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판 노예 문화 ♧
기원전 7~80년경 로마제국 시대에 소위 ‘글라디에이터’라 일컫는 검투사 출신으로 노예반란을 일으킨 ‘스파르타쿠스’는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로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한때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인물의 이야기는 지난 2월 103세의 일기로 고인이 된 명품배우 ‘커크 더글라스’가 주연과 제작을 직접 맡아서 1960년에 영화화되었습니다.
이후 2010년부터 13년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팬들이라면 즐겨보는 미드 (미국드라마의 약칭)를 통하여 이 ‘스파르타쿠스’의 인물과 그를 중심으로 펼쳐진 스펙터클 한 이야기들을 에피소드형식으로 시즌 4까지 무려 40화를 그려내면서 더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로마제국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리얼하게 화면에 담아내는 과정에서 차마 눈을 뜨고 보기 어려운 잔인한 폭력성과 선정성으로 인하여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만 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작품성과 예술성으로 그 부분의 논란을 잠재우고 엄청난 시청률을 보이며 성공한 미드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월요일 아침 뜬금없이 흘러간 ‘미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이 ‘스파르타쿠스’라는 작품을 통하여 이야기하고자 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자유와 평등’의 소중함입니다.
드라마 ‘스파르타쿠스’는 강력한 권력과 부로 상징되던 로마공화정시대의 귀족과 시민, 그리고 이와 차별된 노예라는 신분계급제도 하에서 귀족과 시민들의 성적, 육체적인 노리개로 전락되었던 비참하고 암울한 노예문화에 저항하며 반기를 들었던 한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을 통하여 ‘인간의 자유와 평등’의 소중함을 분명하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1991년 말에서 92년을 지나며 우리나라의 직장인들의 퇴근 후 귀가시간을 정해버린 인기 절정의 드라마 한편이 안방극장을 통하여 선보였는데 바로 ‘여명의 눈동자’입니다.
이 드라마는 김성종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당시 드라마 연출과 극본의 가장 화려한 콤비라는 별명을 탄생시킨 김종학 연출가와 송지나 작가가 맡아서 유명해진 작품입니다. 당시 50%가 넘는 시청률을 보이며 우리나라 TV 드라마 역사를 ‘여명의 눈동자’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기준이요 분수령이 된 최고의 걸작입니다.
1940년대인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시작되어 이후 해방과 한국전쟁을 지나며 주인공들의 기구하고 처절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감동적으로 리얼하게 그려냈습니다. 방영 당시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여자 주인공 윤여옥이 당한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전쟁 가운데 여기저기 끌려 다녔던 위안부, 성 노예의 삶이었습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그 실체를 모르고 있던 사람들은 분노했고 성착취에 대한 문제를 주시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역사적인 사실을 근거로 제작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하여 그려진 고대시대나 중세시대,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신분계급에 의한 노예문화를 들여다 보면 그것은 끊임없는 전쟁을 통해 형성된 힘의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 힘이라는 것은 곧 권력과 경제력이라는 것으로 귀결이 됩니다.
인간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완전한 자유와 평등을 위하여 그 동안 이름도, 빛도 없이 쓰러져간 많은 희생자들로 인하여 오늘날 자유와 평등의 민주주의가 이룩된 듯 보였으나 이번 코로나19로의 창궐과 함께 새롭게 드러난 음성적인 현대판 성노예 문화가 코로나19 바이러스만큼이나 커다란 사회적인 충격의 파장을 주고 있습니다.
바로 N번방 사건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오프라인을 통하여 여성의 성을 착취한 현대판 성노예 사건의 단면인 장자연 사건, 미투운동, 음란 웹하드 카르텔 사건, 그리고 작년, 큰 이슈로 떠오르며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버닝썬 사건 등의 악몽들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 온라인을 이용한 또 다른 성격의 충격적인 성착취 사건이 발생합니다. 코로나19로 거칠어지고 예민해진 국민들의 감정의 불에 휘발유를 뿌리듯 끼얹어져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전혀 새로운 형태의 범죄라서 응분의 벌을 구형할 법의 잣대를 댈 근거가 없다는 사실에 국민들의 분노의 게이지가 더 높아가고 있는 듯 합니다.
이번 사건이 본격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미 2018년부터 일부 언론과 입소문을 통하여 회자되던 것이 최근 이 사건의 핵심 인물중의 한 명인 박사방 운영자가 경찰에 검거되면서 수사는 본격적인 급물살을 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빙산의 일각으로 보였던 N번방의 실체가 박사방과 함께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적잖은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익명성과 보안성을 안전하게 보장받는다는 강력한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이란 SNS 툴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텔레그램이란 개인정보를 보호받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권리를 모토로 만들어진 강력한 보안성의 해외메신저입니다. 2013년 8월 처음 출시되어 세상에 선보였으며 러시아 출신 니콜라이와 파벨 형제가 만들었습니다. 2014년 4월 러시아 정부가 개인정보를 넘기라는 명령 때문에 형제는 독일로 망명을 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저의 기능을 들여다보면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을 공유할 수 있으며 200명과 그룹 채팅이 가능하고 대화에 암호 설정이 가능합니다. 또한 서버에 남지 흔적이 남지 않도록 보안성이 탁월하여 그 동안 수억원의 상금을 두고 해킹컨테스트를 열고 있지만 한 번 도 뚫린 적이 없는 강력한 보안성을 자랑합니다.
이와 같은 강력한 보안이 유지되는 기능을 가지고 이 분야에 탁월한 두뇌에 악마의 본능을 겸비한 핵심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바로 ‘갓갓’과 ‘박사’라고 불리는 다크웹 세계의 지존들입니다.
그들이 노린 성착취의 대상자들은 소위 ‘트위터 일탈계’ 여성들과 알바와 일자리를 구하는 젊은 여성들입니다. 여기서 ‘트위터 일탈계’란 자신의 얼굴을 밝히지 않고 자신의 신체나 사진들을 올리는 계정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더욱 충격을 주는 것은 이 대상에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같은 미성년자들까지 대거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호기심과 쉽게 돈을 벌고자 하는 현실적 욕망에 결코 벗어 날 수 없는 지능적이고 악랄한 덫을 놓아 손쉽게 이들을 성적 노리개로 만들고 그들의 성을 착취하는 성적 노예로 전락시켜 버린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전리품으로 생긴 각종 사진들과 동영상과 실시간 성행위 모습을 공모에 함께 가담한 VIP 고객들에게 제공함으로 수십억대의 경제적 부를 단시일 내에 축적한 것입니다. 천인 공로할 일입니다. 그 동안 수 차례 지적이 되어 왔던 현실의 가장 비극적이고 악랄한 사회적 민 낯을 보여주는 SNS 역기능의 결정판입니다.
국민들은 지금 코로나19의 공포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게다가 버젓이 일말의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 뻔뻔한 얼굴의 가해자를 보면서 더 충격을 받습니다.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듯한 파렴치한 얼굴입니다.
이번 한 주는 기독교인들의 교회력 절기로 사순절기간의 마지막 주간인 고난 주간입니다. 고난주간이란 예수가 로마군에 붙잡혀 빌라도의 재판을 거쳐 십자가에서 사형을 받기까지 지상에서 겪은 고난을 기념하는 기간입니다. 십자가 수난을 통하여 피의 값으로 인류의 죄로부터 귀하게 얻은 ‘자유’를 다시 한 번 소중하게 생각하며 이 땅에 돈과 권력을 이용한 인권과 성착취가 더 이상 뿌리내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코로나19가 그 동안 교만했던 현대문명의 위용을 무력화 시키고 지구촌을 하나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고난의 시기를 통하여 드러난 현대판 성노예 사건이 어쩌면 타락한 이 세상을 향한 신의 준엄한 경고의 메시지로 알고 진정으로 회개하며 반성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래봅니다.