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환의 음본세-4
청년 예술가의 도시 부산, 과연 꿈일까?
정두환 (문화유목민)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해 4월 부산청년센터에서 대통령직인수위 청년소통TF주관, ‘청년일자리 현장간담회’에 참석하여 부산 청년의 실태와 청년 일자리 대책, 청년 관련 현안, 청년 관련 제도개선 사항 등을 건의한 적이 있다. 일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과연 얼마만큼 건의가 수용되었는지 다시 점검할 일이다. 매년 만여명이 부산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는 수도권 블랙홀 현상을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하는지? 청년들이 부산에 정착할 방안은 없는지? 지난해를 다시 복기해보자. 박형준 시장은 –기업 유치를 통한 투자 확대, -창업 일자리를 위한 지역 스타트업 펀드 조성. -인재 육성을 위한 지산학 협력강화 등을 강조하였으며 이를 인수위에 건의하였다. 큰 틀에서는 청년 예술가도 포함될 일이지만, 부산의 현재 상황을 보면 약간 비켜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대학 현실.
부산에서 예술을 공부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필자는 음악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부산의 대학 입시생들은 대학을 선택하는 것부터 어려움이 시작된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진입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부산 소재 대학을 선택한다는 푸념이 앞선다. 그러다 보니 대학 생활하는 동안 부산의 음악 발전을 위해 내가 무엇을 준비하여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기보다는 기회만 나면 수도권으로 다시 옮길 생각을 한다. 이미 대학 생활 시작에서부터 이러니 각 대학은 늘 부족한 신입생들을 채우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방안을 다 동원해야 하는 실정이다. 입학생 수가 줄어가는 상황에서 현상 유지라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시안적인 해결법 이외엔 없는 것일까?
먼저 부산에서 음악을 전공할 수 있는 대학의 현 상황을 살펴보자. 그나마 상황이 좋다고 하는 부산대학은 1974년 사법대학 음악교육학과로 출발하여, 1982년 예술대학 음악학과를 개설, 1988년에 사범대학 음악교육학과를 예술대학 음악학과로 통합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동아대학교는 1966년 문과대학 음악과로 출발하여, 1968년 성악과로 개편, 1970년 음악교육과로 학과 명칭 변경, 1983년 문과대학 음악교육과를 음악학과로 조정 개편 이후, 1986년 음악학과를 예능계열로 계열 변경, 2011년 실용음악학과를 신설한 뒤, 2015년 음악학과와 실용음악학과를 통합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동의대학교의 경우 1981년 예술학부 음악학과로 출발하여 1984년 종합대학 승격 이후 인문대학 음악학과, 1997년 예술대학 음악학과, 1999년 예체능대학 음악학과, 2000년 컴퓨터음악전공(현재의 실용음악전공) 신설, 2009년 예술디자인대학 음악학과, 2017년 예술디자인체육대학 음악학과로 개편이후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경성대학의 경우는 전신인 한성여자대학의 음악과 이후 산업대학교로 개교한 뒤, 1980년 음악학과 설치, 1988년 경성대학교로 교명이 변경되었으며 예술종합대학 음악학부로 이어오고 있다. 이렇게 교명, 단과대학명, 학과 명칭만 살펴봐도 음악과가 걸어온 걸음이 결코 녹록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없었는가?
물론 많이 있었다고 본다. 대부분이 그렇지만 평온한 시기에 다음을 바라보는 힘이 있어야 하며, 대학은 진리와 더불어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여야 함에도 진리는 뒷전이었고, 사람을 너무 가볍게 본 결과가 오늘의 이야기를 하게 만들었다는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학을 유지 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열정일 것인데 이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잣대는 모교 출신이거나 지역 출신 교수 현황이다. 이는 대학에서 공부할 때부터 모교 또는 지역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희망이자 학생들의 열정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이기도 하다. 우선 각 대학의 정규직 교수진을 살펴보면 부산대학교의 경우 조교수 이상 11명의 교수진에 모교 출신은 2명이다. 이는 타 대학에 비하면 아주 양호한 편이다. 동아대학교의 경우 전임교수 이상 6명의 교수진에 부산 또는 모교 출신으로 재직 중인 교수는 0명이다. 동의대학교는 전임교수 이상 8명의 교수 중 부산대학교 출신 교수가 2명, 경성대학교는 전임교수 이상 11명 중 부산대학교 출신 교수가 2명이다. 부산에 있는 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지도하고 있는 전임 이상 정규직 교수 현황이다.
부산대학교, 동아대학교, 동의대학교, 경성대학교에서 전임교수 이상에 포진하고 있는 38명의 교수진 중 6명만이 부산대학교 출신 교수다. 전체 16% 정도가 부산 출신이거나 모교 출신 교수진이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다르게 이야기하면 부산 출신 또는 모교 출신은 부산의 대학에서 강의 할 수 있을 확률이 16%라는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어떤 노력으로 어느 정도 공부하였는지 알 수 없으나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강단의 길이 쉽지 않음을 암시하는 것이고, 그나마 부산대학을 제외하면 모교에서 강의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음은 진학 후 학생들에게 닫혀있는 현실을 미리 암시하는 것이다. 필자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현실적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모교 출신이라고 가산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대학에서 모교 출신을 우습게 보는데 무슨 정이 있어 모교에 제자들을 보내겠습니까!”라며 답답해 하는 심정을 들으면서 열심히 공부시켜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이라도 주어야 할 대학에서 이미 서울로 가라고 부추기는 듯하다.
부산시립예술단의 경우를 보자. 부산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예술단에서 단원의 결원으로 새로운 단원을 선발할 때 지역 인재에 대한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지역 인재를 타지역 유출을 막는 방법이기도 하고, 지역에 대한 애착을 더욱 확대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형평성과 공정성에 대하여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직 7급 공무원에서도 지역인재 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서 지역인재 전형은 서울이 아닌 경기, 강원, 충남, 충북, 경남, 경북, 전남, 전북, 제주에 위치한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 중 지원 자격을 갖춰 학교장 추천을 받아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을 말한다. 이러한 전형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니 예술(음악) 분야에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지역 예술인들이 더욱 뭉치는 힘이 필요하다.
지역은 결국 지역의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니 지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몰려가는 현상을 막을 수는 없어도 적어도 늦추거나 조금이라도 지역에 남아 자신의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기득권을 가진 선배 또는 선생님들은 자신의 것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후배 또는 제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음악에서 함께 갈 힘이 무엇이겠는가? 함께 연주하는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일회성 행사 위주의 음악회보다는 연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기획을 만들어야 한다. 부산의 공연장에서는 서울 중심의 기획 공연에서 벗어나 일정부분을 지역 예술인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렇게 모두가 힘을 모을 때 지역의 인재 유출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직에 있는 교수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평소에는 학생 수가 줄어드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다가도 입시 때만 되면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모집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학기 중에 학생들과 공부한 것을 방학 또는 여유가 있는 시기에 함께 연주하면서 실질적인 관계 형성과 지역을 위한 음악회로 인재 양성에 지역을 끌어들이는 노력을 꾸준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청년 예술가의 도시 부산, 과연 꿈일까?
청년들이 머무는 도시, 청년 예술가들이 살아 움직이는 도시, 과연 꿈일까? 필자는 가능하다고 본다. 젊은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그들의 터전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그 터전에는 일자리가 아닌 일거리를 말한다. 다양하고 많을 일거리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일자리를 요구하는 것은 일거리 다음의 일이다. 필자가 10여년 전부터 이야기하였다. 일자리가 아닌 일거리라고... 젊은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일거리, 이러한 미래를 바라볼 수 있을 때 젊은 청년 예술가는 부산으로 모일 것이며, 부산을 사랑할 것이다. 청년 예술가의 도시 부산은 청년들의 마음을 먼저 품어주고 그들이 부산을 사랑하게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