토지는 사유화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왜냐면 토지는 인공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발생하는 토지의 지대상승을 검토해보면 토지사유제는 노동소유권과 정반대에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현대 사회에서 지대의 증가는 토지소유주와 거의 관계가 없다. 지대의 상승은 인간이 한 공동체를 이루게 되면서 사회적 분업이 발달하고, 경찰서, 도로, 가로등, 공원, 각종 교육시설 등의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증가하는데, 이것은 엄밀하게 말해서 공동체의 노력이다.
그러므로 상승된 지대를 토지소유자가 전유하는 것은 공동체 구성원의 노동소유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오히려 공동체가 제공하는 이 같은 서비스를 토지이용자가 사용한 이후 그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에 더 충실한 것이다. 왜냐하면 시장은 상품과 서비스의 교환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토지소유권의 강화는 노동소유권을 그만큼 부정하게 된다. 토지는 그 특성상 자본과 달리 가치가 감소되지 않고 증가되며 앞으로 더 오를 것이 예상되면 투기적으로 가치가 상승한다.
이렇게 되면 GNP를 임금, 사업소득, 지대 등으로 나누는 분배 과정에서 지대의 비중이 커지게 되어, 결국 노력의 산물인 임금과 사업소득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므로 토지의 사적소유권을 강하게 인정하면 할수록 노력의 산물인 임금과 사업소득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두 번째로 토지소유권이 다른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했는지를 검토해보자. 토지에 대한 사적소유권이 다른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지 못했다는 것은 세계와 우리 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15세기부터 시작해서 18세기 말 까지 진행된 영국의 엔클로저 운동이다. 이 과정이 결코 낭만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한 문학가는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표현했다. 토지에서 쫓겨난 많은 사람들이 도시의 산업노동자로 편입되어 저임금에 시달리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것이 바로 토지사유화의 과정인 엔클로저 운동이었다.
그리고 토지사유화가 다른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의 역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삼국시대부터 조선말까지 왕조의 흥망성쇠와 백성들의 삶의 변화를 살펴보면 토지소유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토지집중도가 심해지면, 즉 토지에 대한 평등한 권리인 토지공개념이 한 사회에 적용되지 않으면 백성들은 언제나 궁핍했고, 토지 없는 농민은 다른 사람의 종으로 팔려가거나 거지로 유리 방황하였고, 이것은 민란의 주요원인이었다.
마지막으로 토지의 사적소유권은 현대사회에서도 경기침체와 불황 그리고 빈부격차 심화의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이에서 우리는 토지 사유화가 결코 다른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보면 토지의 사적소유권은 로크와 노직이 제시한 소유권의 원리에 위배 될 뿐만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수있다. 그러므로 토지공개념을 사유재산권보호라는 미명하에 반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토지의 가치를 모든 사람이 공유해야한다는 토지공개념의 근본정신은 자본주의의 사유재산권과 시장원리에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 시장친화적인 토지공개념을 실시할 수 있는 길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2. 시장친화적인 토지공개념을 실시하려면
시장친화적인 토지공개념을 논하기 전에 과거의 토지공개념이 왜 반(反)시장정책이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노태우 정부 시절 토지와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전세금을 올려줄 수 없어서 세입자가 자살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정부는 현재처럼 토지공개념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토지공개념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들은 그야말로 반(反)시장적이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양도소득세 강화와 토지거래 허가제 그리고 토지초과이득세이다.
양도소득세는 거래하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거래를 위축시킨다. 그러므로 이 법은 활발한 거래를 생명으로 하는 시장기능에 역행하는 법이다. 한편 양도소득세는 매도자와 매수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온 국민을 범법자로 만드는 좋지 않은 법이다.
두 번째로 토지거래 허가제 역시 반시장정책이긴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토지초과이득세는 토지보유세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큰 금액을 한꺼번에 내야 하는 세금이기 때문에 큰 조세저항에 부딪치게 되었다. 이런 정책들이 투기를 진정시키는데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토지공개념을 담아내기는 너무나 허술하고 졸렬한 방식이라고 아니할 수 없
다.
그러면 시장친화적이면서 토지를 모두가 공유해야한다는 토지공개념의 근본정신을 담아낼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을 추진해야할까?
그것은 거래에 부담을 주는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록세를 폐지하고 토지보유세를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토지보유세에 대해서 밀턴 프리드만과 같은 학자는 전가되지 않는 좋은 세금이라고 하였다. 달리 생각해보면 토지보유세는 세금이 아니라 공동체로부터 지대라는 서비스를 받은 것에 대한 지불이기 때문에, 일종의 요금과도 같은 것이다.
토지보유세를 강화하게 되면 이용하지 않고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소유의 이유가 없어진다. 그러므로 이용할 사람이 토지를 소유하게되는 현상, 농업으로 말하면 농자유기전이 실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두 가지 주의해야할 것이 있다. 첫 번째로 토지보유세에서 건물분은 제외해야한다는 점이다. 건물에 부과하는 세금방식은 건축이라는 생산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토지보유세를 부과할 때 유념해야할 것은 지가(地價)를 과표로 하지 않고 지대를 과표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지가는 미래의 지대를 현재시점에서 할인한 값의 총합이다. 그러므로 지가를 과표로 한 상태에서 보유세를 인상하면 지가가 하락하여 또 다시 세율을 높여야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현재처럼 지가를 과표로 할 것이 아니라 지대를 과표로 해야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토지보유세는 지대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일년에 100만원의 지대가 발생하는 토지에서 1만원정도의 세금을 걷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보유세를 점차적으로 대폭 강화해야한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토지보유세 비유를 앞으로 3%까지 올리겠다고 했는데 이것 가지고 토지투지와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는 대단히 미흡하고, 오히려 토지공개념의 이미지만 훼손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토지보유세 강화와 반드시 동행해야할 것이 있는데 임금소득과 사업소득에 대한 세금을 그만큼 감면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3. 토지보유세는 강화하고 임금소득/사업소득세는 감면해야한다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대신에 노력소득에 해당하는 임금소득과 사업소득은 감면해야 한다. 임금과 사업소득은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생산적 활동이기 때문에 여기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생산활동에 벌금을 부과하는 꼴이 된다.
토지보유세를 강화하고 임금소득과 사업소득을 감면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먼저 토지가격이 하락하면서 토지투기가 사라지고 생산부분에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다. 두 번째로 토지가격이 낮아져 임대료가 안정되면 창업활동도 활발해져 실업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 번째로 주택가격이 내려가는 대신 실질임금이 높아질 것이다. 네 번째로 상품에 부과된 간접세가 감면되고, 생산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상품가격은 더 낮아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품 수요가 늘어나 유발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게 되면 투기로 멍든 사회가 땀흘려 일하는 건강한 사회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토지공개념 자체는 사유재산권 침해가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역설적이게도 사유재산권을 더 강화한다. 그리고 토지공개념은 토지보유세 강화에서 그 방법을 찾아야함과 동시에 반드시 노력소득인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감면해주는 것과 동행해야한다.
이렇게 되면 앞서 말해 듯이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